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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억만장자들의 휴가지 ‘내 돈으로 가꾼 섬’…자산증식도 기여
 - 섬 사들여 리조트 개발한 글로벌 부호들…이미지 관리용 등 '다목적'
- 이건희ㆍ이재현 등 범삼성家 2000년대 중반 섬매입…현재가격 갑절수준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 섬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휴양지로 업그레이드 한다. 섬의 가치는 자연스레 올라간다. 이처럼 ‘꿩 먹고 알 먹는’ 방식은 세계 슈퍼리치 다수가 선호하는 자산증식 경로 중 하나다. 리조트 개발에 집중해 과거에 사 놓은 섬 하나의 명목 가치가 최고 400배 이상 치솟은 경우도 있다. 자기 섬을 활용해 이미지 관리에 힘 쓰는 부자도 있다. 거기서 즐기는 망중한은 차라리 ‘덤’인 셈이다. 국내 부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찌감치 사 놓은 섬의 가격은 현재 배 가까이 뛰었다.

래리엘리슨 오라클 창업자가 사들인 하와이 라나이 섬 [슈퍼리치팀 DB]

▶자기 섬에서 리조트사업 일구는 부자들=섬을 사들여 자신의 휴양 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개발하는 부호들도 있다. 래리 엘리슨(71) 오라클 창업자가 대표적이다. 

개인자산 439억달러(50조원)를 쥔 앨리슨은 지난 2012년 6월 미국 하와이 주에서 6번째로 큰 라나이 섬 (면적 364㎢ㆍ서울 면적 60%정도) 지분 98%를 사들였다. 당시 지분 값은 5억∼6억 달러 선으로 추산된다. 이 섬엔 럭셔리 리조트 2개와 골프장 등이 있다. 파인애플 산지로도 유명하다. 

래리엘리슨 [출처=게티이미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그는 재작년 ‘러브 라나이(Love Lanai)’라는 웹사이트를 열고 섬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가족단위, 허니문 등 모든 유형의 관광객을 이 섬으로 끌어들이는 게 골자다. 

자산 기준 영국 8위(49억달러) 부호인 리처드 브랜슨(66) 영국 버진그룹 회장도 자기 섬에 리조트를 꾸준히 가꿔왔다. 브랜슨 회장은 28세 때인 1978년 카리브 해 영국령 버진제도의 넥커 섬을 23만8000달러(2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넓이는 29만9460㎡ 규모다. 그는 이 섬을 개인 휴양시설 겸 리조트로 꾸몄다. 발리 식(式) 별채 6개 동으로 구성된 리조트는 한 번에 손님 2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섬을 통째로 빌리려면 하루에 5만 달러가량 든다. 2011년 8월엔 브랜슨 회장이 쓰는 메인 하우스가 화재로 소실되기도 했으나 곧바로 복구됐다.

그가 만든 ‘낙원’의 현재 가치는 1억 달러 정도로 여전히 건재하다. 36년 간 명목 가치가 420배 이상 오른 셈이다. 그 명성을 입증하듯 스티븐 스필버그ㆍ오프라 윈프리 등 여러 명사가 이곳을 다녀갔다. 2007년엔 이곳에서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리처드브랜슨이 매입해 리조트로 개발한 영국령 버진제도 넥커 섬[슈퍼리치팀 DB]

▶ 내 섬으로 대외 이미지 관리=거액을 주고 매입한 바캉스용 섬을 자신의 이미지 향상에 적극 활용한 부호들도 있다. 루이스 베이컨 무어캐피탈매니지먼트 창업자가 그런 경우다. 

베이컨은 1993년 뉴욕 주 로빈스 섬을 1100만 달러에 경매로 사들였다. 그는 섬 내에 자신의 휴양시설만 세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면적 180만㎡규모인 이 섬의 생태계 회복에도 주력했다. 로빈스 섬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이나 희귀종 관찰을 위해 자연보호단체인 ‘네이처 컨저번시(Nature Conservancy)’에 11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베이컨 회장은 섬 생태계 회복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미국 조류학자 존 제임스 오듀본의 이름을 딴 ‘오듀본 협회’의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칫 돈만 아는 냉혈한으로 비춰질 수 있는 헤지펀드 창립자가 환경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한 계기였다.

▶범 삼성가 총수들의 ‘섬 사랑(?)’=한국 재벌 중에선 범(汎) 삼성 가(家)를 이끄는 이들이 2000년대 중반 잇따라 섬을 매입했다. 현재 이들 부동산 가격은 갑절 가량 오른 상태다. 

자산 규모 12조3700억원으로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는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04년 12월 전남 여수시 인근 무인도인 ‘모개도’를 샀다. 모개도는 경사가 완만한 산과 하얀 백사장이 있는 해안가로 이뤄졌다. 등기부 상 면적은 3만1472㎡(구 9530평) 규모다. 하늘에서 본 모습은 영락없는 ‘하트(♡)’모양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들인 모개도 [출처=다음지도 캡처]

이 회장이 관심을 두고 사들인 2004년 당시 모개도 공시지가는 3000만원 수준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6300만원에 육박해 갑절 이상 뛰었다. 

그는 이 섬만 사들인 게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모개도를 포함, 근처 토지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이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궁항마을 해안 끝 쪽 임야 등 6만2700㎡(1만9000평)를 구매하는 데 쓴 돈은 7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 손자인 이재현(57) CJ그룹 회장 일가도 개인 회사를 통해 섬을 매입했다. 바로 인천 굴업도와 그 옆 소굴업도 등이다. 2006년부터 2008년에 걸쳐 사들인 이 곳 8개 필지 넓이는 168만3580㎡(51만여평)규모다. 

이재현 CJ회장 일가가 매입한 굴업도[출처=다음지도 캡처]


토지 등기부에 기재된 굴업도 소유주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다. 이 회장과 그의 아들 이선호ㆍ딸 이경후 씨 등 3명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다. 감사보고서에 명시한 유형자산 취득가격으로 확인한 이 섬 매입가는 162억여원이다.

이 회장 측은 희귀 동식물이 많아 ‘한국의 갈라파고스’로도 불린 굴업도를 휴양지로 개발하려 했다. 현재 사업은 실질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땅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06년 당시 26억원 수준이었던 굴업도 공시지가는 현재 47억원을 넘겼다. 같은 상승폭을 적용할 경우 이 섬의 실제가격은 매입가 대비 갑절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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