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 Facebook
  • Instagram
  • Kakaostory
  • mail
인물
대지진 그후, 네팔 '라면왕'의 외로운 싸움
2015.06.27 10:10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지난 4월과 5월 두 번의 대지진이 네팔을 강타했다. 이후 3개월간 300여 차례 여진이 발생하며 네팔인들을 절망 속에 빠뜨렸다.

지난 22일, 싱가포르 자산정보업체 웰스X와 만난 네팔 유일의 억만장자이자 라면왕으로 불리는 비놋 차드하리(Binod Chaudhary) 차드하리그룹 회장은 인터뷰에서 “우기(몬순)까지 겹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또 한번 고난을 겪을 것”이라며 애타는 심정을 전했다.


네팔 유일의 억만장자 비놋 차드하리 회장


차드하리 회장은 지진 발생 후 지금까지 280만달러(한화 약 31억2300만원)를 내놨고, 추가로 1250만달러 기부(약 140억원)도 약속하며 구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네팔 총리가 ‘총리 국가구호기금(PMNRF)’이란 계정을 별도로 개설하면서 현지에선 기금 모금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기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뉜 데다 비정부기구(NGO)가 아닌 총리에게 성금이 전달되는 것에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 자선단체에서조차 성금을 착복한 사실이 밝혀졌다.

차드하리 회장도 “일부에서 (성금) 유용이 있었다”며 “많은 자선단체들이 성금이 제대로 전달될 지 믿지 못해 기부를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우리처럼 민간 영역이 주도적으로 개입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네팔 지진현장에서 구호물품으로 제공되고 있는 차드하리 회장의 와이와이 라면,(사진=비놋 차드하리 트위터)


자산 11억달러(약 1조2300억원ㆍ웰스X 기준)를 보유한 차드하리 회장은 인스턴트 라면 ‘와이와이(WaiWai)’로 큰 성공을 거둬 ‘라면왕’으로도 불린다. 현재 세계 라면시장의 2%를 점유하고 있다. 이후 호텔ㆍ금융ㆍ병원ㆍ부동산ㆍ교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인구 3000만명의 가난한 나라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억만장자가 됐다. 내년이나 내후년쯤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의 말대로 차드하리 회장은 대지진 발생 후 개인 재단을 통해 와이와이 라면과 이불 등을 구호 물품으로 제공하고, 의료지원과 학교ㆍ주택 재건에 나서며 참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급한 구호 물품을 돈으로 따지면 약 30만달러(약 3억3400만원) 상당에 달한다고 웰스X는 전했다.

특히 그는 피해 지역에 임시가옥 1000채를 짓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채당 750달러가 투입되고, 완공까지 8일이 걸린다. 이 사업에 그의 인맥도 동원됐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그 중 한 명이다. 마윈 회장도 친구 차드하리 회장을 도와 1000채를 추가로 짓기로 약속했다.


피해지역에 지어진 임시가옥.(사진=웰스X)


차드하리 회장은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꾸게 된 계기도 털어놨다. 그는 “18살 때 ‘내가 자원이 빈곤한 작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며 “하지만 난 ‘100년 간 이어져 온 할아버지의 섬유회사를 반드시 네팔 최초의 다국적 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항상 다짐해왔다”고 밝혔다. 가족이 운영하던 비스킷 공장에서 남은 밀가루로 라면을 만든 것이 그의 라면 사업의 시작이었다.

자신을 ‘작은 나라의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차드하리 회장은 큰 꿈을 갖고 있다. 바로 전 세계인이 네팔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부패와 관료주의에 빠지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놋 차드하리 회장은 지난 2013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자선가 400인에 선정돼 포브스 자선 정상회담(Forbes 400 Summit on Philanthropy)에 초대됐다. 당시 빌 게이츠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사진=차드하리 그룹 페이스북)


비영리 씽크탱크 ‘호프 월드와이드(HOPE Worldwide)’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8600명에 이르고 가옥 50만채가 파괴됐다. 집을 잃은 280만명의 난민도 생존을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차드하리 회장은 미래의 네팔이 글로벌 무대에서 다른 나라들과 겨루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그동안 스스로에게 사업 동기를 부여해왔다고 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네팔 유일 억만장자의 외로운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joze@heraldcorp.com
오늘의 주요기사
MOST READ STORIES
KOREA SUPERICH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