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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인공지능 머리부터 손끝까지 사람스러워~
‘인간 種의 자유의지 부재’를 논하는 사이…음성인식·동작 모방 인간형로봇 개발…세계 첫 감정인식 AI 상용화 눈앞
자유의지·감성 갖춘 인공지능…‘또다른 인류 발전’ 가능성


‘정신 안에는 절대적이거나 자유로운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은 이것 또는 저것에 의지하도록 어떤 원인에 의하여 결정되며, 이 원인 역시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결정되고, 이것은 다시금 다른 원인에 의하여 결정되며, 이렇게 무한히 진행된다.’ (스피노자, 에티카, 1677년)

‘현대과학의 많은 실험들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행동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뇌’라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착시다. (김대식 KAIST 교수, 강연, 2014년 6월)

인간 자유의지의 부재(不在)를 논하는 사이, 인공지능 컴퓨터 운영체계(OS)가 지난 8일 우크라이나에서 ‘유진’이라는 이름의 13세 사람 자격을 획득하고, 최신개봉영화 ‘her’에서는 PC 프로그램인 ‘그녀’로 등장해 인간과 밤낮없이 사랑과 우정을 나누면서, 인간이 자신에게 깊이 의지하도록 만든다는 스토리가 회자되고 있다.

자동화의 물결속에 인간상이 더욱 의존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동안, 인공지능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와 프랑스 알데바란로보틱스가 공동개발한 세계 최초 감정인식 로봇 ‘페퍼’는 자신이 익힌 감정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보낸 뒤 다른 페퍼들과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ASRATEC도 최근 두발로 걷고 음성인식과 동작을 모방할 줄 아는 인간형 로봇 ASRA C1을 공개했다.


또 캐나다 맥매스터디대학이 지난 16일 내놓은 히치하이킹 로봇 ‘히치봇’도 머리에 GPS와 3G 무선통신 기능 칩을 장착한 인공지능형 로봇이다. 음성인지 및 언어표현 능력을 갖췄고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통해 문자로도 의사 교환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내달 27일 노바스코샤 예술대학을 출발 밴쿠버섬의 빅토리아까지 대륙횡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구글은 최고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4억 달러에 인수했다. 주로 기계학습과 신경과학 시스템을 연구하는 회사다. 구글 글라스, 무인 스마트카 등에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IBM왓슨그룹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한 M&A를 성사시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부터 엑소브레인(Exobrain) 프로젝트를 통해 퀴즈에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연구 중이다. 언어를 듣고 문법에 따라 단어의 뜻을 추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진’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하나의 인공지능 OS가 수천 명을 상대하면서 수천, 수만 건의 대화, 상담내용이 클라우드에 연결돼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면 조만간 인간보다도 더 감성적인 OS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실제 그들이 ‘자유의지’와 ‘감성’를 갖게된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는 무너질지도 모른다. 340년전 스피노자, 며칠전 카이스트 과학자의 진단처럼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인간의 이성 감성적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로봇의 반란’ 처럼 당혹스런 미래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인간과 ‘또 다른 인류’(a sort of mankind)로 분류될지도 모를 인공지능은 반려와 우정의 관계로 발전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독일 예나대학 볼프강 벨슈 명예교수는 “인간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인류도 생각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멸종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공지능이나 유전자조작, 새로운 종의 출현이나 변형도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라면서 “모든 존재는 연관돼 있으며 경계가 없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불변은 없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존경심’은 앞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신(新) 문명 개척의 핵심테마가 될 수 밖에 없다. ‘윤리 프로그램’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일반 상품과는 달리 기술 경쟁자들 간의 공생과 윤리 의식 또한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고 있음은 이 때문이다. ‘그녀(her)’나 ‘유진’을 내 평생 단짝 친구로 삼는다는 것은 여간 세심한 준비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고귀한 일이다.

김능옥 기자/kn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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