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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겉으론 반대하지만...IS의 ‘비밀 자금책’ 아랍 왕가
2015.01.30 11:19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지난해 9월, 미국이 시리아 내 IS격퇴를 위한 군사작전에 나섰을 때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 등 일부 아랍 왕정국가들도 미국을 지지하고 IS 공습에 동참했다. 이로써 IS를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비쳤지만 사실 사우디를 비롯한 이들 왕정국가는 오래 전부터 IS의 ‘돈줄’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영국의 정보기관 MI6의 국장을 지낸 리처드 디어러브(Sir Richard Dearlove)경은 지난해 7월, 왕립합동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에서 가진 강연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우디와 카타르의 부자들이 테러단체에 돈을 지원하고, 이를 당국이 눈감아주고 있다”며 “그 돈은 IS가 세를 불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와 카타르, 쿠웨이트 등 수니파 국가들은 급진 수니파 세력이 주축인 무장단체 IS와 종파가 같다. 그런 점에서 수니파 왕정국가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시아파 국가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IS를 유용한 도구로 삼았다. 특히 수니파 부호들이 물밑에서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IS의 테러활동을 은밀히 도왔다. 이는 IS가 2011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지 3년 만에 급격히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지적된다.



사우디 왕실은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 정보국 수장인 반다르 빈 술탄(Bandar bin Sultan) 왕자에게 “시리아 반군 무장단체를 지원하지 말라”고 직접 항의했을 정도다.

반다르 왕자는 1983년부터 22년간 주미대사를 지냈을 만큼 사우디 내에서 미국과 가까운 인사로 평가되지만 IS의 주요 후원자로도 지목돼 왔다. 그의 아버지 술탄 빈 압둘아지즈(Sultan bin Abdulaziz)는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Abdulaziz) 국왕의 12번째 아들이다.

반다르 왕자는 케리 장관의 압박에 대해 “(걸프 국가들은) 미국의 대시리아 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오바마 대통령도 믿지 못하겠다”며 반격을 가했다.

이후 사우디 왕가의 일원이 직접 나서 IS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해온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알왈리드 빈 타랄(Alwaleed bin Talal) 왕자는 지난해 10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시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IS에 돈을 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왕실 차원의 지원은 현재 중단했다고 밝혀 사우디 왕가에서도 이전까지 IS를 지원해왔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미국 씨티그룹의 대주주이기도 한 그는 애플, 월트디즈니, AOL 등에 투자를 하면서 현재 212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손에 쥐고 있다. 지난 23일 사망한 압둘라 빈 압둘라지즈 국왕의 조카이기도 하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폭로도 사우디와 테러단체 간의 연계성을 뒷받침했다. 지난 2010년 위키리크스는 2009년 12월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쓴 “사우디는 알카에다, 탈레반, 라슈카르 에 타이바(Lashkar-e-Taiba, 파키스탄 소재) 등 테러 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해왔다”는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카타르 왕정에 대해서도 테러단체와의 연계성이 지속적으로 언급돼 왔다. 급기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Emir Sheikh Tamim bin Hamad al-Thaniㆍ자산 추정액 최소 24억 달러) 카타르 국왕은 지난해 10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테러 조직을 지원한 사실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한 달 전 독일의 한 장관이 카타르가 IS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국왕이 직접 나서 테러단체와의 관계를 부정했지만 카타르 왕실이 IS를 포함한 국제 테러단체들의 자금줄이라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작년 10월, 카타르가 시리아 민병대에 자금을 전달하고 무장을 시키고 있다고 보도해 카타르 정부가 테러단체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연합해 전개된 IS 공습작전에서도 카타르가 정찰 비행만 할 뿐 실제로 IS에 폭격을 가하지 않으면서 이런 우려를 부추겼다. 게다가 알 자지라 방송이 지난해 8월,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IS에 대해 옹호하는 뉴스를 내보내면서 카타르 왕실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알 자지라는 카타르 왕실 소유의 방송사다.

이처럼 카타르의 모호한 태도 때문에 국제 사회에선 카타르 왕실이 앞에선 미국을 지지하고, 뒤로는 테러단체를 돕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왕실뿐만 아니라 카타르에선 개인 신분으로도 IS 등을 돕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업가로 알려진 아브드 알라흐만 알누아이미(Abd al-Rahman al-Nuaymi)는 IS가 알카에다에서 갈라져 나오기 전 이라크 알카에다에 매달 200만 달러씩 보냈으며 2013년 시리아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엔 60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구체적인 자산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거액을 테러단체에 내놓자 미국은 2013년 그를 테러 관련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영국도 지난해 10월 금융활동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카타르 국적을 가진 살림 하산 칼리파 라시드 알쿠와리(Salim Hasan Khalifa Rashid al-Kuwari)도 수십만 달러를 알카에다에 보내고, 억류된 알카에다 요원들의 석방을 위해 자금을 대면서 미국 정부가 요주의 인물로 주목한 바 있다.


쿠웨이트는 이처럼 아랍 왕정국가들의 자금이 테러단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창구 역할을 해왔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2013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시스템이 허술할 뿐만 아니라 쿠웨이트 왕실이 규제를 느슨하게 하면서 수억 달러가 쿠웨이트를 통해 테러단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를 묵인하는 사바 알아마드 알자베르 알사바(Sabah Al-Ahmad Al-Jaber Al-Sabahㆍ자산 추정액 최소 4억 달러) 쿠웨이트 국왕을 향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개인 신분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41세의 성직자 샤피 술탄 모함메드 알아즈미(Shafi Sultan Mohammed al-Ajmi)는 쿠웨이트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테러단체를 지원하는 인물로 꼽힌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캠페인으로 돈과 무기를 모아 테러단체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테러활동에 동참할 테러리스트까지 직접 모집해 단체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세의 하자즈 파흐드 하자즈 무함마드 샤비브 알아즈미(Hajjaj Fahd Hajjaj Muhammad Shabib al-Ajmi)도 시리아 반군에 1년간 수십만달러를 보내며 테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석유와 건축사업을 하는 부유층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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