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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1조원 여성 슈퍼리치도 슈퍼맘은 어려워…
포브스 “전세계 여성 빌리어네어 122명”역대최고
유리천장 뚫은 美여성CEO 전년비 70%급증 불구
자녀양육 실패땐 ‘슈퍼맘 타이틀’ 대열합류 못해
‘남성같은 헌신 강요’ 국내 기업문화 풍토도 한몫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 기자]‘풀타임으로 일하면서도 육아와 가사를 모두 해내는 여성(a woman who raises a child and takes care of a home while also having a full-time job)’
미국의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 사전은 ‘슈퍼맘(Super mom)’을 이렇게 정의내린다. 잘 들여다보면 일과 육아, 가사 ‘모두를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단서는 달려있지 않다. 동시에 해내는 것만으로 ‘초인적인 엄마’로 여겨진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슈퍼맘이란 단어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74년이다. 미국에서 맞벌이가 본격화되던 시기에 언론이 사회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을 이렇게 표현하면서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훨씬 늘었다. ‘유리천장’은 아직 존재하지만 많은 조직에서 여성들이 고위직에 오른다. 이른바 ‘슈퍼우먼의 시대’가 됐다. 


선진국일수록 그렇다. 미국은 지난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이직률이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이 남성 CEO 자리를 대체한 경우가 103건으로 전년대비 70%나 늘었다. 큰 돈을 번 여성 슈퍼리치의 숫자도 많아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세계 122명의 여성 빌리어네어가 존재한다. 역대 최고치다.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카고 대학의 마리안 버트란드(Marianne Bertrand) 박사와 코넬 대학의 케빈 홀록(Kevin F. Hallock ) 박사가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S&P 500대 기업 최고위직 여성들의 봉급은 같은 직급의 남성들에 비해 45% 정도 낮았다. 연봉 전문 조사업체인 이퀼라(equila)의 분석도 흥미롭다. 지난해 연봉 상위 200위 이내에 오른 여성 CEO 11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주당 59.4시간을 일하고 30만1923달러의 주급을 벌었다. 그 가운데 15만달러에 해당하는 시간은 요리ㆍ청소ㆍ보육 등 가사에 투입됐다. 남성 CEO보다 회사일을 도외시 하는 것으로 해석될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여성 CEO들이 종합적인 측면에서 더 많이 일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열심히 일해도 여성 슈퍼리치들이 모두 슈퍼맘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자수성가 부자 엄마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맥 휘트먼(58) HP 회장이 그렇다. 이베이 CEO시절이던 2006년 큰아들 그리피스 루더홀드(당시 21세)가 젊은 여성들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곤욕을 치렀다. 결국 휘트먼은 보석금 2만5000달러를 내고 이를 무마해야 했다. 휘트먼은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CEO로 평가된다. 하지만 많은 미국 여성들은 이사건 이후로 그녀를 ‘나쁜 엄마, 실패한 엄마’로 기억한다. 사회에서 성공해도 엄마 역할에 실패하면 슈퍼맘이 아니라는 의미다. 슈퍼우먼들 스스로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시크릿 오브 밀리어네어 맘’(Secrets of Millionaire Moms)의 저자인 타마라 모노소프는 “억만장자 워킹맘들은 경영에 성공했지만 회사 일 때문에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게 된 것을 가장 속상해 한다”고 말한다. 


국내 재계에도 예전보다 많은 슈퍼우먼들이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슈퍼맘’의 영역에서는 선진국보다 뒤쳐진다. 대기업 주요 상속자 가운데는 여성들이 많다. 예전보단 늘었지만 이들외에 최고경영직을 여성이 맡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출산 후에 자연스레 위축되거나 단절되고, 사회풍토와 조직문화는 아직도 ‘남성적인 헌신’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결혼 8년 차이자 상무이던 지난 2007년 득남하면서 워킹맘이 됐다. 하지만 이 사장은 출산 3일 만에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챙겼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을 때, 그녀의 근성과 프로의식을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비슷한 일이 미국에도 있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2012년 취임 3개월만에 아들을 출산했다. 그녀는 출산한 지 2주만에 회사로 출근해 일을 챙겼다. 하지만 여성단체,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 출산휴가를 제대로 가지 않고 일을 계속해 여성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메이어는 출산여성이나 아내가 출산한 남성 직원 모두 8주씩 휴가를 갈 수 있는 혜택을 내놨다.

관리자로서 이부진 사장이나 마리사 메이어의 책임감 자체는 모두 높이 살만한하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우리 사회와 기업은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은 또다른 경쟁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세련된 브랜드와 감각적인 제품이 승부수로 여겨진다. 더 많은 여성들, 슈퍼맘들이 재계 전반에 필요하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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