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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재계 뉴도터스〈new daughters〉, 性域을 넘다
조신한 재벌가 여인서 탈피
의지·능력겸비 ‘준비된 딸들’
경영 전반서 영향력 확대

감성과 직관의 시대
소프트파워로 실력 발휘

[특별취재팀] 지난 2012년말 국내 한 전문기관이 실시한 조사는 재벌가에서 달라진 딸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10개 주요 재벌 총수자녀들의 남녀간 주식상속비율을 따져봤더니 남자가 66.4%로 나타났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장자를 중심으로 아들들에게 거의 모든 재산이 상속되던 것에 비하면 딸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상당히 커진셈이다. 한진, 현대, GS그룹 등은 아예 딸에게 상속된 주식재산이 더 많았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아들이지만 그 무게중심은 상당히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재벌가 딸들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확실히 커졌다. 경영 참여 비중도 지난 십년새 크게 높아졌다. 삼성, 현대차를 비롯해 롯데, 신세계, CJ, 대상, 한진, 미래에셋 등 많은 기업의 ‘회장 따님’들이 그룹의 계열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과거 재벌가 딸들의 경우 남자형제가 없거나, 경영을 맡던 남편과의 갑작스런 사별로 불가피하게 경영활동에 나서는 게 대부분이었다. 사회봉사활동을 총괄하거나 미술관 운영 등으로 그룹의 ‘평판’을 관리하는 그림자 역할도 많았다. 반면 21세기의 딸들은 스스로의 의지와 능력을 내세워 경영전반에 나서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속에 경쟁력을 강화한 준비된 딸들이 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변화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학벌이다. 1970년 이전에 태어난 딸들의 대다수는 국내 명문 여대 출신들이다. ‘조신한 재벌가의 여인’으로 키우고자 했던 부모세대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딸들 부터는 확연한 변화가 엿보인다. 여대를 벗어나 선택하는 국내 대학의 폭이 넓어졌고 해외유학파도 늘어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딸들인 윤정씨와 민정씨는 각각 시카고대, 베이징대 출신이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경후씨는 컬럼비아대를 나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는 하버드대 출신이다. 석박사 출신도 많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 임상민 씨는 각각 뉴욕대와 런던비즈니스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박용곤 두산그룹 전회장의 딸인 박혜원 씨는 미국 뉴욕대 MBA 출신이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전공’이다. 1세대 딸들이 불문학, 가정학 등 무난한 학문의 전공자가 많았다면, 최근의 재벌딸들은 다양한 전공을 통해 관심사를 표출한다.
이같은 변화는 비즈니스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성과 품질의 시대’에서 ‘감성과 직관의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딸들이 구축한 다양한 ‘소프트파워’가 그룹을 바꾸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터치와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회사의 커뮤니케이션력을 높이고 더 감각적인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가의 경우 이부진, 이서현 사장이 경영에 나서면서 호텔, 명품, 패션, 광고 등의 영역에서 계열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두사람이 딱딱하고 이성적으로만 느껴지던 삼성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톱티어(선두주자)가 된 삼성이 품질이나 기술을 넘어 스타일과 감수성, 직관으로 승부해야하는 시점인데, 이부분에서 두 딸의 역할이 앞으로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항공을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갖춘 항공사’, ‘광고 잘하는 회사’로 성장시킨 한진그룹의 조현아, 조현민 자매를 비롯해 대상그룹의 브랜드 파워를 진일보 시킨 임세령, 임상민 자매 등도 주목대상이다. 


돌파해야할 도전도 많다. 많은 딸들이 ‘소프트 파워’로 접근하기 쉬운 패션, 음식료, 면세점, 호텔, 레져, 식당 프렌차이즈, 광고 등에서 우선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들 산업은 딸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거대 그룹을 이끄는 경영자로서 역할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에서도 딸들의 실력발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낡고 고루한 조직 문화’를 깨는 데도 딸들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입으로만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권위적이고 기계적인 ‘중년 남성(임원)’들 사이에서, 조직의 유리천장을 깨고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재벌벌 딸들이 중추 역할을 해야한다는 기대다.

저명한 모 경영컨설턴트는 “역사적으로 혁신의 시대에는 해오던 일을 열심히 하기만한 회사들이 대부분 퇴보했다”면서 “디자인,인사이트,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등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기업환경에서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변화에 더 민감하고 감각적인 여성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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