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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웨어러블업계 ‘운명’좌지우지하는 억만장자 3인방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PC와 모바일 시장을 두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왔던 IT업계의 눈이 이제 ‘사람의 몸’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시계나 안경, 목걸이처럼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 세계 웨어러블 스타트업들이 투자받은 총 금액만 22억달러(한화 약 2조6000억원ㆍCB인사이트 자료)에 달하면서 업계에선 신흥 부호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같은 웨어러블 열풍 뒤엔 거물급 투자자 3인방이 자리하고 있다. 인텔과 퀄컴, 폭스콘의 오너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반도체 산업에 발을 걸치고 있는 부호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웨어러블 시장으로 눈을 돌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들에게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사실상 웨어러블 시장의 운명이 이들 톱3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 회장

▶ 40년만에 빛을 본 인텔 창업자의 꿈=세계 최대 반도체 칩 제조사 인텔(Intel)의 투자회사인 ‘인텔 캐피탈(Intel Capital)’은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최고의 머니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무려 9곳의 웨어러블 스타트업이 인텔 캐피탈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근육의 움직임으로 기기를 컨트롤하는 암밴드(팔에 차는 밴드형 기기) 제조사 ‘탈믹 랩스(Thalmic Labs)’와 스키 탈 때 체력을 측정해주는 폴란드의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스노우쿠키(Snowcookie)’ 등이 그 대상이다. 지난 해엔 캐나다의 스마트 고글업체 ‘리콘 인스트러먼트(Recon Instruments)’를 아예 인수하며 웨어러블 사업부문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웨어러블 기기

사실 인텔의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ㆍ86) 회장은 이미 40여년 전에 웨어러블 기기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시대를 앞서갔던 인물로 평가된다. 1970년대 무어 회장은 ‘손목에 차는 컴퓨터’를 생산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1500만달러에 손목시계 제조사 ‘마이크로마 유니버설(Microma Universal)’을 인수했다. 

당시 비용과 기술적 한계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무어 회장은 그 시계를 수년간 차고 다니며 애착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에겐 “1500만달러짜리 시계”라고 말하며 회사가 입은 손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무어 회장의 현재 자산은 66억달러(약 7조7000억원)로 평가된다.

1980년 자신이 인수한 마이크로마의 시계를 차고 일하는 고든 무어 회장

40년이 흐른 지금 인텔은 웨어러블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투자ㆍ인수 작업으로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인텔의 이같은 행보는 장기적으로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80%를 점유하고 있는 PC용 반도체 시장을 넘어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도 칩을 공급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 웨어러블 시대 내다본 80대 노장 기업가=미국의 반도체 회사 퀄컴(Qualcomm) 역시 ‘퀄컴 벤처스(Qualcomm Ventures)’를 통해 웨어러블 시장에서의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 인텔 캐피탈에 비해 투자회사는 5곳으로 적지만 해당 회사들의 면면은 제법 굵직하다.

퀄컴 공동 창업자 어윈 제이콥스

지난 해 10월, 퀄컴 벤처스는 현실 세계와 가상의 이미지를 결합해 보여주는 헤드셋 제조사 ‘매직립(Magic Leap)’에 5억4000만달러(약 63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덕분에 매직립은 현재 가상현실(VR) 기기 시장 선두인 ‘오큘러스(Oculus)’와 겨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실리콘 밸리의 한국계 기업가 제임스 박(James Park)이 창업한 ‘핏빗(Fitbit)’ 역시 일찍이 퀄컴 벤처스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2013년 8월 퀄컴 벤처스는 4300만달러(약 500억원)를 투자하며 핏빗의 성장을 도왔다. 핏빗은 올 6월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 업계 최초로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퀄컴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퀄컴 벤처스가 투자한 웨어러블 업체 핏빗의 창업자 제임스 박

이러한 퀄컴 벤처스의 행보 뒤엔 퀄컴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어윈 제이콥스(Irwin Jacobsㆍ82)가 있다. 퀄컴의 1대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제이콥스는 2012년 이사진에서 퇴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업계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에서 열린 특강에선 “우리는 이제 웨어러블 시대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 워치가 바꿔 놓을 미래 모습을 언급하기도 했다.

제이콥스의 개인 자산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다. 현재 퀄컴의 경영은 그의 아들 폴 제이콥스(Paul E. Jacobs)가 이끌고 있다.

▶ 아이폰 위탁생산자서 웨어러블 3대 거물된 폭스콘 창업자=애플 아이폰의 위탁 생산업체로 잘 알려진 대만의 ‘폭스콘(Foxconn)’은 인텔, 퀄컴에 이어 웨어러블 시장 3대 투자자로 꼽힌다.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 회장

그 중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액션 카메라 제조사 ‘고프로(GoPro)’다. 폭스콘의 창업자이자 회장 궈타이밍(郭台銘, 영문명 Terry Guoㆍ65)은 2012년 고프로의 지분 8.88%를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매입했다. 궈 회장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고프로는 등산, 스포츠, 서핑 등 격렬한 활동 속에서도 순간을 포착하는 고화질 웨어러블 카메라로 전 세계 액션캠의 유행을 주도했다.

자사 카메라를 들고 있는 고프로 창업자 닉 우드만.

폭스콘의 투자가 있고 2년 뒤인 2014년 고프로는 기업공개(IPO)에 나섰고, 창업자 닉 우드만(Nick Woodman)도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그 밖에 올 8월엔 일본의 ‘레몬에이드 랩(Lemonade Lab)’에도 580만달러(약 68억원)를 투자하며 폭스콘은 웨어러블 업계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궈 회장은 자산은 59억달러(약 6조8700억원)로 대만 부호순위 3위에 올라 있는 거부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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