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
대륙부호 만한전석 16. 양떼 몰던 소년, 어떻게 굶주린 호랑이가 됐나
2017.01.21.
[SUPERICH=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중국 현지 매체들이 “굶주린 호랑이”란 별명으로 부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자오웨이궈(趙偉國ㆍ50)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集團)회장입니다. 
칭화유니는 중국 명문학교 칭화대학이 거느리고 있는 일종의 국영 반도체 회사입니다. 현재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인수ㆍ합병(M&A)에 나서고 있죠. ‘호랑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자오웨이궈 칭화유니 회장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81조 9300억 원(7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이 회사의 대약진은 자오 회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인생은 지난 10여년 간 일군 거침없는 ‘성공’ 만큼이나 드라마틱합니다.

신화망 등에 따르면 자오 회장의 부모는 ‘우익 분자’로 몰려 중국 서부 끝자락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하방당한 전력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공산당 정권에게 ‘성분’이 안 좋은 위험인물로 낙인찍혔단 뜻입니다.

1967년 2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자오는 이 곳에서 11세까지 돼지와 양을 키우는 목동으로 자랐습니다. 그는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부활한 대학시험(高考·가오카오)을 통해 최고 명문 칭화대 공대에 입학했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가 졸업한 학교입니다. 현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 학교 법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장의 중심 우루무치에서도 서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샤완(沙灣) 현 출신 가운데 칭화대 입학은 그가 처음이었습니다.

자오는 학창 시절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중관춘’에서 텔레비전 수리로 학비를 벌었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엔 모교 투자 부문에서 일하며 사업수완을 익혔죠. 2000년 100만 위안을 들고 고향 신장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 부동산ㆍ석탄 등에 투자해 몇 년만에 45억 위안이란 큰 돈을 번 뒤 베이징으로 돌아옵니다.

대학 졸업 후 줄곧 칭화대 관련 기업과 인연을 맺고 있던 자오는 2005년 베이징에서 첸쿤(乾坤)투자그룹을 세웁니다. 그리고 2009년엔 첸쿤을 통해 칭화유니 지분 49%를 사들입니다. 칭화홀딩스에 이어 칭화유니 2대 주주에 오르며 회장 직을 맡게 됩니다.




사실 칭화유니의 전신은 ‘칭화대 과학기술개발총공사’입니다. 1988년 칭화대가 과학기술 성과를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한 첫 산학 연계 종합 기업입니다. 1993년엔 칭화유니그룹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이 회사는 자오가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약제ㆍ음료 등을 생산하는 ‘평범한’ 국영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오가 이를 바꿔놓습니다. 회사가 보험과 펀드 투자로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진출합니다.

칭화유니의 반도체 산업 진출 배경에는 자오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는 중국이 경제 대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실제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쓰는 최대 소비국이지만, 자국산 반도체 이용 비율은 거기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자기 이름에 ‘위대한 나라(偉國ㆍ웨이궈)’라는 뜻이 있기 때문일까요. 자오는 칭화유니를 세계 ‘반도체 전쟁’ 한 가운데로 몰아넣고 덩치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지난 수 년 간 추진했거나, 성사된 굵직한 M&A도 상당합니다.

2015년 10월 칭화유니는 낸드플래시 강자인 미국업체 ‘샌디스크’를 손에 넣기 위해 190억 달러에 우회 인수를 추진했습니다. 같은 달엔 대만 반도체 패키지 업체 ‘파워텍’ 지분 25%도 6억 달러에 사들여 최대 주주에 올랐습니다. 파워텍은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업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뿐 아닙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두뇌’ 응용프로세서(AP) 회사인 대만 ‘미디어텍’을 인수해 메모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디어텍은 AP 시장에서 퀄컴에 이어 세계 2위 기업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만 반도체 설계 기술을 대표하는 업체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오의 회사는 경쟁 제조국들의 견제를 받기도 했습니다. 재작년 7월 칭화유니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인수도 추진했지만, 미국의 국가안보 유출 우려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칭화유니는 지난 18일 난징 시와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에 정식으로 사인했다. [출처=칭화유니 홈페이지]


해외 대신 중국 국내 투자로 눈을 돌린 자오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대륙 반도체 굴기(崛起ㆍ우뚝 일어서서 발전함)의 완성을 위해섭니다. 우한(武漢)ㆍ청두(成都)ㆍ난징(南京) 등 세 군데 생산 기지 구축에 쏟아붓는 돈만 합계 80조 원 이상입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향후 4∼5년 내 칭화유니를 세계 3대 반도체 업체로 만들 것”이라 선언한 자오 회장. 굶주린 호랑이는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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