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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숲을 사모으는 억만장자 요한 엘리아쉬
2014.10.10.
[특별취재팀 = 홍승완 기자] ‘팬트하우스, 전용 제트기, 요트, 수억원대 명품 시계, 쿠바산 최고급 시가, 슈퍼카’
‘보통의’ 슈퍼리치들의 쇼핑 리스트다. 손에 쥔 부의 크기가 막대한 만큼, 남들은 꿈에서 가져보기도 불가능한 물건들을 사모으는 슈퍼리치들이 많다. 로뎅의 작품, 낡은 희귀본 만화책, 프로축구단 등을 사모으며 남다른 예술적 취향이나 관심사를 자랑하는 독특한 슈퍼리치들도 간혹 있지만, ‘남들이 못가지는 것을 사 모은다’는 점에선 보통의 슈퍼리치들과 별 다를 바 없다. 


숲을 사들이는 슈퍼리치. 요한 엘리아쉬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의 회장인 요한 엘리아쉬(Johan Eliasch) 역시 뭔가 사들이는 재벌 중의 한 사람이다. 다만 그가 사들이는 것은 다른 부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는 숲을 사모은다. 특히 아마존 일대의 열대우림(rainforest)이 그의 최대 수집품이다. ‘수집품’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수집이 아닌 ‘보존’을 위해, 그는 열대우림을 사들인다.
1962년 스웨덴 스톡홀롬 태생의 엘리아쉬 회장은 유럽을 대표하는 경영자 중에 한 사람이다. 헤드의 회장 외에도 그에게는 많은 직위들이 딸려 있다. 투자회사인 에퀴티 파트너스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리조트 그룹인 아만(Aman) 그룹의 회장, 런던 필름의 회장직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만큼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는 의미다. 셀수 없을 정도의 직함에 걸맞게 상당한 부도 이뤘다. 그의 자산은 6억에서 7억달러 사이 정도로 평가받는다. 


쿨어스의 로고



하지만 유럽이 그를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2007년 환경보호 단체인 ‘쿨어스(Cool Earth)’를 만들어 이끌어왔다.쿨어스의 활동은 ‘지구의 허파’로 표현되는 남미 아마존강 일대의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데 맞춰져 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스웨덴 태생 답게 엘리아쉬는 젊은 시절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급격하게 파게되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가치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는 열대우림을 개발하기 보다는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적으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600만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고, 1에이커의 땅에서 매년 7만6000톤의 물을 생산해내고, 지구 최대의 산소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05년 그는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과감한 행동으로 옮긴다. 사비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아마존 메데이라(Medeira) 강 유역의 열대우림 1600 제곱 킬로미터를 현지 벌목회사로 부터 사들인다. ‘숲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숲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환경 보호 단체들이 국경을 넘어 활동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개발논리에 맞서 숲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쿨어스는 남미대륙의 열대우림을 보존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처음으로 숲을 구매하고 나서 그는 활동에 더욱 확신을 갖게된다. 2007년 쿨어스를 설립, 12만명의 회원을 모집해 활동 범위를 넓힌다. 그는 쿨어스의 활동 방향을 두가지로 잡는다. ‘숲을 사들이는 것’과, ‘열대우림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이 숲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열대우림과 함께 생존하는 법을 아는 토착민들이 숲을 떠나지 않는 것이 숲을 사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쿨어스는 토착민들을 위한 의료시설, 학교, 민물고기 양식시설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시설을 만들어 주는데 힘을 써왔다.
그의 활동은 빠른 시간에 알려진다. 쿨어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었고, 엘리아쉬의 이름도 더 알려지게 된다.고든 브라운 전 총리 시절에는 영국의 총리실 산하 클린 에너지, 산림보호 분야 특별 대표부를 담당하기도 했고, 현재는 로마와 런던의 ‘기업자문위원회’의 일원이자 유럽 사회정의 실현 센터의 자문 위원회 회원직도 맡고 있다. 그만큼 자연을 중시하는 그의 행동과 철학이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엘리아쉬의 행보를 ‘녹색 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쿨어스의 홈페이지



설립 8년째를 맞은 쿨어스는 현재 (엘리아쉬가 사들인 땅과는 별도로) 41만 에이커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발로부터 지켜왔다. 덕분에 98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살렸고, 1억600만톤의 온실가스 절감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엘리아쉬의 목표는 명확하다. ‘남미대륙의 열대우림을 모두 사들여 보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500억 달러, 우리돈 50조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현재 기준으로 세계 4위 부자인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자라(ZARA)회장의 재산과 맞먹는 액수다. 


엘리아쉬의 녹색 식민주의는 성공할 것인가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엘리아쉬의 견해는 명확하다. 500억 달러가 상상하기 힘들정도의 큰 돈이지만, 열대우림 보전을 통해 얻어질 인류건강과 환경적 측면의 혜택에 비하면 결코 비싼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생각처럼 쿨어스가 지켜낸 열대우림의 나무 한 그루가 수십톤의 황금보다 더 가치를 지니는 날이 올지 지켜볼 일이다.

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