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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연말승진 재계 3~4세 입체분석① 고속승진ㆍ평균자산 900억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오너일가 3~4세들이 대거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국내 대기업의 리더십이 1970~1980년대 생으로 구성된 3~4세 세대교체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은 이들에게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산업의 고도화, 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통합이 이뤄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과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 등 대내외 변수가 산재하고 있다.

때문에 전면에 등장한 재계의 젊은 오너십을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젊은 이들이 아버지 세대들의 ‘낡은 관념’과 ‘관행’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솔루션을 던지는 역할을 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이들이 우리 산업계의 위기를 버텨낼 내공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연말 승진한 재계 3~4세 11인을 집중분석했다. 내년 1월 정기인사에 거론되고 있는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까지 합하면 총 12인이다. 그룹의 미래를 넘어 한국 경제를 책임질 오너일가의 ‘황태자’들이 혈연이 아닌 준비된 경영능력으로 진정한 ‘리더’에 오를 수 있을지 검증의 눈빛이 매섭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와 김동관 한화 큐셀 전무

▶초고속 승진=이번 연말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오너 3~4세들의 초고속 승진이다.

승진자 11명 중 1년 만에 전무를 단 사람이 2명, 1년 8개월 만에 승진한 사람이 2명, 입사 3년 만에 임원이 된 사람도 1명 있다. 샐러리맨의 ‘꿈’인 대기업 임원으로 경영수업을 곧바로 시작하는 이도 적지 않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33) 현대중공업 상무는 1년 만에 전무로 파격 승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32) 한화큐셀 상무도 1년 여만에 전무가 됐다. 입사 5년 만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이규호(31) 부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한 후 올해 상무보로 임원을 달았다. 2014년 4월 부장이 된 지 1년8개월 만이다.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등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 SPC그룹의 허진수(38) 전무 역시 1년 8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28세에 상무로 입사해 임원 생활만 10년이 넘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37) 전무는 2012년 상무로 입사해 8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한 후 올 연말 부사장 직함을 달았다.

오너 일가가 임원에 곧장 투입된 경우도 있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이후 박용만 두산그룹 장남인 박서원(36)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했다. 박서원 부사장은 두산계열 광고회사 오리콤에서 일하다 단번에 임원으로 그룹 핵심사업에 합류했다. 
 
허준홍 GS칼텍스 전무(왼쪽부터),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GS가는 허준홍 허윤홍 상무와 허서홍 부장이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GS그룹 장손’ 허준홍(40) GS칼텍스 상무는 법인사업부문장(전무)으로 승진했고,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36) GS건설 상무는 사업지원실장(전무)을 맡았다. 둘다 상무로 임명된지 3년 만이다. 허서홍(38) GS에너지 전력ㆍ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부장)은 2012년 GS에너지 부장으로 입사해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범(汎) 삼성가 여성 기업인들은 스피드 승진은 아니지만 주력사업의 ‘원톱’으로 부상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13년 만에 패션부문 수장이 됐다. 별도의 승진인사는 아니었지만 패션사업부문을 총괄하게 됐다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하다. 이 사장은 2005년 상무로 승진한 후 2013년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에 오르며 줄곧 삼성그룹 패션사업을 이끌어왔다.

이서현 사장과 고종사촌지간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6년 만에 ‘부’를 떼고 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남매경영’ 체제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마트 부문, 정유경 사장=백화점 부문’으로 분리경영을 확실히 했다. 정유경 사장은 인사 이후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며 공격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각 업체들은 오너 3~4세의 전진배치에 대해 “오너 자제들이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일반 회사원이 임원을 달기까지는 20년 안팎이 걸리는데 오너가라고 해서 승진가도를 달린다면 사회 여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며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식자산은?=연말 인사에 이름을 올린 재계 3~4세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많은 이는 이서현 사장이다. 엄밀히 말해 승진인사가 아닌 이서현 부사장을 뺀 11인의 평균 주식자산은 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금융감독원 공시와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이서현 사장의 상장사 주식 평가액은 2조3196억8300만원(21일 기준)이다. 국내 부호 순위 10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 주식 1045만6450주(지분 5.51%)와 삼성SDS 주식 301만8859주(3.9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에 이어 주식자산 2위는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의 자산(2869억6700만원)은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허 부사장은 SPC그룹 유일 상장사이자 그룹 모태인 삼립식품 98만9540주(11.47%)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높지 않지만 삼립식품 주가가 치솟으면서 자산가치도 급증했다. 2012년 3월 1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최근 28만원까지 고공행진했다.

3위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차지했다. 상장사 주식 평가액은 2011억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 사장은 이마트 주식 70만1203주(2.52%)와 신세계 24만7650주(2.51%), 신세계인터내셔날 3만964주(0.43%)를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1320억3500만원), 허준홍 GS칼텍스 전무(1045억2600만원)가 1000억원 이상으로 톱5에 들었다.

이밖에 허서홍 GS에너지 상무(457억7000만원), 박서원 두산 전무(422억1100만원), 허윤홍 GS건설 전무(255억54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주식자산이 가장 적은 인사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와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다. 정기선 전무의 주식 평가액은 500만원이고, 이규호 상무보는 코오롱 지분을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정기선 전무는 지난 3월 상여금 명목을 받은 현대중공업 주식 53주만을 보유하고 있다. 정 전무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6년간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하거나 증여받지 않았다. 아버지 정몽준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 주식 771만7769주(10.15%)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상장주식 자산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은 아직 하이트진로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박 부사장이 소유한 회사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주주인 것이 눈에 띈다.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가지고 있고,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 지분 58.44%를 쥐고 있다. 

박 부사장이 보유한 서영이앤티 주식 29만2000주의 가치는 액면가 기준 14억6000만원이다.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래 그가 작년까지 이 회사에서 받은 배당금 규모는 최소 13억4500만원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금호산업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금호아시아나룹의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주식자산이 1407억4700만원으로 평가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 부사장이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나 출범을 앞둔 인천공항 거점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의 경영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대기업의 역할을 무시하지 못하는 만큼 어려서부터 부모의 후광을 업고 자란 오너 3~4세들의 위기대처능력과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내년이 본격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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