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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슈퍼리치!(20)]‘누구에게도 하늘을 내주지 않겠다’...드론으로 첫 억만장자된 中 청년
어릴 적부터 ‘헬기앓이’, 현 드론시장 70% 점유
자산 5조원으로 세계 최초 드론 억만장자 탄생
제자 사업에 투자한 교수까지 억만장자 반열에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지난 1월 26일 새벽. 미국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다. 정체불명의 소형 무인비행기인 드론이 난데없이 날아와 백악관 건물을 들이받고 관내에 추락한 것이다. 즉각 정보기관의 수사가 시작됐고, ‘범인’은 정부 직원으로 밝혀졌다. 만취한 채 친구의 드론을 조종하다 어둠 속에서 드론을 놓쳐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세 달 뒤 일본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상황은 더 심각했다. 아베 총리 관저 옥상에 떨어진 드론엔 방사능 물질이 담긴 페트병이 매달려 있었다. 범인은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40대 남성이었다.
 
DJI 테크놀로지 창업자 프랭크 왕. 사진은 대학 시절 에베레스트 산맥에서 자신이 개발한 드론을 테스트하던 모습.

이처럼 미국과 일본 양국에서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시설이 잇달아 뚫리자 드론의 위력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군사무기로만 인식됐던 드론이 이제 일상 영역까지 파고든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그 드론을 만든 중국 청년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프랭크 왕(Frank Wangㆍ35)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산 5조원, 세계 최초의 ‘드론 억만장자’ 탄생=미 백악관과 일본 총리 관저를 깜짝 놀래킨 그 드론은 모두 프랭크 왕의 회사 ‘DJI 테크놀로지’(이하 DJI) 제품이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DJI는 전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할 만큼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한 회사가 이처럼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건 드문 일이다. 매출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3~4배씩 성장해왔다. 올해는 작년 매출의 2배인 10억달러(한화 약 1조12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DJI의 기업가치(5월 기준)는 80억달러(약 9조원)로, 중국 최고의 부호 마윈-마화텅이 이끄는 택시 앱 ‘디디콰이디(滴滴快的ㆍ88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5월,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로도 유명한 ‘액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로부터 7500만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뛰었다.

DJI 테크놀로지가 올해 4월 출시한 팬텀3 프로페셔널. 가격은 1259달러. 팬텀3 어드밴스는 999달러.

최근 DJI가 또 한번의 대규모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가치는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되면 회사 지분 45%를 갖고 있는 프랭크의 자산은 45억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포브스 등 주요 경제매체들은 이미 프랭크를 ‘세계 최초의 드론 억만장자’로 소개하고 나섰다.

대학교 조별과제가 드론 사업의 출발=처음부터 프랭크가 사업을 꿈꿨던 건 아니다. 다만 모형 헬기와 관련된 서적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을 만큼 일찍부터 ‘헬기앓이’를 했다.

MIT와 스탠퍼드대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프랭크는 홍콩과학기술대에 들어가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3학년 때까지 별다른 목표의식이 없었던 그는 4학년 때 조별 과제로 헬기 컨트롤 시스템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비로소 삶의 목표를 찾게 됐다. 다른 수업은 건너뛰고 오후 2시에 일어나 새벽 6시까지 밤을 새며 과제에만 몰두했다.

홍콩과학기술대 시절의 프랭크 왕(오른쪽). 그가 개발한 드론은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공중 수색작업에 투입되기도 했다.(사진=홍콩과기대)

이때 프랭크의 리더십과 기술 이해력 그리고 고집스런 성격을 눈여겨봤던 리즈샹(李泽湘) 교수는 그를 대학원 과정으로 안내했다. 프랭크가 2006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도 리 교수는 DJI의 고문이자 투자자가 돼줬다. 현재 리 교수는 DJI의 지분 10%(자산 10억달러)를 갖고 있다. 그 역시 제자와 함께 올해 억만장자 등극이 유력시되고 있다.

프랭크는 학우 2명과 함께 학교 기숙사에서 헬기 컨트롤러를 만드는 것으로 드론 사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장학금까지 털어넣을 만큼 사업에 몰두했다. 초기엔 중국의 각 대학과 국영 전력회사에 드론 부품을 팔아 번 돈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간신히 줬다.

하지만 드론에 대한 수요가 해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DJI도 점차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특히, 드넓은 농장지대를 모니터하려는 농부들과 언론사, 영화촬영 현장에서 드론을 더 필요로 했다. 드론을 취미활동으로 즐기는 해외 소비자들까지 프랭크에게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DJI의 인지도는 빠르게 올라갔다.

프랭크 왕(왼쪽)의 드론 사업에 투자해 역시 억만장자가 된 홍콩과기대 리즈샹 교수

이후 미국의 공중촬영 전문업체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DJI는 2011년 북미 지사를 설립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짝퉁 차이나’ 오명 씻고 中 기업의 새 모델 제시=중국 기업이라고 하면 으레 ‘타사 제품을 베껴서 싸게 내놓는다’거나 ‘상품의 질이 낮다’는 편견에 부딪친다. 하지만 프랭크는 민간용 드론 시장을 직접 개척하고,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알리바바와 샤오미는 각각 전자상거래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해 앞선 기업들을 좇아가는 입장이었다. 반면, DJI는 중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사업 초기부터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래서 DJI엔 ‘드론계의 애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작년 11월 WSJ와의 인터뷰에서 프랭크는 “이전 중국 기업들은 뒤떨어졌지만 지금은 발전하고 있다. 훗날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나설 것이고 그러면 중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DJI 드론으로 찍은 사진들(사진=DJI 테크놀로지 페이스북)

DJI 드론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었던 강점으로 ‘쉽다’는 점이 꼽힌다. 프랭크는 16살 때 부모님으로부터 모형 헬기를 선물받았지만 조종에 어려움을 느꼈다. 결국 얼마 안 가 헬기는 추락하며 산산조각났다. 이 경험을 계기로 프랭크는 초보자도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쉽고, 단순한 드론을 만들었다. 실제로 DJI의 드론엔 자동 이착륙 기능과 출발지로 자동복귀하는 기능 등이 탑재돼 있다.

▶ 프랭크 앞에 놓인 과제들=드론은 그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뜨겁다. 사람의 머리 위에서 아무런 제한없이 촬영을 한다는 점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가 지적되기도 한다. 각국 정부는 드론의 비행구역을 제한하는 규제 마련으로 분주하다.

DJI 드론에도 미리 설정한 위치와 고도 내에서만 비행할 수 있는 안전기능이 있다. 하지만 프랭크는 “처음엔 우려가 있겠지만 사람들은 점차 드론의 유용함에 더 주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DJI 드론의 디자인을 베낀 중국 기업들의 등장도 프랭크에겐 골칫거리다. 내부 스파이가 기업 비밀을 경쟁업체에 팔아 넘긴 사실도 있었다. 팬텀3에서 나타난 기술적 결함도 프랭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프랭크 왕의 롤모델은 스티브 잡스다. 잡스의 전기를 읽고 완벽주의자이자 불같은 성격이 자신과 많이 닮았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럼에도 프랭크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는 DJI가 영화, 농업, 에너지 산업, 수색구조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무한한 창의력을 제공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길 바라고 있다. 결코 그 누구에게도 ‘하늘’을 내주지 않고, 앞으로도 지금의 선두를 유지하겠다는 그의 포부를 읽을 수 있다.

WSJ와의 인터뷰에서 DJI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프랭크가 내놓은 답변은 다음과 같다.

“향후 10년동안 드론을 둘러싸고 매우 흥분되는 시간이 펼쳐질 것이다. 미래가 기다려진다”

▶ 프랭크 왕이 걸어온 길
1980년 중국 항저우 출생 → 2006년 홍콩과학기술대 전자공학과 졸업 및 학교 기숙사서 DJI 창업 → 2008년 중국 판매 시작 → 2009년 해외 판매 시작 → 2011년 북미지사 설립 → 2013년 DJI 팬텀 출시 → 2014년 타임 선정 ‘10대 IT기기(가젯)’ → 2015년 7월 억만장자 등극

▶ 주요 현황

45억달러(약 5조원ㆍ개인자산)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ㆍ기업가치)
70%(민간용 드론시장 점유율)
26세(창업 당시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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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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