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
“사업 하겠다”는 신년사 지키는 LG 구본무
2016.12.15.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사업”

지난 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냈습니다. 구 회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사업’이었습니다. 주요 단어 출현 횟수를 분석, 이를 ‘워드클라우드(Word-cloudㆍ등장 빈도가 높은 단어를 크게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법을 통해 시각화 한 결과입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년사 코드 분석 [워드클라우드 tagxedo.com]


구 회장이 다음으로 많은 쓴 단어는 ‘방식’ㆍ‘시장’ 등이었습니다. 당시 신년사를 낸 주요 재계 총수 가운데 사업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쓴 이는 구 회장과 LS그룹 구자열 회장입니다. 일(業), 즉 기업 본연의 모습과 그 목표를 강조한 인물이 모두 범 LG가(家) 출신이란 점은 주목할 만 합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의 LG그룹은 이같은 연초 선언을 1년 간 무난히 지켜 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몇 가지 포인트가 있죠.

계열사 여러곳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한 동생에겐 신사업을 맡겼습니다. 단기 이익보단 미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였습니다. 의심 받을 수 있는 군더더기 비용도 주요 재벌 중 가장 많이 떨어냈습니다. 철저히 능력으로 검증된 이에게 주력기업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POINT 1. 구본준

구 회장 동생 구본준(65) 부회장은 LG의 미래를 설명 할 만한 핵심 인물입니다. 지난해 말 지주사 ㈜LG의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은 그는 이제 LG의 비전만 책임지는 게 아닙니다. 내년부턴 전략보고회 등 경영회의체를 주관하며, 50개가 넘는 계열사 사업 전체를 살피게 됩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 부회장은 1982년(31세)부터 미국 AT&T에서 일하다 5년 뒤 당시 ‘금성사’였던 LG전자 PC 및 모니터 기획담당 부장으로 입사합니다. 이후 LG화학ㆍLG반도체(현 SK하이닉스)ㆍ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ㆍLG상사ㆍLG전자 등 그룹 내 주요기업을 두루 거쳤습니다.

그룹 내외에선 구 부회장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대안을 잘 내놓는단 점은 ‘장점’입니다. 반면 구 부회장 시절을 경험한 그룹 주요 계열사 전ㆍ현 직원 사이에선 “언제나 성과가 좋지만은 않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그가 2000년대 중반에 맡았던 LG필립스 LCD는 당시 안 좋아진 시황 등의 여파를 견뎌야 했습니다. LG상사 최고경영자(CEO)시절 추진한 와인사업은 당국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결정에 따라 철수해야 했죠.

POINT 2. 미래 가치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과거 경험은 약이 됐습니다. 구 부회장이 ‘신사업’을 총괄한 후 그룹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사업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전지는 탐사용 우주복에 쓰입니다. 우주인 생명을 보호하는 핵심 부품 중 하나죠. 국내 업계선 최초입니다. LG화학은 “이로써 전기차ㆍ전기선박ㆍ드론ㆍ우주시장까지 진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LG화학 위상은 한층 공고해졌습니다. 28개 자동차 업체서 82개 프로젝트를 따냈는데요. 수주 금액만 36조 원 이상, 현재 잔고는 34조 원입니다. 미래에 맡아놓은 일감이 그만큼 많단 뜻입니다. 한국선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악재도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던 중국계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 퓨처가 미국서 양산 체제 계획을 이어간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미 현지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7일 “패러데이 퓨처가 (전기차 공장이 지어질) 현지 당국과 공장 건설 관련 계약을 90일 연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LG화학의 배터리 고객사가 됐지만, 미국 생산 시설 착공이 차질을 빚으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POINT 3. 저평가

이처럼 구본무ㆍ구본준 체제를 선언한 LG의 미래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은 회사 내부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시장서도 파악 가능합니다. 핵심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받고 있는 그룹 상장사 주가입니다.

먼저 ‘목표주가 괴리율’을 살폈습니다. 해당 종목 전일주가와 시장 분석기관이 낸 목표 주가를 비교한 것인데요. 괴리율이 높을 수록 이 회사는 저평가 상태란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제 13일 현재 LG그룹 상장사 11곳 가운데 7곳의 목표주가 괴리율은 28∼46%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지주사 LG 등 2곳은 목표 주가 괴리율이 40% 이상이었습니다.

28%를 기록한 LG화학도 경쟁사인 삼성SDI(16.28%)보다 목표 주가 괴리율이 높았습니다.


또 다른 분석틀은 주가순자산비율(PBRㆍPrice Book-value Ratio)입니다. 쉽게 말해 현재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보는 지표인데요. 보통 이 배율이 1 이하라면 그 회사 주가는 저평가된 것으로 봅니다.

LG 상장사의 경우 11곳 중 ㈜LGㆍLG전자ㆍLG디스플레이ㆍLG상사 등 4곳이 PBR 1 미만(작년 말 기준)입니다. 그리고 올해 예측치(컨센서스)와 비교하면 모두 1년 새 PBR이 더 내려갔습니다.

LG화학 등 나머지 5곳의 PBR또한 지난 해 1.5 미만을 찍었는데요. 올해엔 일제히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성장성이 낮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POINT 4. ‘불처 불명 비용’ 축소

이 뿐 아닙니다. LG그룹은 사업에 방해가 되거나 자칫 논란을 일으킬 만한 요소도 계속 줄여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접대비 및 출처불명의 ‘기타비용’입니다.

슈퍼리치 팀 분석에 따르면 자산 기준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LG의 상장ㆍ비상장사 55곳은 2012∼2015년 간 접대 또는 기타비용을 가장 많이 줄였습니다. 4년(회계연도) 간 합계 5조 2100억 원이 감소했습니다. 연 평균 30%씩 줄어든 셈입니다.

대신 LG는 접대비 등을 줄인 대신 광고선전비를 늘렸습니다. 2012년부터 연간 17.2%씩 늘려 10대 기업집단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광고건전비 증가액 또한 6060억 원으로 10대 재벌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POINT 5. 조성진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LG 총수 형제의 의지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또 하나의 큰 방점을 찍었습니다. 사장에서 승진하며 LG전자 1인 대표가 된 조성진(60) 부회장입니다.

용산공고를 졸업한 그는 4대 그룹에선 첫 ‘고졸 출신 부회장’에 올랐습니다, LG그룹서도 역대 최초라고 합니다. 1976년 금성사 전기설계실에 입사한 그는 36년 간 세탁기 사업부 상무ㆍ부사장을 거친 뒤 가전(H&A) 부문 사장이 됐습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구 회장 등이 조 부회장에게 그룹 핵심회사를 통째로 맡긴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을 잘해섭니다. 그는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실적과 노하우를 생활가전 전반으로 확대해 사업의 ‘체질’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 LG전자의 H&A 사업본부는 지난 1ㆍ2분기 연속 9%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0%가 늘어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2016년 말, 이처럼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정상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국내 주요 재벌 가운데 사실상 LG가 유일합니다. 연초 선언한 “사업”에 집중한 결과일까요. 내년 신년사엔 또 어떤 내용이 화두로 담길지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