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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부호들도 떨리는(?) 대통령과의 1초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 2014년 6월 어느 날 28세의 젊은 청년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를 받고 백악관을 찾았다. 청년의 이름은 데이비드 카프. 바로 마이크로 블로그 ‘텀블러(Tumblr)’의 창업자였다. 카프는 2013년 야후에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받고 텀블러를 팔면서 청년부호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미 최고 권위의 대통령과 20대 억만장자는 만남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노트북 웹캠 앞에 섰다. 두 사람이 주먹을 맞대고 찍은 사진은 일명 ‘움짤ㆍ사진①(움직이는 사진)로 만들어져 백악관 공식 텀플러 계정에 게재됐고, 이 ‘우스꽝스러운 1초’는 온라인상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텀블러는 다른 SNS와 달리 ‘움짤’ 형식이 지원돼 젊은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카프는 오바마 대통령과 찍은 ‘움직이는 사진’ 한 장으로 텀블러의 이 같은 특성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움짤’을 만들어내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20대 억만장자의 당당한 면모를 각인시켰다.

찰나의 순간이 때로는 더 강렬한 기억을 남길 때가 있다. 1초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순간을 기록한 사진 한 장이 당시 분위기는 물론 인물의 성격과 감정까지 그대로 전달해준다.

슈퍼리치들의 특별한 순간 중 하나가 바로 대통령을 만났을 때다. 국가의 주요 리더들끼리 만난 이 자리에선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고, 슈퍼리치들의 표정과 제스처들도 엿볼 수 있다.


다음 사진을 보자.

2011년 2월, 실리콘 밸리의 벤처투자자 존 도어의 자택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IT 기업인들의 만찬 장면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부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리드 해스팅스 넷플릭스 CEO까지 실리콘 밸리 거물들이 모처럼 한 장의 사진<사진②> 안에 담겼다. 이들 억만장자 6인의 당시 자산만 더해도 총 715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 약 80조원에 육박하는 값비싼 사진 한 장이 이날의 특별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은은한 조명 속에서 재킷을 벗은 채 탁자에 둘러앉아 건배하는 모습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엔 IT기업 특유의 자유분방한 문화도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회동 순간들이 있다. 대개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 겸 간담회를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특정 산업군을 지정해 회동을 갖기보다 10대 그룹 혹은 20대 그룹 형식으로 기업인들과 대통령 간의 회담이 이뤄진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국내 30대 그룹의 오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사진④>을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4대 그룹 총수들과 조찬 간담회<사진⑤>를 가졌다. 이러한 형식의 만남은 정형화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미국에 비해 정ㆍ재계 회동이라는 자리의 정체성이 보다 뚜렷하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스탠딩 티타임’<사진⑥> 형식의 회동도 시도됐다. 대통령과 총수들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연출하며 무게를 덜어내고 좀 더 유연한 형식을 취했다.

대통령과 슈퍼리치의 만남이 꼭 집무실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2011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은 페이스북 본사를 찾아 마크 저커버그 CEO와 타운홀 미팅<사진③>을 가졌다. 작은 원탁 하나만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매우 소박한 만남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저커버그는 대통령과의 자리라는 점을 고려해 평소 선호하지 않는 재킷과 넥타이를 갖춰 입었지만 아래는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대화 중 차례로 재킷을 벗는 순간을 연출하며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등 현장 분위기를 유연하게 이끌어 내는 등 현장 분위기를 유연하게 이끌었다.

국내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가 아닌 서울 효자동의 비좁은 식당에 국내 슈퍼리치들이 한데 모인 이색적인 순간이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 국내 대표 기업인들은 신발을 벗고 방바닥에 앉아 대통령과 식사했다. 노타이에 재킷을 벗고 서로 바짝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진⑦>.

대통령과의 만남 외에도 슈퍼리치들은 저마다 인생의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하는 시간들이 있다. 인생의 멘토를 만났을 때 혹은 사업의 평생 동반자를 만난 순간은 훗날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된다. 우연히 맞닥뜨린 글 한 줄, 기사 한 편이 슈퍼리치 삶의 방향을 바꾼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되는 절망적 시점들도 있다.

이처럼 찰나이지만 슈퍼리치들이 지나온 시간들 중엔 결정적이자 평생의 장면으로 남은 순간이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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