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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장 물러난 ‘삼성家 안목’ 홍라희
2017.03.08.
[SUPERICH=이세진 기자] 홍라희(72) 씨가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직에서 사퇴했다. 삼성 측이 발표한 홍 관장의 사퇴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였다. 안목과 재력을 모두 갖춘 ‘슈퍼컬렉터’의 퇴장에 미술계는 물론 재계까지 술렁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7일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의 ‘한국 100대 부호’ 집계에 따르면 홍 관장은 국내에서 자산 10위권의 부호다. 한국 여성 부호 중 순위도 가장 높다. 삼성전자 보통주 108만3072주(지분 0.77%)를 보유하고 있는 홍 관장의 주식자산 평가액(1일 종가 기준)은 2조1705억원에 이른다. 지난주(2월28일)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802억원가량 자산이 동반 상승했다.

남편인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의 자산은 15조1645억원(1위), 장남 이재용(51) 부회장은 6조5535억원(3위), 차녀 이서현(44)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과 이부진(47)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각각 1조6314억원의 주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홍 관장은 한국의 대표 로열 패밀리의 ‘안주인’으로도 불린다. 


실시간 집계 중인 슈퍼리치 한국 100대 부호 (화면 일부 캡처, 3.06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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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 관장은 이름난 고미술품 컬렉터기도 한 이병철 선대 회장의 눈에 들 만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 시아버지가 매일 10만 원을 주며 “골동품을 사오라”며 홍 관장을 특별 훈련 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타고난 감각에 인맥과 재력을 더하며 미술계 영향력을 키워 오던 홍 관장은 1995년부터 호암미술관 관장을 맡았다. 호암미술관은 이병철 전 회장이 수집한 한국미술품 1200여 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호 ‘호암(湖巖)’을 이름으로 붙여 1982년 개관한 미술관이다. 또 홍라희 관장은 2004년부터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직을 맡아 왔다. 리움은 개관 당시부터 소장품이 1만 5000여 점에 이를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출처=facades.com]


홍 관장은 미술전문지 아트프라이스, 미술시가감정협회 등이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하는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인물’에서 1위에 오르는 ‘단골’이다. 미술계에서 홍 관장을 단순한 ‘값비싼 구매자’가 아닌 안목 있는 컬렉터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호암미술관과 리움 관장 두 직함을 동시에 내려놓은 배경에는 남편인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길어진 상황과 지난달 17일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홍 관장의 주변에서는 그가 최근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다만 그의 사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 관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사태로 홍 관장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가 3년 후인 2011년 복귀했다.

앞서 정유년 닭의 해인 2017년을 맞아 홍 관장은 ‘닭띠’ 주식부호 가운데 자산 1위로 주목받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홍 관장이 삼성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0.77%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영향력도 때에 따라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나 향후 예상되는 계열분리 과정에서 홍 여사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너가(家)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이건희 회장(3.54%, 보통주 기준), 홍라희 관장, 이재용 부회장(0.6%, 보통주 기준) 세 사람뿐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삼성SDS 보통주 3.9%, 삼성물산 보통주 5.51%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홍 관장은 제9대 법무부장관과 제21대 내무부장관을 지낸 홍진기 중앙일보 전 회장과 김윤남 씨 사이에서 1945년 태어났다. 홍진기 전 회장이 전주에서 판사로 지낼 때 태어나 ‘전라도에서 얻은 기쁨’이란 뜻의 ‘라희(羅喜)’로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을 남동생으로 두고 있으며, 홍라영(57)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여동생이다. 홍 관장의 사퇴 이후 홍라영 부관장과 이준 부관장의 협의로 리움미술관 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 관장은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Forbes)가 집계한 억만장자 순위에서 전 세계 1694번째 부호로 이름이 올라 있다. 포브스가 집계한 홍 관장의 자산은 19억2000만달러(2조2032억원) 선이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