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 Facebook
  • Instagram
  • Kakaostory
  • mail
이슈
연매출 95조원 ‘어둠의 슈퍼리치’…日 야쿠자의 왕
2015.08.26 10:57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문재연 기자] 지난 1월 25일 일본 고베(神戸)시의 나다(灘)구. 수십명의 경찰과 보도진이 한 일본 전통 가옥 주변에 집결했다. 줄줄이 도착한 검은 세단에서 검은 정장을 빼입은 거구의 사내들이 줄줄이 내렸다. 이들은 차례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묘한 긴장감이 넘쳤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과 미디어는 멀찌감치서 이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날은 일본 최대의 조직폭력단인 야마구치파(山口組)의 설립 100주년 기념일었다.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야마구치파의 중간 보스들이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총본부를 찾은 것이다. 


야마구치파 6대 조직 두목인 시노다 겐이치.

 
 ▶ 연매출 95조원의 세계최대 범죄기업 = 야마구치파는 일본 최대의 폭력단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그저 유흥가에 기생하는 범죄자들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지난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야마구치조직의 연매출은 무려 800억달러 우리돈 94조6400억원에 달한다. 마피아를 비롯한 ‘세계 5대 범죄조직’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에 이보다 많은 연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은 한 손가락으로 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매출이 막대한 이유가 있다. 우선 조직원의 숫자가 많다. 일본 경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야마구치파의 정조직원수는 1만3100명, 실질적으로 조직의 사업에 참여하는 준구성원의 숫자도 1만4600여명에 달한다. 합하면 2만7000명이 넘는 그야말로 대기업이다. 


시노다 겐이치


 조직체계도 대기업과 비슷하다. 6대 조직 두복인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 가명 츠카사 시노부) 휘하의 7명 샤테이(부두목), 79명의 와카나이(중간보스)가 각사업을 지역별로 관장한다. 히로시마(廣島)과 오키나와(沖縄) 2현을 제외한 45개 도도부현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1915년 고베의 항구에서 소규모 폭력 집단으로 출발한 이들은 불과 100년만에 거대기업이 됐다. 이들의 주요 수익원은 마약밀매와 용역, 도박과 매춘 등의 불법 사업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일찌감치부터 연예계, 부동산 투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합법과 불법의 영역을 넘나들어 조직을 키워왔다. 

대표적인 것이 고베 예능사다. 다른 조직들이 연예 기획사들에게서 돈이 뜯어내기 바쁘던 1958년, 당시 조직의 3대 보스이던 다오카 가즈오는 100만엔을 투자해 연예 기획사 ‘고베 예능사’를 세워 버렸다. 그리고는 당대 최고 인기 스타 미소라 히바리 등을 소속 가수로 두면서 엄청난 수입을 거뒀다. 그 과정에도 불법이 자행됐다.
 

야마구치 총본부와 야마구치파 조직원들 모습.


예컨대 소속 가수가 음반을 내거나 공연을 하면 지역 유지들에게 표를 강해하는 식이었다. 이같은 방식은 오늘날까지도 은연중에 이어져 왔다. 몇해전 일본의 국민MC로 불리우던 코미디언 시미다 신스케(島田紳助)가 편지를 주고 받을정도로 야쿠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실이 알려져 연예계에서 퇴출 된 바 있는데, 그때의 상대가 야마구치파의 두목이었다.
 
 ▶ 정치ㆍ행정과의 유대관계 바탕으로 국책사업까지=야마구치파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두목 시노다 겐이치다. 그는 전에 없던 지능형 두목이다. 조직이 1980년대에는 부동산과 미술품 투자로 이익을 남기고, 90년대 이후에는 부실 채권 정리업 등에 뛰어 드는 것을 주도한 것이 바로 그다.
 
자신이 보스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더욱 조직의 사업을 양성화 했다. 복잡한 다단계의 지배구조를 통해, 건설 식품 운송 등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을 우회적으로 소유했다. 덕분에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는 간사이 국제공항 및 중부 국제공항 건설, 국립 대학의 기숙사 건설 등에도 참여할 정도까지 조직을 성장시켰다.
 

다나카 히데토시 JOC 부회장과 시노다 겐이치(오른쪽)


이과정에서 정치권이나 행정부와의 접점도 넓혔다.
 지난 4월 급진적인 매체로 알려진 슈칸 겐다이(週間現代)가 내놓은 보도가 시노다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매체에 의해 사진이 한장 입수되었는데, 사진 속에는 다나카 히데토시(田中英寿) 현 일본 올림픽위원회 부회장과 시노다가 친목을 도모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제공한 익명의 제보자는 인터뷰에서 “2005년 다나카 부회장이 니혼(日本)대학 이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사진”이라고 밝혔다. 야마구치 조직이 일본 정계와 행정부의 장래 거물 후보들을 일찌감치 관리해왔다는 의미다. 사진이 공개가 되자 블룸버그와 ABC 방송 등 미국 언론이 “2020년 일본 올림픽 경기장이 야쿠자들에 의해서 건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실을 정도였다.
 
 ▶ 파격행보 이끄는 연소득 1000억원의 폭력조직의 잡스 = 시노다는 세계 폭력조직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운다. 통념을 깨는 비범한 행보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조직의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다. 일본의 전문가들의 추정하는 시노다의 개인 수익은 연간 100억엔, 우리돈 1000억원 정도인데, 그는 이돈을 기꺼이 조직의 이미지 개편 사업에 투자해왔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할로윈 파티’. 폭력단에 선입견 조차 생기지 않을만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야마구치 조직원들이 고베지역에서 700개에 달하는 할로윈 선물 꾸러미를 나눠 준것이다. 

2011년 이후 새해에도 봉투당 2만~3만 엔이 든 새뱃돈을 이웃주민과 아이들에게 제공해 지역주민들의 호감을 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야마구치 조직이 야쿠자를 협객이나 의리있는 인물로 묘사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심지어 사회공헌 분야로도 조직의 활동영역을 넓혔다. 몇해전에는 마약 추방 운동을 장려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웹사이트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를통해 동네 청소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또 조직의 말단 간부를 선발하는 채용 공고(?)에 법학 시험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야마구치파가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야마구치파 역대 조장.


 그의 이러한 노력은 특히 2011년 4월 그가 형기를 마치고 출사한 이후부터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는 출소 직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마련한 폭력단 배제 조례를 비판하면서 “일반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검소하게 야쿠자 활동을 펼쳐왔다”고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해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 당시에도 상당수의 이재민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의식주를 해결해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연매출 94조원이 넘는 조직의 리더이니 그는 당연히 부자다. 일본내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고베의 대저택에 살며 최고급형의 특수제작된 벤츠 차량을 이용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특별하게 사치스럽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거부인 만큼 써야할 때는 엄청난 자금을 동원한다. 자신의 신변과 관계 있을때이다. 그는 총포도검법 위반 혐의로 1998년과 2003년 보석금 10억엔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우리돈 100억원의 거금이지만 두번 모두 다음날 해가뜨자마 바로 자비로 지불해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아무리 포장해도 그는 역시나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다. 시노다는 현재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의해 국제적으로 위험인물로 지정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노다를 포함한 야마구치파 간부 4명에 대해 자산 동결 등 경제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제적 마약 밀수와 자금세탁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munjae@heraldcorp.com
오늘의 주요기사
MOST READ STORIES
KOREA SUPERICH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