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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탈세, 체납, 독점 … 기부왕들의 숨겨진 이면
- ‘위대한 기부자’로 남은 록펠러家, 탈세 목적 자선재단 악용 ‘오명’
- 빌게이츠 총 335억달러 기부, 그러나 ‘자선 돈줄’ MS는 탈세 등 잡음
- 증세 주장한 자선가 워런버핏, 납부 연기한 법인세만 600억달러 이상
- “삼성ㆍ현대차 등 대기업 공익재단 오너가 상속수단 전락” 지적도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자선과 기부는 대체로 좋은 이미지다. 연관 키워드(다음소프트 1개월 집계 기준)를 살펴보면 자선에는 ‘명예롭다’ㆍ‘좋은’, 기부에는 ‘희망’ㆍ‘도움’이 따라온다.

그러나 일부 자선과 기부는 순수성이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부호들의 ‘평판세탁’ 수단으로 전락하면서다. 영국 언론인 존 캠프너는 자신의 책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에서 “슈퍼리치는 부호 이상의 존재로 기억되길 원한다” 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판”이라고 적었다.


여기 호평만큼이나 논란에 휩싸인 부자들이 있다. 그들이 ‘아낌없이 쾌척한’ 돈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록펠러 가문, ‘기부는 재테크’=존 D 록펠러 1세(John Davison Rockefellerㆍ1839∼1937)는 정유사업으로 미국 록펠러 가(家)의 부를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정유공장에서 일하다 스탠더드오일(엑손 모빌의 전신)을 창업해 거부가 됐다. 그의 생존 당시 자산은 현재 가치 340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가 자선활동을 위해 세운 록펠러재단은 1975년 당시 자산 규모 700억달러(현재가치 3167억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이 재단이 록펠러 집안 ‘재테크 수단’으로 쓰였단 주장이 나왔다. 미국 언론인 개리 앨런(Gary Allen)은 1976년 출간한 저서 ‘록펠러 파일’에서 “록펠러 가는 매년 그들의 소득 절반을 재단에 넘기고 전액 소득 공제를 받았다”고 적었다. 실제 록펠러 1세의 손자인 고(故) 넬슨 록펠러 전 부통령은 당시 청문회에서 “(록펠러)재단은 자본이득세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렇게 모인 돈이 계속 쌓였다”고 고백했다. 


넬슨 록펠러가 낸 기부금의 실체도 파악됐다. 록펠러 파일과 같은 해(1976년) 출간된 ‘미국 왕조 록펠러’를 쓴 연구자 피터 콜리에와 데이비드 호로비츠는 “넬슨의 기부금 약 70%는 가문 사업과 조직을 확장하는 데 쓰였다”고 밝혔다.

현재 록펠러 가문 수장은 데이비드 록펠러(99)다.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현 JP모건체이스)을 키웠다. 순자산 규모는 포브스 집계 기준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다.

독점ㆍ탈세 잡음 빌 게이츠의 MS = 자산기준 세계 최대 부호로 꼽히는 빌 게이츠(순자산 786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창업자는 세계 최대 자선가이기도 하다. 

그가 1997년 부인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세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보유자산은 올 3월 현재 429억달러다. 18년 간 기부규모는 총 335억달러다.

그러나 게이츠가 기부한 돈줄이 된 소프트웨어기업 MS(1976년 창립)는 최근 20여년 간 시장질서 침해와 탈세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정부당국은 1991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MS의 독점관행을 추적했다. 1994년 MS는 법무부와 재발방지에 합의했지만 4년 뒤 이를 어겼다. 게이츠도 법정에 서야 했다. 결국 MS는 반(反)독점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탈세논란에도 휩싸였다. 미 상원조사위원회가 2012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MS는 2009∼2011년 일부 지적재산권을 푸에르토리코 소재 자회사에 양도하고 200억달러 이상을 역외매출로 잡았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는 법인세ㆍ자본소득세 등을 감면 또는 면제하고 있는 대표적 ‘조세 피난처’다.

이에 따라 MS가 내지 않은 세금은 45억달러에 달한다. 매일 약 400만달러씩 3년 간 세금공제를 받은 셈이다. 또 MS는 2011년 영국에서 발생한 온라인 매출 26억2000만달러에 대한 법인세도 아예 내지 않았다.

중요한 건 기부 등에 쓰이고 있는 게이츠의 개인자산 대부분이 MS 관련 지주회사 등으로 구성됐단 점이다.

그가 MS 주식매각대금 및 배당금 등으로 만든 ‘케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Cascade Investment)’ 현금성 자산은 25억달러다. 게이츠 순자산의 54%다. 그는 평가액 96억달러에 달하는 MS주식도 갖고 있다. 그의 개인 돈줄 66%는 지금도 MS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증세 전도사’ 워런버핏는 체납 빈축= 자산 기준 세계 3위(619억달러) 부자 워런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빌 게이츠 못잖은 자선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버핏은 지난 10년 간 총 215억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부자증세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1년 8월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해 “100만달러 이상 버는 부유층엔 배당소득ㆍ자본이득세율을 올려야 한다. 1000만달러 이상 소득자 세율은 그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버핏의 회사는 납세를 연기하고 세금 낼 돈으로 기업인수에 나선 것 아니냔 비판을 받았다. 버크셔 해서웨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작년 말까지 납부를 연기한 세금은 총 619억달러(누적)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납부를 미룬 세금은 10년 새 5배 이상 늘었다”며 “619억달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현행 세율을 감안할 때 8년 간 내야 할 법인세액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FT는 “세금 낼 돈으로 다른 기업 등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버핏의 회사는 2009년 11월 철도회사 BNSF를 440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버핏의 역대 투자금액 중 최대규모다. 이 과정에서도 버핏은 납세기한을 미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주는 세제혜택을 이용한 것.

올 3월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세금을 더 내지 않고도 비전이 충만한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버크셔 해서웨이가 ’절세전략(?)’으로 상당한 혜택을 입었음을 강조했다.

개인자산 90%이상이 버크셔해서웨이 지분으로 구성된 버핏은 갖가지 ‘꼼수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부호들의 공익재단은 상속수단? = 일부 한국 부호들의 자선에도 ‘위선논란’이 제기됐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4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삼성ㆍ현대차 등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이 편법 상속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들이 계열사 주식을 대거 보유하는 방법으로 증여세 등 세금을 회피해 사실상 상속증여의 수단이 되고 있다”며 “삼성의 경우 그 규모가 시가(지난 7월31일 종가기준) 5조4402억원에 달한다”고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난 5월 상당수 삼성계열 공익재단 이사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바뀌었다”며 “상속증여세 세율이 최고 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상속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5조 4402억원의 계열사 지분을 실질적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그룹의 사정도 비슷하다. 박 의원은 “정몽구 회장이 2006년 현대글로비스 비자금 사태 직후 1조원 사재 출연을 약속한 뒤 현재까지 보유주식 8500억원 어치를 출연했지만, 이중 5871억원 어치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회사는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제혜택을 받고 기부받는 공익법인도 증여세 등 세금을 내지않는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기업이 재단을 만드는 이유는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이지만, 총수 일가가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공익재단의 회계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익사업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함에도 현재까지 이같은 제도개선 노력은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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