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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회장님이 사랑하는 나라…‘김승연-그리스ㆍ최신원-브라질’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글로벌 도약을 꿈꾸는 기업인들은 한 해에도 수십 번 해외를 오가며 폭넓은 비즈니스를 펼친다. 각국 정부와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자연스레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
국내 기업 총수들도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나라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그 중에서도 총수들마다 각별하게 생각하는 국가들이 존재한다. 특히 선대(先代) 때 맺은 관계를 2대째 유지하면서 상대국과의 인연을 유지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그리스=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앞 국기게양대에는 태극기, 그룹 사기(社旗)와 함께 그리스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한화그룹 사옥 27층엔 그리스 대사관이 입주해 있다. 모두 한화그룹과 그리스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한화와 그리스의 인연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주한 그리스 명예총영사 임명장 수여 후. 맨 오른쪽이 김종희 한화 창업주(사진=대한상공회의소 ‘CEO 만화열전 한화 김종희’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한화그룹(당시 한국화약) 창업주인 김종희 회장을 서울 주재 그리스(당시 희랍왕국) 명예 총영사에 임명한다. 당시 정부는 수출 확대를 위해 주로 기업인들에게 명예영사 자리를 맡겼다.

이후 김종희 회장은 1972년 콘스탄틴 그리스 국왕으로부터 한국과 그리스 양국의 우호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성십자훈장을 받았다.

2007년 그리스 대통령궁을 방문해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만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종희 회장의 장남 김승연 회장은 1983년 제2대 그리스 명예 총영사에 취임해 1993년까지 10년간 활동하며 선대 때 시작된 인연을 계승했다. 1993년과 1994년엔 김종희 선대 회장의 추모 미사를 출장 중인 그리스 아테네 현지 성당에서 열기도 했다.

이처럼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화그룹은 1993년 현지 상업은행인 아테네은행을 인수하며 그리스 금융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1998년 매각 전까지 김승연 회장은 아테네은행 회장직을 겸하면서 그리스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김 회장은 이후 2007년 다시 그리스 명예 총영사직을 맡아 지금까지 그 우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최신원 SKC 회장-브라질=최신원 SKC 회장의 직함 중엔 유독 브라질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2011년 ‘한ㆍ브라질 소사이어티’(KOBRAS)의 초대 회장에 선임됐고, 2012년엔 브라질 명예영사로 위촉됐다. 지난 해 7월, 한ㆍ브라질 소사이어티 회장직을 연임하기로 결정하면서 지금까지 그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에 앞서 그의 작은 아버지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도 1978년 한ㆍ브라질 경제협회장을 맡은 바 있다. 역시 2대에 걸쳐 한국과 브라질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12년 최신원 SKC 회장(왼쪽)과 에지문도 후지타 주한 브라질 대사가 국내 브라질 유학생들의 SKC 인턴십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한 당시 모습


최신원 회장은 1990년대 당시 선경 미국법인에 근무하면서 두 차례 브라질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이때 최 회장은 “자원이 많아 앞으로 (브라질에서) 우리가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민간 경제사절을 자청하며 브라질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또 지난 2013년과 2014년엔 국내에서 유학하고 있는 이공계 분야의 브라질 학생들을 SKC 인턴사원으로 채용하는 등 한국과 브라질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에콰도르=2013년 4월, 보령제약 대전지점 내에 에콰도르 명예영사관이 문을 열었다. 이는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이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김 회장은 같은 해 2월 주한 에콰도르 명예영사관에 위촉돼 활동 중이다.

2013년 4월, 에콰도르 명예영사관 개관 당시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왼쪽)과 니콜라스 트루히요 네울린 주한 에콰도르 대사(오른쪽)

국내 제약사들은 오래 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활로를 모색해왔다. 보령제약도 김 회장의 아버지인 김승호 회장 때부터 일찍이 에콰도르가 위치한 중남미 지역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다.

2009년 회장직에 오른 장녀 김은선 회장은 신약인 카나브(고혈압 치료제)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 최근 중남미 13개국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미 멕시코와 에콰도르에선 시판 허가를 받았다. 그만큼 에콰도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김 회장의 관심은 여느 지역보다 높다.

한편, 김승호 회장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에 약을 무상지원하다가 명예영사로 임명돼 활동하기도 했다.

▶ 이웅열 코오롱 회장-마다가스카르=이름도 낯선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20년째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왼쪽)과 2012년 한국에 방문한 마다가스카르 유소년 축구선수들


이 회장과 마다가스카르의 인연은 1995년 시작됐다. 20년 전 당시 우리나라와 마다가스카르 사이엔 별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웅렬 회장이 주한 마다가스카르 명예영사를 맡으면서 조용하게 우정을 쌓아왔다.

지난 2012년엔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방문한 마다가스카르 선수단에게 코오롱은 축구화와 유니폼을 선물하는 등 외교 사절로서 역할을 해왔다.

주한 마다가스카르 영사관도 2013년 인천 송도로 이전하기 전까지 경기도 과천의 코오롱 타워에 자리잡고 비자발급 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현재 코오롱은 마다가스카르 현지에서 별다른 수익사업을 하지 않고 민간 교류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첫 기업인 출신 명예영사는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주였다. 박두병 회장은 1961년 당시 주한 벨기에 명예영사를 맡았었다. 명예영사는 빈 협약에 따라 외교관에 준하는 권리를 갖지만 별도의 월급을 받진 않는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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