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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재벌가, 언니보다 부유한 동생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장자상속’의 틀에 갇혀있던 재벌가의 경영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여권신장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재계 딸들이 ‘금녀의 벽’을 허물고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자매들 사이에 부(富)가 역전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형보다 부유한 아우가 적지 않은 재계의 모습이 딸들 사이에서도 재연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는 아들이 없는 재벌가에서 두드러진다. 과거 사위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던 관행에서 딸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향후 재계 딸들이 기업 총수 자리까지 오르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경영일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재계 딸들은 삼성가의 이부진(호텔신라 사장)-이서현(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자매를 비롯해 정유경 신세계 사장,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청정원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가의 임세령(대상 상무)-임상민(대상 상무) 자매, 조광페인트 양성아 전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임상민 상무와 이화경 부회장, 양성아 전무는 동생이 언니보다 자산이 많아 눈길을 끈다.

▶결혼 때문에=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은 박인천 금호 창업주의 딸 박현주씨와 사이에서 아들없이 두명의 딸을 뒀다. 임세령(39)과 임상민(36) 상무가 그들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임 회장의 차녀 임상민 상무가 언니 임세령 상무보다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을 두배 가량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민 상무의 지분율은 36.71%(최대주주)인 반면 임세령 상무는 20.41%에 그친다. 이에 따라 임상민 상무의 상장사 주식자산은 1887억5535억원(이하 31일 종가)으로, 임세령 상무의 자산(1095억4619만원)보다 800억원 가량 많다.

임상민 상무가 언니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 데는 임세령 상무의 결혼 영향이 크다. 임세령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다니던 199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나이 21세였다. 이후 육아에만 전념하다 2009년 결혼 11년 만에 이혼한 뒤 2012년 크리에이티브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입사하며 회사로 복귀했다.

아버지 임 회장은 2001년부터 승계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미 결혼해 출가외인이 된 임세령 상무보다 동생인 임상민 상무에게 더 많은 지분을 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임상민 상무가 결혼으로 미국 지사로 옮겨가면서 상황은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장녀 임세령 상무가 이혼 후 복귀한 반면, 임상민 상무는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난 것. 또 임세령 상무는 2014년 대상(주)의 주식을 15만9000주(0.46%)를 매수하며 4대주주에 올라 지배력을 키웠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변화가 대상 오너가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원이 전신인 대상(주)는 조미료 및 식품첨가물 제조업체다.

2009년 대상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한 임상민 상무는 2012년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5세 연하 금융인 국유진 씨와 결혼한 이후 현재 대상(주)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과 대상 아메리카 부사장(Senior Executive Director)을 겸임하고 있다. 임상민 상무는 이화여대(사학과)를 나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임상민 상무의 남편 국유진 씨는 국균 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의 장남으로,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와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마치고 뉴욕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 뉴욕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편 임세령 상무는 배우 이정재와 열애 사실이 알려져 재계와 연예계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경영 때문에=동양그룹의 경우 일찌감치 딸들이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은 슬하에 두 딸, 이혜경(64) 전 동양그룹 부회장과 이화경(60) 오리온그룹 부회장을 뒀다.

장녀 이혜경 씨는 동양그룹을 물려받고 남편 현재현 회장과 그룹경영에 참여했지만 2013년 9월 누적된 실적악화와 극심한 자금난, 경영진의 부실 계열사 편법지원 등이 드러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 결국 해체됐다.

반면 차녀 이화경 부회장은 남편 담철곤 회장과 오리온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화경 부회장은 1975년 동양제과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 오리온그룹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미디어플렉스 경영을 총괄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 지분 14.47%과 쇼박스 지분 0.0029%를 보유하며 상장사 지분평가액이 8349억3540만원에 이른다.

반면 이혜경 동양그룹 전 부회장의 자산은 2013년 그룹 해체 전 동양과 동양네트워크, 동양증권 등 주식을 보유해 350억원 가량이었으나 현재 5%이상 보유 중인 상장사 지분은 없다.

한편 동양그룹의 해체로 동양과 오리온간 '가족기업'이라는 끈끈한 유대관계는 사라졌지만 이혜경 전 부회장의 장녀가 오리온그룹에서 근무하는 등 교류는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이혜경 전 부회장의 장녀 현정담(39) 씨는 2014년 10월 오리온 마케팅본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현 씨는 2013년 말까지 동양매직에서 마케팅전략본부장(상무보)으로 일했다. 

▶세금 때문에=70년 역사를 가진 부산의 향토기업 조광페인트 역시 자매간 자산이 역전된 경우다. 딸만 셋을 둔 고(故) 양성민 조광페인트 회장의 막내딸 양성아(17.84%) 전무는 지난 3월 지분 17.84%을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양성아 전무는 기존 보유했던 지분 5.62%에 지난해 말 별세한 양성민 회장의 지분 12.22%를 전량 상속받았다. 이는 언니 양은아(5.82%), 양경아(5.73%) 씨 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양성아 전무의 조광페인트 지분은 292억2355만원으로 평가된다. 언니들인 은아ㆍ경아 씨는 각각 95억원, 93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조광페인트 오너 일가 막내인 양성아 전무에게 지분을 몰아준 데는 양 전무가 언니들과 달리 유일하게 회사에 몸담고 있는데다 ‘세금문제’도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중소ㆍ중견기업의 가업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가업 상속 공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상속인 1인 주식전량 상속’ 요건이 포함돼 있다. 조광페인트 일가가 가업상속 공제 수혜요건을 갖추기 위해 양성아 전무에게 지분을 몰아줬고 그 덕에 최대 5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절감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때문에 가업상속 제도가 부자 감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977년생인 양성아 전무는 지난 2003년부터 조광페인트에 입사해 13년째 회사에 몸담으며 영업ㆍ기술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양 전무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받았다.

/che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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