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기반을 둔 경제, 재무 분석 전문회사인 ‘Approved Index’가 최근 재밌는 자료를 하나 내놨다. 포브스 분석기준으로 자산 10억 달러가 넘는 빌리어네어 가운데 국가별 여성 빌리어네어의 비율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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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포브스가 평가한 한국의 여성 빌리어네어 6명 중 4명이 범삼성가에 속한다. |
결과는 다소 예상을 벗어난다. 의외의 국가들에서 전체 빌리어네어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여성빌리어네어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앙골라였다. 앙골라에는 1명의 빌리어네어가 있는데, 그가 바로 여성이다. 주인공은 이사벨 도스 산토스(Isabel dos Santos)로 그녀의 재산은 33억 달러 정도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그녀를 순수한 빌리어네어로 보기는 좀 힘들다. 대통령인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Jose Eduardo dos Santos)의 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금융투자가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10인 이상의 빌리어네어를 보유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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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포브스가 평가한 한국의 여성 빌리어네어 6명 중 4명이 범삼성가에 속한다. |
10명 이상의 빌리어네어를 보유한 나라 가운데 여성 빌리어네어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나라는 남미의 칠레다. 총 12명의 빌리어네어 가운데 4명이 여성이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산 1조원 이상의 초부호 3명중 1명이 여성이라는 의미다.
칠레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의외의 나라들이 순위 상위를 차지했다.
2위는 스위스로 28명의 빌리어네어 가운데 8명, 즉 전체 빌리어네어 가운데 27.6%가 여성이었다. 3위는 터키로 32명의 빌리어네어 가운데 25%에 달하는 8명이 여성이었다. 4위는 브라질로 44명 가운데 13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빌리어네어의 비중이 24.1%라는 의미다. 5위는 23.8%의 스페인, 6위는 21.7%의 스웨덴 이었다.
대한민국은 의외로 전세계 국가 가운데 여성 부호의 비중이 7번째로 높은 국가로 집계됐다. 총 30명의 빌리어네어 가운데 6명이 여성인것으로 파악됐다. 여성 부호의 비중이 20%에 달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차례로 제쳤다. 여성부호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얼핏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재계가 여성친화적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좀 특별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삼성가(家)다.
현재 기준으로 포브스가 평가하는 한국의 여성 빌리어네어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자산 22억 달러),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21억 달러),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15.5억 달러), 홍라희 리움 관장(14억 달러),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14억 달러),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11억 달러)의 6명이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삼성가의 여성들이고,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까지 더하면 총 4명이 ‘범 삼성가’에 속한다.
삼성가는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딸들을 무시하지 않는 가풍으로 유명했다. 여성은 그저 전업주부인게 당연하던 시절에도 딸들에게 지분을 주고, 경영활동에 참여시켜왔다. 삼성가의 가풍이 우리나라 재계 전체의 ‘여성 친화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를 빼면 아시아 국가들은 전세계에서도 유독 여성 빌리어네어들의 비중이 낮은 국가들로 집계됐다. 아시아 국가의 총 610명의 빌리어네어 가운데 여성은 겨우 42명으로 6.8%에 불과했다. 대만과 싱가포르의 경우는 각각 23명과 19명의 빌리어네어를 보유했지만, 모두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sw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