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
“도장 찍을 사람 없는”삼성, ‘대체항로’ 이끌 2인자 180명
2017.02.22.
- 삼성 주요 계열사 부사장급 이상 180명 누구
- 키워드는 ‘58세ㆍ전자계열ㆍ서울대’등
- 권오현 등 사장단, 직원들에 “회사 믿어달라…성심 다할 것”당부

[SUPERICH=윤현종ㆍ민상식 기자]
“도장 찍을 사람이 없어요”

지난해 말, 삼성 핵심 계열사에서 일하는 중간 관리자급 직원 A씨는 기자를 만나 이렇게 털어놨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청문회’에 출석한 즈음이었다. A씨는 “굵직한 결정들이 모두 미뤄졌다. 연말 인사도 물 건너간 상태”라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두 달여가 흘렀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 그리고 삼성 일반 직원 인사를 다음 달 1일부터 실시한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다. ‘리더십 공백’으로 요약되는 삼성의 내부 기류는 크게 변한 게 없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기자와 조심스레 말을 섞은 A씨를 포함, 그와 비슷한 21만여 명 평직원(삼성 상장ㆍ비상장 계열사 합계, 2015년 말 공시 인력 기준)에게 삼성은 뒤숭숭해도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다. 누가 옥중에 있건, 도장 찍을 사람이 없건 그들은 ‘밥값’을 위해 물건을 만들고 팔아야 한다. ‘갤노트7 사태’ 등으로 땅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도 되찾아야 한다. 직원을 북돋워야 할 최고위 임원들 어깨가 더 무거워진 이유다.

최소 180명으로 집계된 그들은 누구일까. 슈퍼리치는 개인자산 합계 26조 7000억 원을 쥔 국내 최대 총수 일가를 대신해 기업집단 삼성을 책임진 ‘2인자들’을 톺아봤다.

▶ 평균 58세ㆍ서울대ㆍ석사이상=재계서열 1위 삼성을 대표하는 주요 상장ㆍ비상장사 21개 기업의 부사장 급 이상 임원은 모두 180명(총수 직계가족 제외)이다. 이 가운데 부사장은 131명, 사장 이상 부회장 등은 49명이다. 이들은 1968년 생(김재열 제일기획 사장)부터 1939년 생(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사이에 걸쳐있다. 평균 1959년 생. 만 58세다.

180명 중 학력이 공식적으로 확인 된 건 176명이었다. 삼성 부사장과 사장 이상 책임자를 제일 많이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였다. 34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고려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각 12명 씩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성균관대 출신은 11명이었다. 부사장 이상 임원 배출 순위로는 3위다. 



연세대와 한양대는 성균관대 다음이었다. 최고위 임원 각 10명이 이들 학교를 나왔다. 경북대 출신도 10명으로 두 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해외 대학 출신도 37명으로 상당했다. 미국 소재 대학 출신이 절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일본ㆍ중국 소재 학교를 나온 현지인 부사장들도 포함됐다.

고학력자 비율도 꽤 높았다. 석사 이상 학력 보유자는 176명 중 86명(48%)으로 나타났다. 부사장 이상 2명 가운데 1명 꼴이다.

▶ 삼성 사장의 키워드 ‘전자계열ㆍ서울대’=사장급 이상 임원진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는 전자 계열사 5곳에 집중했다. 49명 가운데 28명이다.

24명은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그룹 전체로 따져도 가장 많은 ‘사장님 또는 부회장님’들이 이 회사에 속해있다. 삼성SDS엔 정유성(61) 대표이사와 홍원표(57) 솔루션사업부문장 등 2명의 사장이 있다. 삼성SDI와 전기엔 각 1명 씩이다.



출신 학교도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편이다. 바로 서울대다. 28명 가운데 13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같이 책임진 권오현(65) 부회장을 비롯해 이윤태(57) 삼성전기 사장과 홍원표 SDS 사장이 서울대 출신자다. 특히 권 부회장과 이 사장은 나란히 전기공학과를 나온 동문이다.

그렇다고 서울대 공학계열 출신들이 삼성 사장 ‘주류’의 전부는 아니다. 인문ㆍ사회계열 전공자들을 무시할 수 없다. 숫자로 따지면 13명 중 7명이 비(非)공학 전공자다. 미래전략실(미전실)장을 맡고 있는 최지성(66)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미전실 차장인 장충기(63) 사장ㆍ박상진(64) 대외협력담당 사장도 같은 학교ㆍ학과 동문이다.



이 부회장이 지분 17.23%의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은 3명의 동갑내기 사장을 두고 있다. 세간에서 통합 삼성물산의 주역(?)으로 부르는 최치훈(60) 사장은 그 좌장 격이다. 삼성SDIㆍ삼성카드 사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사회과학분야 명문으로 불리는 미 터프츠 대 경제학과, 그리고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같은 회사 김 신(60)ㆍ김봉영(60) 사장은 각각 서울대와 한양대 출신이다.



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삼성증권ㆍ삼성카드ㆍ삼성자산운용ㆍ삼성벤처투자 등 금융계열사엔 상대적으로 사장 이상 임원진 수가 적다. 총 7명.

이 가운데 삼성생명엔 이수빈(78) 회장과 김창수(62) 사장 등 2명이 포진하고 있다. 이 회장의 경우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사장단협의체 의장을 맡은 바 있다.

▶ 이재용 만난 ‘미전실장’과 ‘학과동문’, 그리고 권오현=21일 현재 삼성의 ‘플랜B’는 확정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사장 이상 고위임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 상황이다. 밑으론 직원 사기에 신경써야 한다. 위로는 거대 기업집단의 앞날을 걱정해야 한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헤럴드DB]


이런 가운데 50명에 달하는 삼성 사장단 구성원 중 2명이 특검 소환 일정을 반복하고 있는 이 부회장을 접견했다. 한 명은 최지성 미전실장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최 실장은 여러 언론들도 ‘삼성의 2인자’라고 규정하는 인물이다.

최 실장 다음으로 이 회장이 접견한 이는 이인용(60) 사장이다. 기자 출신으로 삼성에 영입돼 현재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맡고 있다. 이 사장과 이 부회장 모두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온 동문 관계다. 역시 두 사람이 면회 당시 무슨 말을 나눴는지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헤럴드DB]


그리고 비록 이 부회장을 보진 않았지만, 삼성 사장단 중에서도 책임이 가장 막중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있다. 권오현 부회장이다. 신종균ㆍ윤부근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권 부회장의 책임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바로 연봉이다. 그는 2015년 급여와 상여금ㆍ기타소득 등을 합쳐 149억 5400만 원을 받았다. ‘삼성맨’ 가운데 최고액수다.

직원들에게 남긴 당부 속에도 그의 책임감이 묻어난다. 이 부회장 구속 직후 권 부회장은 삼성 사장단과 함께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회사를 믿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 해달라”며 “경영진도 여러분의 믿음이 헛되지 않게 성심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