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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거부들, 보험·투자금융 집중…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주식 가치만 2조1100억
[특별취재팀] 금융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슈퍼리치들의 주요 활동무대다. IT와 모바일 등의 산업에서 새로운 슈퍼리치들이 연일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슈퍼리치의 20%는 금융인이고, 영국의 경우 상위 5%의 금융인이 상류층 임금의 4분의 1을 독점한다. 새로운 투자기법과 투자상품이 등장하면서, 불특정 다수가 가진 자본은 더욱더 금융기관들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도 금융산업에서 부를 이뤄낸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양상은 서구와는 조금 다르다. 금융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은행을 사실상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투자금융사들의 자기자본 투자가 제한적이다보니 국민들을 상대로 금융상품을 파는 보험회사나 투자금융사들에 부자들이 집중되어 있다. 


현재 대한민국 금융권의 최고 부호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다. 그는 교보생명의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총액을 기준으로 그의 지분가치를 개략적으로만 환산해도 2조1100억원이 넘는다. 교보생명이 비상장사임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이 판단하는 그의 지분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신회장의 사촌인 신인재 필링크 사장이나, 누나인 신경애ㆍ신영애 씨들도 각각 900억원에서 1500억원 대의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교보생명의 덩치가 크다.

교보생명은 현재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신회장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는 나온다. 이과정에서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신창재 회장이 보험권의 대표 거부라면, 투자금융권에서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가장 부호다. 박 회장은 현재 2조원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비상장장사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8.69%,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48.6%,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를 보유해 미래에셋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상장사 지분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은 2000년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펀드투자 바람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좀 다른 모습이다. 미래에셋은 여전히 주식형 펀드의 높은 상태지만, 최근에는 부동산펀드, PE펀드(재무적 투자, 인수합병을 위한 사모펀드) 등 투자자산이 다원화되고 있다. 

금융권 세번째 부자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종금증권 등 2개 상장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주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총 6500억 여원에 이른다. 조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4남으로 2011년부터 메리츠금융그룹이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조회장은 지난해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 3월 다시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2005년 현 메리츠화재의 전신인 동양화재보험이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태동했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회장도 5700억원대의 지분을 가진 금융권 부자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7남인 그는 현재 현대해상의 지분 1940여만주만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손해보엄업계의 2위사로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금융회사 지분을 가진 인물 가운데에는 가장 젊은 부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부장은 미국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 워싱턴대 MBA 출신으로 지난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5700억원대에 달하는 그의 지분가치는 대부분 그룹의 주력사인 동부화재에서 나온다. 그는 동부화재 주식 94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동부화재만 놓고보면 김준기 회장보다 보유지분이 400만주 가까이 많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도 금융권의 대표적인 부자 중 한 사람이다. 김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식 112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만 4200억원에 육박한다. 김 부회장은 알려진바 대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고려대와 일본 게이오대 석사를 거친 김부회장은 1991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은 후 2003년부터 동원금융지주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오늘날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키워냈다. 그는 국내에서 투자금융업을 가장 잘아는 CEO로 꼽힌다.

김광수 NICE홀딩스 회장은 다른 금융권 부자들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는 인물이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는 몇안되는 개인 및 기업 신용평가 사업을 이끌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은 NICE홀딩스의 지분 1130만여주를 비롯해 서울전자통신과 비상장사인 에스투비네트워크, 지니틱스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력도 다른 오너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는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KH바텍의 공동창업주로 경영의 길에 뛰어들었고, 이후 서울전자통신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금융권부자 톱 10의 마지막 자리는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다. 그는 400여만주의 LIG손해보험 주식과 비상장사인 (주)LIG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기준 그의 지분 가치는 1400억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 그의 부는 사실상 의미없는 상황이다. 알려진 바대로 구 부회장을 비롯해 부친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동생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최근 법정에서 징역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오는 19일에는 구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LIG손해보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위 이후에는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과 그 일가,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대부분 지분가치가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실 대한민국에서 금융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인물은 따로 있다. 국내 최고 부자이자 세계 100대 부호중 한 명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이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4100여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본업이 금융이 아닌 만큼 순위에서는 제외했지만, 그의 삼성생명 지분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3조9000억여원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금융권 부자들은 그간 사회적으로 큰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제조업 오너들이 ‘수출시장을 개척하며 경제성장에 이바지해왔다’는 공만큼은 인정받는 반면, 금융권 부자들에겐 ‘국내시장에서 그저 쉽게 장사해왔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어왔다. 금융사들이 ‘신뢰할만한 산업자본 육성소’ 역할보다는, 오너일가들의 ‘개인 창구’나 관계사들의 불법대출 통로로 이용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국민들에게 펀드투자, 해외투자를 부추기고는 위기상황에선 등을 돌리고 나몰라라 한다”하는 비판도 들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를 가만하면 이제는 금융산업의 체력과 외연을 더 키워야 할 때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금융권 오너들이 해야할 역할이 크다. 워랜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존경받는 금융가가 될지 말지는 그들 스스로 손에 달렸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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