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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1969년 삼양 점유율 83%·2012년 농심 67%…영원한 승자는 없다
라면 ‘춘추전국시대’ 50년 그 경쟁 드라마…
라면시장 초창기 60년대 삼양라면 압도적 우위
농심, 너구리등 잇단 신제품 히트로 1위 역전

80년대 공업용 우지파동 이어 후발주자등 가세
농심·오뚜기·삼양·팔도 지금의 4강 구도로

라면 꾸준한 성장…올 국내규모 2조800억
K-푸드 열풍 업고 해외서도 국경없는 경쟁



삼양식품이 터를 잡은 중원에 농심이 출사표를 냈다. 이어 들어선 오뚜기와 팔도 등 신흥국에 이어 최근 건강식 열풍을 타고 진입한 풀무원까지, 라면시장의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규모만 해도 1조98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2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라면은 주식, 간식, 별식 등 어떤 이름을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매년 꾸준한 성장세가 보장되는 시장이다. 그만큼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1960년대는 라면시장의 1차 춘추전국시대였다. 삼양이 1963년 삼양라면을 내놓은 이후 농심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닭라면’을 앞세운 신한제분, ‘해표라면’을 내세운 동방유량, 풍년식품의 ‘뉴라면’까지 7~8개 업체가 난립했지만 결국 삼양과 농심의 이파전 양상으로 굳어졌다. 1969년까지만 해도 삼양의 시장점유율이 83.3%, 농심은 16.7%였다.


압도적인 점유율의 삼양을 꺾기 위해 농심이 내놓은 전법은 다양한 신제품 출시였다. 삼양이 ‘삼양라면’을 내놓은 이후 농심은 첫 작품인 ‘롯데라면’에 이어 ‘소고기라면’ ‘짜장면’ ‘농심라면’ 등의 신제품을 차례로 내놨다. 리딩 기업인 삼양도 ‘쇠고기면’ ‘장수면’ 등으로 응수했다. 1970년대는 삼양이 64.2%, 농심이 35.8%의 점유율로 삼양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였지만 농심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았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두 번째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야쿠르트(현 팔도)와 빙그레가 라면시장에 뛰어들었고 청보도 라면을 내놨다. 이후 오뚜기가 청보의 라면사업을 인수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삼양, 농심, 오뚜기, 팔도의 경쟁 구도가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했던가. 줄곧 1위를 내주지 않았던 삼양이 1985년 근소한 차이로 농심에 역전당했다. 1985년 3월께 농심 40.4% 대 삼양 39.6%의 구도는 그해 말에는 농심 42.2% 대 삼양 40.9%로 굳어져 있었다. ‘너구리’ ‘육개장 사발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인기 상품들이 연이어 히트를 쳐 준 덕분이었다.

여기에 우지파동 등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긴 것도 라면업계 지각변동의 원인으로 꼽힌다.

2003년 빙그레가 라면 사업을 철수한 이후 농심 삼양 오뚜기 팔도의 4강 구도는 계속 이어져 왔다. 지난해 10월 AC닐슨 조사 기준으로 농심은 65%, 오뚜기 13.1%, 삼양 12.7%, 팔도가 6.2%를 차지했다. 그러나 1개월 후 세계라면협회 조사에서는 삼양이 13.1%, 오뚜기가 12.7%, 팔도가 7.2%로 점유율이 나올 정도로 2~3위 간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1위 기업은 계속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후발주자들은 시장의 판을 뒤엎기 위해 신제품 출시,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신라면’ ‘삼양라면’ ‘진라면’ 등 1980년대 이전 나왔던 제품들이 여전히 인기 제품 10위 안에 들며 각사를 대표하는 것을 살펴보면 한 번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3년 현재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라면은 총 100여종에 이른다. 여기에 라면업체들은 매년 유통업체 PB제품을 포함해 적으면 5~6종, 많으면 10~15종씩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에 힘입어 풀무원도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은 튀기지 않은 건면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으며, 2010년부터 ‘자연은 맛있다’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PB 상품도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2011년 팔도의 ‘꼬꼬면’을 필두로 하얀국물 라면 열풍이 일자, ‘속까지 시원한 라면 e라면’이란 하얀 국물 라면을 내놨다. 이어 지난해 매운맛을 강조한 ‘도전 하바네로 라면’과 ‘볶음 짜장면’까지 총 3종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롯데라면 등의 PB라면을 내놓고 있다.

‘K-푸드’ 열풍이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라면은 그야말로 국경없는 전쟁을 벌이게 됐다. 삼양은 1988년 중국 칭다오(靑島)에 공장을 지어 일찍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고, 농심도 1990년대 말 중국 공장 설립으로 국제 무대 진출 기반을 다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내 라면업체의 세계시장 공략이 본격화됐다. 농심은 신라면을 지구의 지붕이나 다름없는 네팔의 히말라야 트래킹 코스부터, 지구 최남단 도시인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80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 4억5000만달러를 달성했고, 올해는 5억7000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뚜기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에 진라면 등 대표 상품들을 수출하고 있다. 2010년 100억원 상당의 수출 실적을 올렸던 오뚜기는 2년 만에 2배를 훌쩍 넘어서, 지난해에는 수출로 220억원을 벌어들였다. 팔도는 현재 60개국, 120곳의 유통망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지난해 3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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