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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셀럽]평생 '세금기부' 佛로레알 상속녀, 버핏 '기부 프로포즈' 거절 이유가?
[특별취재팀=윤현종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워런 버핏:“함께합시다”
릴리안 베탕쿠르:“non merci (됐습니다)!” 

2010년 여름, 프랑스 글로벌 화장품기업 로레알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가 미국 거부 워런 버핏의 기부 ‘프로포즈’를 거절했다. 기빙플레지(giving pledge) 클럽에 가입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그 뿐 아니다. 프랑스 항공산업체 마트라(Matra)와 대형출판사 아셰트(Hachette)의 아르노 라가르데르(Arnaud Lagardère)회장도 불참 의사를 표했다. 기빙플레지는 4년 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시작한 기부 캠페인이다. 죽은 뒤 재산 5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운동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부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워런버핏의 기빙플레지 가입권유를 거절한 프랑스 부호 릴리안 베탕쿠르.

그런데 이 회원 명단에 프랑스인은 찾기 어렵다. 기빙 플레지 구성원 128명 중 단 두 명,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베르그루엔홀딩스 이사장과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다이어. 단 둘뿐이다. 게다가 프랑스 10대 슈퍼리치 중 사회 공헌 이력이 있는 사람은 단 세 명이다. 미국 10대 부호 모두 어떤 형태로든 기부를 했단 점과 대조적이다.
왜일까. 프랑스 갑부들 혹은 프랑스인이 원래 수전노여서일까.

▶ 프랑스 부자가 ‘스크루지’처럼 보이는 이유=프랑스 국적의 슈퍼리치들은 이미 평생 기부(?)를 해왔다. 세금을 통해서다. 이들의 세금 부담은 상당하다. 매년 내야 하는 세액은 재산의 절반 가량이다. 소득세율만 40%다. 여기에 주택세ㆍ간접세 등을 더하면 세 부담은 훨씬 많아진다. 세금으로 사회 전체에 공헌한다는 부자들 나름의 명분이 있다.

최근 부자를 향한 프랑스 정부의 세금 압박은 더해지는 분위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부유세’ 신설로 세율을 75%까지 올리려 시도한 적도 있다. 실제 베탕쿠르가 “미국에서 부자들은 환영 받지만, 프랑스 부자들은 모두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국세청 때문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프랑스 부자들이 ‘납세의무’만 과하게 지는 건 아니다. 현지 상속법에 따라 프랑스인의 재산 일부는 ‘반드시’ 가족에 상속하게 돼 있다. 상속인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상속분의 규모는 직계 가족 수에 따라 달라진다. 적게는 재산의 25%, 많게는 75%까지다.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 해야하는 기빙플레지에 가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프랑스 부자들은 살아있을 땐 번 돈 만큼 세금을 많이 내지만, 죽은 뒤 후손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는 셈이다. 법 체계가 다른 미국 부자 중심의 기부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건 나름의 명분과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 항공산업체 마트라와 대형출판사 아셰트의 아르노 라가르데르 회장.

▶ 기빙플레지 명단에 없는 한국부자, 세금이 많아서? = 한국 부자들도 워런버핏 등에게 기빙플레지 가입을 제안 받았을까. 구체적인 소식은 확인된 바 없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회원도 명단에선 찾을 수 없다.

한국에 베탕크루나 라가르데르같은 억만장자가 많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산 1조원이 넘는 ‘빌리어네어’ 수는 30명 정도다. 10조원이 넘는 사람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명이다.

프랑스만큼의 세 부담이 높진 않다. 한국 부유층에 적용되는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은 38%수준이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41%대로 높아보이긴 한다. 그러나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3%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른 항목(상속세 등)의 세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일부 부자들은 이 또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피해 간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2003∼2008년 분식회계를 통한 차명재산 운용과 국내외 비자금 조성 등을 총 7939억원 규모의 횡령ㆍ배임ㆍ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재현 CJ 회장도 1990년대 중ㆍ후반 조성한 수천억원 대 비자금을 운용하며 조세포탈ㆍ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른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미국 부자 중심인 기빙플레지 회원들은 스스로 ‘특권’을 누려왔음을 고백했다고 한다. 프랑스 부자들은 그렇게 누린 특권의 대가를 나라에 지불한다. 한국 부자들이 받아 온 특권은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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