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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비판이 두려운 권력…감시욕에서 탄생한 스캔들 메이커…미림팀·사직동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스캔들
토머스 홉스는 17세기에 이미 ‘유리집을 꿈꾸는 불면증의 군주’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은 욕망에 잠 못 이루는 절대군주는, 그래서 모든 것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유리집을 꿈꾼다는 것이다.

제러미 벤담은 원형 감옥인 판옵티콘의 비유를 들었다. 중앙 감시탑에 있는 간수는 빛이 차단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죄수들은 빛이 드는 곳에서 완전히 노출돼 시선의 비대칭 속에서 권력에 예속된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늘 비판에 불안한 법이다. 그들의 감시욕은 그 자체로 ‘스캔들 메이커’였고, 한국 현대사에도 이런 권력자들의 욕망이 키워낸 괴물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림팀’과 ‘사직동팀’이 그들이다.

‘미림(美林) 특별 수사팀’은 1960년대 중반 중앙정보부가 주요 인사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운영하던 정보 수집팀의 별칭으로, 미림이란 팀명은 고급 술집의 마담 등을 정보원으로 활용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일반에 존재가 드러난 것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때문이었다. 1994년 2차 미림팀이 재건된 이후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불법 도청을 시도한 내용이 만천하에 드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다.

1997년 11월까지 활동한 2차 미림팀은 3년5개월여간 일주일에 5개씩 모두 1000여개의 불법 도청 테이프를 생산한 것으로 추산돼 놀라움을 줬고, 일부 관련자는 퇴직 후를 대비해 불법 도청으로 취득한 테이프를 밀반출해 보관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며 미림팀은 다시 해체됐지만 밀반출된 테이프들은 세간을 떠돌며 일부 불법 도청을 당한 당사자 측에 전달되며 금품 요구로 이어지는 등 크고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하명 사건 수사를 전담한 곳은 경찰의 사직동팀이었다.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였지만 종로구 사직동 안가에서 은밀하게 작업을 했다고 해 사직동팀으로 불린 이들은 2000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해체됐다.

사직동팀의 뿌리는 1970년대 치안본부 특별수사대(특수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당시 내무장관이 “미국의 FBI와 같은 조직을 만들라”는 지시로 생겨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비위를 조사하며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그러나 ‘과도한 힘이 실려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특수대는 특수1ㆍ2대로 나뉘어 각각 사직동팀과 신길동팀으로 갈려 각자 청와대 특명 사건과 자체 기획 수사를 담당했다. 1980년대 말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바뀌면서 신길동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흡수됐고, 사직동팀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1997년 대선 당시 DJ 비자금 수사 관련 파문을 계기로 실체를 드러냈다.

이후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 내사, 한빛은행 대출 관련 비리 등과 관련, 야당 정치인의 부인까지 불법 사찰하고 권력 실세에 비선 보고를 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며 권력 남용 등 존폐 여부가 쟁점화되다가 2000년 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밖에 노태우 정권 당시 보안사를 비롯해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과 현 정부의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공식 감찰이냐, 불법 사찰이냐의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조직들이 존재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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