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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슈퍼리치!(19)]‘왜 20대를 위한 뉴스는 없나?’…‘젊은 미디어’ 창업한 26살 동갑내기
-젊은 세대만을 위한 온라인 미디어 창업한 고교동창
-고액연봉 금융인 생활 접고 미디어 업계에 도전장
-젊은이들 구미에 맞는 영상과 이미지로 무거운 뉴스 풀어내
-젊은이들과 접점 늘리려는 광고주들 관심 몰려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젊은이들은 정말 정치뉴스에 무관심하고, 기사도 전혀 읽지 않을까? 혹시 지금의 미디어들이 쏟아내는 뉴스가 오히려 젊은 세대의 감각을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26살 동갑내기인 크리스 알첵(Chris Altchek)과 제이크 호로비츠(Jake Horowitz)는 이러한 생각 끝에 2011년 직접 ‘젊은 세대를 위한’ 온라인 미디어 설립에 나섰다. 기존의 전통언론은 청년 세대의 시각을 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기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마이크(MIC)’는 탄생했다.

마이크(MIC)의 공동 창업자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제이크 호로비츠(왼쪽)와 크리스 알첵.

20대의 무모한 도전쯤으로 여겨졌지만 마이크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본 트위터가 작년 말 인수에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구두로 오간 얘기 속에서 트위터가 인수금액으로 9000만달러(약 1006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위터는 마이크를 품지 못했다. 마이크의 젊은 두 창업자가 SNS 거물의 제안에 별 흥미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텍스트부터 그래픽까지 젊은 세대에 맞춘 ‘영(young) 미디어’=마이크가 집중공략하는 독자층은 18세~34세다. 1980년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익숙한 것이 특징이다. 에디터와 기자들은 먼저 기사가 온라인에서 공유할 만한 것인지, 입소문으로 퍼져나갈 만한 지 등을 고려해 아이템을 선정한다. 기사는 텍스트와 동영상, 인포그래픽이 어우러진 뉴스 콘텐츠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2015년상반기 경찰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단9일에 불과하다는 뉴스를 전하며 삽입한 이미지.

집필진들 역시 20~30대가 주류를 이루는 만큼 기사엔 젊은 세대의 시각이 담겨 있다.

2009년 무슬림 세계에 화해의 손을 뻗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 연설’ 6주년을 맞아 마이크는 지난 4일, 20대 무슬림 10명이 오바마에게 쓴 편지를 게재했다. 카이로 연설 6년 후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이슬람권 청년들의 인식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기사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당시 연설 동영상도 포함시켜 이해를 도왔다.

마이크의 모바일 페이지.

이처럼 마이크는 젊은 세대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최신 플랫폼과 기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17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 받으며 현재까지 총 3200만달러(약 360억원)를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마이크가 젊은이들을 위한 미디어란 점에 매력을 느낀다. 넷스케이프 창업자 짐 클락(Jim Clark)도 마이크가 메이저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에 동참했다.

▶토론 즐기던 금융인과 중동 연구원 출신=두 사람은 고등학교 재즈밴드에서 만났다. 제이크는 학교 신문 편집장이기도 했다. 졸업 후 크리스는 하버드로, 제이크는 스탠퍼드로 진학하며 헤어졌지만 계속 연락을 하며 지냈고, 특히 공공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즐겼다.

이후 크리스는 골드만삭스에 입사하며 금융인의 길을 걸었다. 제이크는 레바논에 있는 ‘카네기 중동 센터(The Carnegie Middle East Center)’에 들어가 중동문제 연구와 함께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작년 11월,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가운데)와 단독 인터뷰를 한 제이크 호로비츠(왼쪽).(사진=제이크 호로비츠 트위터)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정치성향도 다르다. 크리스는 “제이크는 리버럴(liberalㆍ자유주의자)이다. 나는 그보다 더 오른쪽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토론할 때 의견이 일치한 적이 매우 드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친구는 토론을 자주 하면서 젊은이들이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크리스는 “대부분 젊은 세대가 가벼운 뉴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뉴스에 목말라 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와 제이크는 결국 젊은 세대를 위한 미디어를 직접 설립하며 전통 미디어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치와 국제 현안을 전문으로 다룬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폴리시믹(PolicyMic)’이라고 지었다.

크리스 알첵 CEO는 조지 부시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회의(NEC)와 2009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듬해 크리스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그만뒀다. 당시 동료들은 고액연봉이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그에게 정신나갔다고 했다. 실제로 크리스는 골드만삭스에서 받은 보너스 7만5000달러(약 8400만원)를 모두 폴리시믹에 투자할 정도로 미디어 사업에 ‘흠뻑 빠져’ 있었다.

처음엔 허핑턴 포스트처럼 자유기고가들을 섭외해 페이지를 채웠지만 2013년부터 좀 더 젊은 세대에 밀착한 직속 기자들을 늘렸다. 기사 카테고리도 과학ㆍ예술ㆍ성정체성 등으로 확장하면서 지난 해 사명에서 ‘폴리시’를 떼어냈다.

현재 크리스는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제이크는 수석 에디터로서 콘텐츠 전략을 짜고 있다.

▶어수선한 배너광고 대신 세련된 내러티브 광고로 수익=마이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배너광고가 전혀 없는 것이 눈에 띈다. 크리스는 “젊은 세대들이 배너광고를 철저히 무시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광고방식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대신 내러티브 광고를 수익모델로 내세웠다. 그 결과 작년 8월, 패션 브랜드 ‘콜한(Cole Haan)’과 자동차 회사 ‘캐딜락(Cadillac)’으로부터 스폰서 계약을 따냈다.

콜한의 후원을 받아 연재한 내러티브 광고.

콜한의 후원을 받아 각종 산업에서 활약하는 젊은 여성 리더들을 조명한 기사를 연재했고, 캐딜락으로부터 혁신적인 기업가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물 제작을 지원받았다.

작년 11월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손잡고 GE의 두뇌공학 기술 및 연구성과를 연재했다. ‘브레인믹(Brain.Mic)’이라는 타이틀로 나간 이 기획은 마이크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GE와 손잡고 제작한 내러티브 광고 브레인믹(Brain.Mic).
심리테스트 포맷을 웹에서 구현한 데다가 ‘개는 인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유타주의 연쇄자살 배경’ 같은 흥미로운 주제를 과학으로 풀어내 젊은 독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이밖에도 젊은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고자 하는 주요 기업들이 계속 마이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GE가 마이크를 택한 것도 당장 다음 분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사업을 ‘미래 세대’에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마이크의 광고방식은 기존의 1차원적인 기업광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 ‘똑똑한’ 젊은 세대만 노린다=현재 마이크 홈페이지 월간 방문자수는 3000만명이다. 2억명을 기록하는 버즈피드(Buzzfeed)나 1억5000만명인 복스(Vox)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크리스는 단순히 방문자수만 늘리는 것엔 관심이 없다. 오히려 4000만~5000만명 선을 유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독자층이 무분별하게 넓어지면 마이크 고유의 강점을 잃고, 나아가 광고주들에게 프리미엄 광고비를 책정할 근거까지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리스는 ‘대학을 졸업한 똑똑한(smart) 젊은 세대’로 타깃을 더욱 좁히려 한다. 그는 “똑똑한 젊은 세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광고주들은 우리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13년 백악관을 방문한 제이크 호로비츠(왼쪽). 마이크는 백악관과 함께 미국 청년들의 건강복지 증대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 오픈 마이크(Open Mic)를 전개한 바 있다.(사진=제이크 호로비츠 페이스북)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Pew)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8세~34세)가 앞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구매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만을 위한 미디어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그의 목표가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특정 세대에 집중한 마이크의 모델은 이제 그들만의 고유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 주요 수치
3000만명(월 방문자수)
3200만달러(총 투자유치액)
9000만달러(트위터의 인수제의 금액)
22세(창업 당시 나이)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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