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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家 은둔 경영자’ 벗고 존재감 드러내는 정유경
2017.03.09.
[SUPERICH=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지난해 12월 15일 정유경(45)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대구 신세계백화점 개장식에 참석하며, 1996년 그룹 입사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유경은 총괄사장 승진 전에는 물론, 2015년 말 총괄사장이 된 후에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은둔형 경영 스타일의 정유경 총괄사장이 최근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구점 개장 직전까지 다섯 차례 이상 다녀가는 등 어느때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신세계그룹 정용진ㆍ정유경 남매의 이마트-백화점 체제 ‘분리경영’이 본격화된 이후, 정 사장이 어머니와 오빠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내보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사진 오른쪽은 지난해 12월 15일 대구 신세계 개점에 참석한 정유경(45)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 왼쪽은 정유경 사장의 모친 이명희(74) 신세계그룹 회장이 2007년 2월 28일, 신세계본점 본관 개관식에 등장한 모습. 이는 1984년 이후 23년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해 온 정유경 사장의 행보는 어머니 이명희(74) 신세계그룹 회장을 쏙 빼 닮았다. 이명희 회장 역시 과거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던 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1984년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개장 당시 부친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이 회장은 이후 23년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유경은 이명희 회장의 해외 출장길도 수시로 동행하는 등 모친의 옆에서 경영수업을 착실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평소 모친을 가장 존경하고, 가장 닮고 싶은 인물도 어머니 이 회장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이처럼 정 사장이 최근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중에 관심은 오빠 정용진(49)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비해 크지 않다.

은둔형 경영자인 정유경과 달리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인기 경영자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틈만 나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온라인 언급량으로 살펴본 신세계 오너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보면,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관심도는 정유경 사장을 크게 앞선다.

온라인 언급량을 지수화한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로 최근 1년간 신세계 오너가에 대한 관심도를 분석한 결과, 정용진의 평균적인 검색지수는 32로 이명희와 정유경을 합친 수치 19보다 높다.

구글 트렌드는 구글에서 특정 키워드 언급량의 추이를 보여주는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이다. 분석 대상 단어에 대한 검색량이 가장 많은 시기를 100으로 지정하고, 나머지 기간은 상대적 수치로 환산해 보여준다.

신세계 오너가의 최고기록은 국내 최초의 쇼핑 테마파크를 표방한 ‘스타필드 하남’이 지난해 9월 9일 정식 개장했을 때였다. 이때 스타필드 하남을 주도한 정용진에 대한 언급량을 100점 만점으로 했을 때, 이명희의 검색량은 16, 정유경은 10에 불과했다.

재계 대표적인 은둔형 경영자답게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지난 1년간 검색지수 평균은 각각 11과 8 정도로, 정용진의 32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하지만 정유경이 최근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치며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대중의 관심도 역시 올라가는 추세다. 이달 5일 이명희와 정유경의 검색지수는 각각 27로 급상승했다. 두 모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는 의미다.



정유경의 부친은 정재은(78)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다. 고 이병철 창업주의 3남5녀 가운데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은 1967년 정재은 명예회장과 결혼한 후 가정주부로 지내다 19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 이사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 1997년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으로 분리되고 한 해가 지난 1998년부터 회장을 맡았다.

정재은 명예회장은 제4ㆍ5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정상희 씨의 아들이다. 고 정상희 씨는 1939년 협신산업상사 대표를 시작으로 광복 이후 삼호방적ㆍ삼호무역 부사장ㆍ삼호방직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에는 삼성그룹과 인연을 맺고 삼성전자ㆍ삼성물산ㆍ삼성생명 사장을 지냈다.

정재은의 형은 고 정재덕 신세계 고문이다. 고 정재덕 씨는 경기고, 미국 노스이스트미주리 주립대를 졸업하고 경제기획원 경제협력국장과 연합철강 사장 등을 지냈다.

정유경 사장은 경기초교 동창인 문성욱(45)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과 2001년 결혼한 뒤 슬하에 두 딸 서윤(15)ㆍ서진(14)을 두고 있다. 문 부사장의 아버지는 KBS보도본부장을 역임했던 언론인 문청(73) 씨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학사,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출신인 문 부사장은 SK텔레콤과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에서 근무하다 2004년 신세계에 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신세계 I&C 상무, 부사장을 거쳐 이마트 중국본부 전략경영총괄 부사장, 해외사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사업이 부진했던 이마트 중국 사업의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문 부사장은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패션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정유경의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전처인 배우 고현정 씨와 사이에 1남1녀를, 현 배우자인 플루티스트 한지희(37) 씨와는 2013년 1남1녀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한지희 씨는 고 한상범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맏딸이다.

2003년 정용진 부회장이 이혼하자, 정유경 사장은 정 부회장의 집을 수시로 찾아 두 조카를 돌볼 정도로 남매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재혼하기 전까지는 자녀 학교 행사에 어머니를 대신해 정유경 사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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