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
[단독] ‘세월호 이슈’ 피해가려고?…‘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슬그머니 빠진 현대카드
2017.04.17.
[SUPERICH=이세진 기자] 매년 국립현대미술관ㆍ뉴욕현대미술관과 함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공동주최해 오던 현대카드가 지난해 전시에서 슬그머니 이름을 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우승작으로 선정되자 이에 부담을 느낀 현대카드 측이 서둘러 이름을 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우승작 ‘템플’.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1998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이 처음 시작한 신진 건축가 육성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는 뉴욕현대미술관과 오랜 파트너쉽을 유지해 온 현대카드와 국립현대미술관이 2014년부터 공동주최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타이틀 스폰서로 이 전시에 참여하면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문화마케팅 ‘컬처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전시 주최 직전 현대카드가 돌연 발을 뺐다. 6월 중순께까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2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이던 공식 전시명은 주최 직전이던 7월5일 발표된 보도자료에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으로 변경됐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라는 브랜드 이름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공식 포스터에 들어가던 현대카드 로고 또한 없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6월17일 발표한 보도자료(왼쪽)과 ‘현대카드’ 이름이 모두 빠진 7월5일 보도자료(오른쪽). 현대카드 측은 “주최에서 빠진 적은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착오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부터 개최된 ‘젊은 건축가 프로젝트’ 포스터 모음


일각에서는 이 배경에 지난해 우승작 ‘템플(Temp‘l)’이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신스텍 아키텍처(건축가 신형철)의 작품이었던 ‘템플’은 폐선박을 활용해 내부를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파빌리온 형태의 임시 조형물이다. 뒤집힌 폐선박의 뱃머리 모습이 지난 2014년 4월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작품이 공개된 후 언론들도 이 작품을 “청와대 초입에 세워진 세월호 연상 조형물” 등으로 묘사했다. 본지도 지난해 7월 해당 작품과 관련, 다른 언론들과 같은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뒤집은 폐선박…건축, 이미지 그 이상의 것을 담다(2016.07.11)>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우승작 ‘템플’.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에 세월호 이슈에 크게 부담을 느낀 현대카드가 당선작 발표 후 주최에서 무리해서 빠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시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윗선’의 지시로 이뤄졌다. 당시 정태영(57) 대표이사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2년간 고수해온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자사 타이틀’을 제외하는 결정이 내려진 맥락이다.

석연찮은 부분은 또 있다. 전시 오픈 당시 ‘템플’의 신형철 건축가는 조형물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언론의 질문에 “세월호 사건으로 당시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세월호를 의식하고 만든 작품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최측과 우승자 모두 세월호 이슈를 비켜 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예술계 일각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사기업인 만큼 그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누구나 세월호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는데 “의도가 아니다”라고 부정한 것도 유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현대카드는 올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7’에는 다시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우승작은 오는 7월11일부터 10월9일까지 같은 장소인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컬처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을 뺀 것은 정치적 이슈랑 무관하게 이뤄진 결정이며, 순수 건축 공모 프로그램에 사기업의 타이틀을 붙이는 게 적합한가, 공모전의 순수성을 살리자는 취지였다”라며 “올해 주최에는 참가하지만 ‘컬처프로그램’ 이름을 다시 쓰진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 부회장이 매년 공모전 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만약 세월호 이슈를 걱정했다면 우승작으로 선정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이사 부회장 [헤럴드DB]


이와 함께 오는 4월15일과 16일에 현대카드 주최로 진행될 예정인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 내한 공연에 앞서 지난해 나온 정태영 부회장의 발언도 주목된다. 당초 하루로 예정됐던 공연을 한 회 늘리면서 날짜가 세월호 침몰 3주기인 ‘4월16일’로 결정되자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날짜가) 4/16이 되고 말아 마음에 걸리는데 남의 공연에 부탁은 못하겠지만 무슨 날인지 알리려고는 한다”라며 “옐로우라는 곡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고 글을 쓴 바 있다.

한편 정태영 부회장은 재계 2위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의 사위로, 1985년 정 회장의 둘째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혼인했다. 그는 현재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