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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대통령 처삼촌 등 30명 줄구속
한국 경제를 뒤흔든 스캔들
사소해보였던 비리 사건은 파헤칠수록 얽히고설켜 ‘스캔들’로 비화된다. 개인의 탐욕이 부정한 권력의 뒷배를 타고 불거지는 권력형 스캔들은 거대 기업을 쓰러뜨리고 더 나아가 국가경제를 좀먹는다. 그 파장은 결국 하루아침에 돈을 날리고 일터를 잃은 서민들의 피눈물로 귀결되곤 한다.

1980년대 ‘이철희ㆍ장영자 사건’부터 지난해 ‘파이시티 사태’까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 크고 작은 스캔들은 끊임없이 우리 경제를 뒤흔들어 왔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1982년 5월 4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철희ㆍ장영자 부부를 구속했다.

혐의는 외국환관리법 위반. 명동 암달러시장과 캘리포니아에서 80만달러를 모았다는 검찰의 발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속속 밝혀진 어음 사기 행각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채시장의 큰손이던 장영자(당시 38세) 씨는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회사와 접촉해 현금을 빌려주고 몇 배의 약속어음을 받아냈다. 장 씨는 남편 이철희(당시 59세ㆍ전 중앙정보부 차장)의 경력을 들먹이며 “특수자금이니 비밀을 지키라”는 말을 덧붙이곤 했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로 불린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청와대 배후설 속에 은행장 2명과 기업체 간부, 전직 기관원, 대통령의 처삼촌에 이르기까지 30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대형 상장사인 일신제강과 공영토건은 부도가 났다. 법정 최고형인 15년형을 선고 받은 이ㆍ장 부부는 10년 가까운 옥살이 끝에 풀려났다.

▶게이트의 결정판=1997년 1월 한국의 재계 서열 14위이던 한보그룹의 부도를 발단으로 대표적인 권력형 게이트로 불리는 한보사태의 일단이 드러났다.

사건의 발단은 한보그룹이 부도를 내면서 불거졌는데, 부실 대출 규모가 5조7000여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한보그룹은 5조원 규모의 당진제철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거액의 돈을 은행에 빚졌다. 당시 금융계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상세한 검토도 없이 외압에 따라 대출을 결정했다.

또 은행감독원 등 금융감독기관도 동일인여신한도를 넘어선 한보철강에 대한 제일은행의 편법 지원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가벼운 문책만 함으로써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는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관리’를 받아 온 권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33명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과 김기섭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운영차장이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이 사태가 발생하면서 제철소가 있는 충남 당진지역은 부도 여파로 인해 171개 영세업소와 외상거래자들이 빈손이 되었고, 국가 대외신용도가 급격히 하락해 국가경제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우후죽순 PF에 경종=지난해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비리도 정치인, 은행, 개발업자의 추악한 스캔들로 불린다.

MB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전면에 부각됐지만 그 이면에는 비리에 얽힌 은행권,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주체인 시행사의 탐욕도 자리잡고 있다.

최초 시행사 파이시티 대표였던 이정배 씨는 1조4500억원 가량 PF 대출을 받은 후 파이시티 사업은 금융위기를 맞았다.

자금난으로 대출 상환에 실패해 채무에 허덕였다. 덩달아 연대보증을 섰던 시공사 대우자동차판매, 성우종합건설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 씨는 대출금 중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해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출 과정에서 은행도 한몫했다. 당시 우리은행 부동산금융팀장 A 씨는 2003년 말~2004년 초 대출을 해 줄 때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19억원을 받고 2010년 구속됐다. 당연히 사업성 평가는 도외시됐다.

이 사건은 우후죽순 늘어난 PF 사업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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