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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계화’ 목숨거는 日ㆍ獨 미디어 부호들
2015.09.29 10:51
-파이낸셜타임스(FT) 인수 주도한 일본 미디어그룹 닛케이의 기타 쓰네오 회장
-닛케이의 목표는 ‘디지털화’와 ‘글로벌화’
-FT 인수 실패한 후 온라인 경제매체 인수 나선 독일 미디어그룹의 ‘여장부’
-디지털 저력 보여준 닛케이와 악셀슈프링거의 공통점은 공격적인 투자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최근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127년 전통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매물로 나왔다.

FT 인수전에는 프랑스의 미디어그룹 비방디, 미국의 경제통신사 블룸버그 등이 뛰어들었지만,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곳은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거(Axel Springer)와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 신문이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승자는 닛케이였다. 악셀슈프링거는 1년 넘게 FT를 인수하려고 공을 들였지만, 닛케이는 8억4400만파운드(한화 약 1조5400억원)를 전액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지난 7월 FT를 삼켰다.


파이낸셜타임스 인수를 알리는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사(위)와 기타 쓰네오(68.아래) 닛케이 그룹 회장


1888년 창간된 FT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일찌감치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한 대표적인 미디어다. 전체 수익의 35% 이상이 디지털 부문에서 발생할 정도로 디지털 역량이 뛰어나다.

하지만 FT의 모기업인 피어슨그룹(세계 최대의 교육·출판기업)은 교육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미디어 사업에서 손을 떼고 싶어했다. 현재 미디어업계는 정보기술(IT)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미디어들이 헐값에 팔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3년 아마존닷컴 창립자 제프 베조스로 주인이 바뀌었고, 뉴욕타임스(NYT)는 2013년 자회사 보스턴글로브를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에게 7000만달러(약 830억원)에 팔았다. 1917년 창간된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4년 홍콩 투자그룹 IWNI로 매각됐다.

대표적인 언론사가 이곳저곳에 팔리는 현실은 지금 세계 미디어업계가 처한 불안한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미디어도 있다. FT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악셀슈프링거는 닛케이와 함께 새 미디어 시대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언론사다. 두 미디어의 공통점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기업)에 투자할 정도로 성장동력을 수혈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세계화 부르짖는 닛케이=닛케이는 왜 우리 돈으로 1조5000억원이나 들여 FT를 샀을까. 

FT 인수는 기타 쓰네오(喜多恒雄ㆍ68) 닛케이 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FT 인수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를 포괄하는 디지털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노림수다.
당초 FT의 인수 가격은 10억달러 정도로 평가됐다. 제프 베조스가 WP를 인수할 때 쓴 2억5000만달러의 5배가 넘는 인수가격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쓰네오 회장은 결단력 있게 밀어붙였다. 쓰네오 회장은 당시 FT 인수 발표 기자회견에서 “닛케이가 계속 성장하려면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빠져서는 안된다”며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인터넷판 중심으로 사업을 적극 전환해온 FT가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게이오대를 졸업한 후 1971년 닛케이에 입사한 그는 2008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쓰네오 회장은 닛케이의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를 동시에 진행했다. 일본어의 한계에 갇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영문뉴스 서비스인 ‘닛케이 아시안 리뷰’를 창간해 글로벌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영국의 글로벌 정세 및 라이프 스타일 잡지인 모노클의 지분을 인수했고, 같은해 말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에버노트(메모 서비스)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에버노트 등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을 보면 쓰네오 회장이 닛케이를 향후 디지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쓰네오 회장의 이같은 디지털 전략으로 닛케이는 일본 언론으로선 거의 유일하게 디지털 유료독자 확보에 성공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온라인 유료독자 수가 43만명에 달한다.


프리드 슈프링거(73) 악셀슈프링거 발행인.


▶악셀슈프링거의 ‘여장부’=FT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악셀 슈프링거’는 언론인 악셀 슈프링거(1912~1985)가 194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창업했다. 악셀슈프링거는 1952년 독일 최대 타블로이드지 빌트(Bild)를 창간하고, 이듬해엔 독일 대표 일간지 ‘디벨트(DIE WELT)’를 인수했다. 지난해 2월엔 TV 보도채널 N24도 사들여 신문과 방송 등을 갖춘 유럽 최대 미디어그룹이 됐다.
악셀슈프링거는 세계 미디어 업계의 디지털 선두주자로 꼽힌다. 최근엔 삼성전자와 함께 만든 모바일 뉴스 앱 ‘업데이(UPDAY)’를 선보이는 등 지금까지 내놓은 모바일 앱만 300개가 넘는다. 

악셀슈프링거의 발행인이자 최대 주주는 창업자 슈프링거의 다섯번째 아내인 프리드 슈프링거(Friede Springerㆍ73)다. 1965년부터 슈프링거 집안의 가정부로 일했던 프리드는 1978년 슈프링거의 다섯번째 부인이 됐다.
1985년 남편이 사망한 후에는 프리드가 미디어그룹 악셀슈프링거의 경영을 맡았다. 가정부 등으로 밑바닥을 경험한 그의 장점은 결단력과 뚝심을 앞세운 여장부 스타일의 경영이었다. 

2002년 마티아스 되프너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힌 것도 그의 결단이었다. 되프너 CEO는 이후 악셀슈프링거의 디지털화와 세계화를 이끌었다. 그는 빠른 시간 내 디지털 기업으로 변하기 위해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했다. 악셀슈프링거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보육기관을 열기도 했다.


프리드 슈프링거와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


악셀슈프링거의 지분 5.1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프리드의 자산은 35억달러에 이른다. 그는 올해부터 감사회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은둔의 경영자’로 평가받는 프리드는 사생활 역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친구’ 사이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것은 유명하다.


헨리 블로젯(49) 비지니스 인사이더 CEO.


▶악셀슈프링거의 다음 목표는 ‘비지니스 인사이더’=FT를 놓친 악셀슈프링거의 다음 목표는 미국의 경제매체 비지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다.
악셀슈프링거는 온라인 기반의 비지니스 인사이더를 인수해 디지털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악셀슈프링어의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수안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인수 금액은 5억6000만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셀슈프링거는 올 1월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2500만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당시 소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비지니스 인사이더 창립자 헨리 블로젯(Henry Blodgetㆍ49)은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현재 자산은 5000만달러로 평가된다.

예일대를 나와 일본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기도 했던 헨리는 월가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 2007년 블로그 기반 뉴스서비스인 실리콘앨리인사이더(Silicon Alley Insider)를 창업했다. 

이후 2009년 실리콘앨리인사이더는 비지니스 인사이더로 이름을 변경했다.
창업 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헨리는 특유의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으로 비지니스 인사이더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실제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짧은 기간에 가장 성공한 온라인 경제매체로 평가받는다. 2009년 미국에서 최고의 경제 블로그서비스로 선정됐고, 지난해 NYT는 웹트래픽 수치로 보면 비지니스 인사이더가 월스트리트저널(WSJ)를 위협할 정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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