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家 2세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도 ‘신세계 타운’내 부동산 매각 등으로 수익 실현
- ‘두산 면세점’ 실질적 양대주주는 박용만 회장 조카 박정원ㆍ지원 형제…자산상승 예상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윤현종ㆍ민상식 기자] # 지난 14일 저녁,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가 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세계와 두산은 서울 시내 면세점을 5년간 운영할 새 사업자가 됐다. 이 날 두 회사는 잔치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간 고생을 한 번에 씻어낸 기분”이라고 말했다. 동현수 ㈜두산 사장도 면세사업자 발표 직후 회의실로 임직원을 불러 격려인사를 하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희(왼쪽) 신세계그룹 회장과 박정원 (주)두산 회장 |
‘면세점 대전(大戰)’으로 불린 심사 결과를 두고 세간에선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박용만(60) 두산그룹 회장을 최대 승자로 꼽는다. 고(故)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외손자인 그는 이번 일을 진두지휘했다.
정 부회장이 강조했던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 찬, 세상에 없던 면세점’이란 언급은 최근 그에게 붙은 꼬리표가 됐다. 한 포털에 ‘정용진’을 치면 ‘어메이징 콘텐츠 면세점’이 연관 검색어로 따라올 정도다.
두산 가문 3세인 박 회장도 면세점이 문을 열 동대문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고 사재를 기부하는 등 ‘승리’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둘 못잖게 이번 심사결과를 선물(?)처럼 받아 든 부호가 있다. 정 부회장ㆍ박 회장 보다 해당 기업 주식을 많이 쥔 친인척 최대주주, 그리고 면세점 후보지역 부동산을 갖고 있다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이들이다. 면세점 입찰경쟁을 주의깊게 지켜봐 온 또 다른 ‘상속자들’이다.
▶ 이명희 회장, 신세계 대표한 ‘진짜 승자’? = 우선 정 부회장의 모친 이명희(72)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 막내딸이기도 한 그는 9월 말 현재 ㈜신세계 지분 18.22%를 가진 최대주주다. 2대주주인 정 부회장 지분율(7.32%) 갑절 이상이다.
㈜신세계는 이번 면세점사업자 심사에 응찰한 ㈜신세계디에프(이하 ‘DF’)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지배회사다. 지난 17일 DF는 이르면 내년 4월 말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4ㆍ지번 기준)에 시내 면세점을 개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이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18.22%)인 이마트도 면세점 입점객 유치에 한몫 할 것이란 게 관련업계 분석이다. 바로 이마트와 이 회장이 각각 지분 98.78%ㆍ1.09%(작년 말 기준)를 갖고있는 주요 종속회사 신세계조선호텔(이하 조선호텔)을 통해서다. 지난 3월 4일 신세계그룹은 “조선호텔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아쎈다스자산운용과 중구 회현동에 짓고 있는 복합 빌딩을 임차해 호텔로 쓰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복합빌딩 위치는 중구 회현동1가 194-19 등 13개 필지(등기부 기준 3621㎡ㆍ구 1095평)로 신세계백화점 바로 옆이다. 현재 이곳엔 고층건물 2개 동이 세워지고 있다. 이 중 지하8∼지상25층으로 계획된 빌딩 한 곳엔 340여실 규모 호텔이 들어선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부터 운영하는 이 호텔과 지난 3월 24일 850억원에 매입한 백화점 옆 SC은행 제일지점 건물 및 토지(중구 충무로1가 53-1) 등 ‘신세계타운’ 내 모든 시설을 면세점사업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면세점이 들어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오른쪽) 및 공사 중인 메사빌딩 앞 부지(왼쪽). 이곳에 들어설 2개 빌딩 중 하나는 조선호텔이 위탁운영할 예정이다. [헤럴드경제DB] |
일련의 ‘면세점 효과’로 이 회장의 주식자산 상승폭은 아들 정 부회장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이 갖고있는 상장 주식 지분평가액(종가기준)은 면세점 심사 전날인 13일 1조5330억여원에서 17일 1조5801억여원으로 471억원 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정 부회장 자산규모는 199억원 정도 불어났다.
한편 신한금융투자는 16일 기준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28만원에서 37만5000원까지 올렸다.
▶ 또 다른 승자(?) 된 대상家 2세 = 면세점 관련시설 등이 들어설 ‘신세계타운’ 내 토지를 최근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부자도 있다. 임성욱(48) 세원그룹 회장 일가다. 그는 대상그룹 임대홍(95) 창업주 차남이다. 임 회장은 2000년 세원중공업ㆍ세원화성 등을 갖고 대상그룹에서 분가한 상태다.
토지 등기부 등에 따르면 임 회장 일가는 신세계그룹이 언급한 ‘호텔용 복합빌딩’부지에 포함된 중구 회현동1가 197-7 등 6개 필지 414.2㎡(구 125.5평)를 1996∼2000년부터 갖고 있었다. 일부는 2006년부터 임 회장 자녀 임연형(25)ㆍ임금비(21)씨 등 4명에게 증여된 상태였다.
임 회장 일가는 신세계백화점 바로 옆인 이들 땅을 지난해 4월 126억7000만원에 팔았다. 3.3㎡당 1억여원 수준이다. 매입자는 현재 이 부지에 건물을 짓고 있는 시행사다.
임성욱 회장 일가가 갖고있던 땅 위치 등. |
이뿐 아니다. 임 회장은 신세계 면세점 시설이 들어설 메사빌딩(중구 회현동1가204) 소유업체 최대주주 이기도 했다. 해당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2006년 3월까지 이 빌딩을 갖고 있던 메사에프앤디주식회사 지분 71%를 갖고 있었다. 당시 임 회장 측은 이 빌딩을 930억여원에 외국계 업체(메사플러스)로 넘겼다. 2008년엔 신세계그룹이 이를 사들였다. 신세계는 이 빌딩에도 면세점시설을 조성한단 방침이다.
메사빌딩 [출처=네이버 지도] |
임 회장 측에서 메사플러스를 거쳐 신세계로 메사빌딩이 넘어가던 시점은 건물 바로 옆 회현고가차도가 철거되기 1년 전이었다.
상가 분양ㆍ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2009년 회현고가차도 철거시점 전후부터 인근엔 ‘신세계타운’이 조성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두산家 친인척 최대주주들도 ‘미소’ = 신세계와 함께 새 면세점 사업자로 뽑힌 두산에도 ‘숨은(?)승자들’이 있긴 마찬가지다. 바로 박정원(53) ㈜두산 회장 겸 두산건설 회장과 박지원(50) 두산중공업 부회장이다. 둘은 ㈜두산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두산은 서울 시내 면세점이 자리 할 두산타워(중구 을지로 6가 18-12) 소유주인 두산타워주식회사(이하 두산타워㈜)의 100% 지배회사다. 비상장사인 두산타워㈜는 부동산 임대업 등 16개 사업을 운영 중이다.
두산타워 [출처=네이버 지도] |
박용곤(83) 두산그룹 명예회장 아들인 이들은 박용만 회장 조카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일 현재 박정원 회장은 ㈜두산 지분(이하 보통주 기준) 6.29%를 갖고있다. 박 부회장 지분율은 4.19%다. 둘의 지분율은 10.48%다.
18일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에 9만4000주(118억여원 상당)를 증여한 박용만 회장 지분율은 기존 4.09%에서 3.65%로 줄었다.
박정원-박지원-박용만 지분 비교 |
사실상 ‘두산 면세점’ 양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두 명의 주식자산은 13∼17일 간 소폭 내려간 상태다. 박정원 회장은 1680억여원에서 1532억여원으로 147억여원 가량 줄었다. 박지원 부회장도 1117억여원에서 1019억여원으로 98억여원 감소했다.
그러나 두산의 주가도 신세계처럼 상승 여지가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순자산가치 대비 37% 할인된 채 거래돼 평가가치 부담이 없다”며 “면세점 가치편입과 확대에 따라 중장기적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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