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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나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호모 포토그라피쿠스’ 시대의 부호들
-사진 찍고 포토샵 즐기던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으로 1조 부호 넘봐
-석유왕의 손자 마크 게티, 포토 서비스 ‘게티 이미지’로 신영역 개척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 어릴적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이러저러한 포토샵 효과 주기를 즐겼다. 대학 진학 중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사진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다. 사진을 찍은 후, 더 멋져보일 효과를 주는 것을 즐기던 이 소년의 ‘취향’은 그를 8억달러(9400억원)의 부호로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의 이야기다. 1983년 태어난 그는 이제 33살일 뿐이다. 그러나 2010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창업 5년만에 세계 2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됐다. 가입자수는 3억명, 페이스북에 이은 세계 2위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이 독일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와 셀카를 찍고 있다.

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사용법은 매우 단순하다. 사진을 찍어 다양한 디지털 필터 효과를 통해 예쁘게 꾸민 후, 공유하는 것이 전부다. 즐겁고 아름다운 ‘자랑하고픈 순간’을 더 멋지게 꾸며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SNS의 성장을 내다보는 것은 결코 사용법만큼 단순하지가 않다. ​
바야흐로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호모 포토그라피쿠스(Homo Phtographicus)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찍거나 찍히는 것은 가히 ‘시대의 욕망’이 됐다. 마크 저커버그가 아무런 수익 사업도 나지 않고 가입자가 고작 3000명이던 인스타그램을 2012년 48시간만에 1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시대의 욕망을, 페이스북은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초 씨티그룹은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를 350억 달러로 추정했다.

고프로의 창업자 닉 우드만이 뉴욕 거래소 상장 후 기뻐하는 모습.

호모 포토그라피쿠스 시대가 낳은 신흥 부호는 또 있다. 아웃도어 액션캠 고프로(GoPro)를 창업한 닉 우드만이다. 서핑광인 우드만은 서핑 순간의 황홀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2004년 작은 카메라에 줄을 달아 손목이나 발목, 혹은 헬멧, 자전거, 서핑보드, 스키 등에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드만이 창업 직후부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그는 “초기 3년은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홈쇼핑 채널에 직접 등장해 고프로 카메라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멋진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이 간단한 아이디어는 곧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찍어야 사는’ 현대인들이 열광하면서 규모가 달라졌다. 고프로는 2014년 6월 26일 기업 공개에 나섰고, 우드만은 빌리어네어가됐다. 그의 자산은 26억 달러로, 블룸버그는 지난해 닉 우드만이 미국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높은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와 두 명의 형제들도 밀리어네어가 됐다. 빌리어네어가 된 후에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우드만은 아내와 함께 작년 한 해만 실리콘밸리재단에 5억 달러를 기부했다. 한화 58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석유왕의 손자로 상속자에 그치지 않고 포토서비스 게티이미지를 창업한 마크 게티.

사진, 즉 이미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견한 이는 또 있다. 바로 게티이미지의 창업자 ‘마크 게티’다. 미국의 전설적인 석유 재벌 폴 게티의 손자인 그는 1984년 가업이던 오일 사업이 매각되자, 신 사업 분야로 사진을 디지털화해 공유하는 서비스 회사 창업을 생각해냈다. 1995년, 당시 마흔도 되지 않았던 마크는 석유회사가 희소한 자원을 선점하듯, 21세기에는 이미지의 지적 재산권이 석유와 같은 역할을 해낼 것이라 간파했다.

게티이미지는 2012년 미국의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이 33억 달러에 인수했다. 칼라일이 50% 지분을 확보하는 조건이었다. 창업 초기 온라인 이미지 가격이 오프라인 인쇄물보다 낮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마트폰의 해상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추세다. 마크 게티의 순 자산은 4억4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yjsung@here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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