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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100대 부자중 33명은 ‘청문회’ 5대재벌 친인척…안 바뀌는“한국적 현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정부ㆍ청와대 요청) 거절 하기 어려웠다. 한국적 현실이다”

재계 서열 6위 GS그룹 수장이기도 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이하 ‘청문회’)서 했던 말입니다. 고질적인 정경유착 행태는 변하지 않았단 점을 재계 대표자인 전경련 리더로서 애둘러 고백한 것이죠.우리의 낡은 정치가 수십년째 반복해온 ‘악습’입니다. 


안타깝지만 한국 경제에 좀처럼 변하지 않은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청문회 출석했던 재계 총수 절대다수가 가업(家業)을 물려받았단 점입니다. 쉽게 말해 가족기업 수장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슈퍼리치 팀이 집계 중인 ‘한국 100대 부호’ 최상단에 있습니다. 이들 뿐 아니라 그들의 친인척 또한 이 리스트에서 아주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1년 간 100대부호 순위에 새로 진입했거나 이름을 한 번이라도 올렸던 소위 ‘흙수저’출신 자수성가 부호는 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같은 데이터는 또다른 ‘한국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양극화’나 ‘박탈감’ 같은 사회적 의미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한국 경제가 얼마나 고착화되어 있는 지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우리 경제가 왜 성장동력과 활력을 잃어가는 지 그 단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도전’과 ‘혁신적 진화’ 대신 ‘현상유지’와 ‘단기 성과’에 급급한 기업들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롯데 가(家) 직계와 방계 혈족이 한국 최상위 부자 명단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합계 33명(법정 구속자 제외)입니다. 총수 당사자를 뺀 수치입니다.

이들 개인 자산 합계는 39조 원에 달합니다. 올해 서울시 예산을 모두 합치면 27조 5038억원입니다. 33명 개인 자산이 995만 명(11월 기준)이 사는 대도시 1년 예산보다 많은 셈입니다.

▶범 삼성ㆍ현대 일가…자산도‘투톱’=재계 서열 1ㆍ2위 삼성과 현대차 총수 직계가족과 친인척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슈퍼리치 팀이 매주 집계하는 100대 부호에 한 번 이상 포함된 5대 재벌 친인척 33명 가운데 22명을 차지합니다. 

청문회에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혈족은 10명입니다. 모두 22조 6000억원 대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산이 가장 많습니다. 15조 640억원입니다. 여기엔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산 자산도 들어있는데요. 서울서도 부촌으로 손꼽히는 용산구 한남동엔 그의 명의로 된 토지ㆍ주택 등이 10건입니다. 면적은 1만6272㎡(구 4930평)입니다. 

한남동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저택
또 있습니다. 호암미술관과 에버랜드 등이 자리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일대에도 이 회장 소유 토지가 상당합니다. 4건 8712㎡(구 2640평) 규모죠.

이 14건의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등 합계는 9389억여원 입니다. 1조원에 육박합니다.

이 부회장 어머니 홍라희 리움 관장, 그리고 두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ㆍ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도 각각 1조 7000억∼1조 8000억원대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고모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1조 3000억원 대 자산가입니다.

이 부회장 외삼촌인 홍석현 중앙일보ㆍJTBC 회장 소유 한남동 저택

아울러 이 부회장의 외삼촌들과 이모가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바로 홍석현(67) 중앙일보ㆍJTBC 회장을 필두로 편의점 체인 ‘CU’를 거느린 홍석조(63) BGF 리테일 회장ㆍ홍석준(62) 보광창투 회장ㆍ홍라영(56) 리움 부관장 등 4명입니다. 홍라희 관장을 뺀 외가 식구들 자산합계는 1조 2480억여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범 현대가 일족 자산 합계는 삼성 일가보다 적지만, 100대 부호 중 12명이 1년 간 랭크돼 있었습니다. 5대 가문 중 가장 많습니다.

정몽구 회장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자산이 2조 3205억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정 회장 동생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가 1조 1700억원 대 자산으로 뒤를 잇고 있죠.

이 밖에 사촌지간인 정몽진 KCC회장ㆍ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그리고 정몽윤(정 회장 동생) 현대해상 회장과 정지선(조카)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이 각각 5000억원 넘는 자산을 쥐고 있습니다.

100대 부호에 포함된 정 회장 친척 중엔 2400억원 대 자산가 현정은(61) 현대그룹 회장도 있습니다. 정 회장 동생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부인인 현 회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쓰리비 등 6개 계열사 내용을 뺀 허위 자료를 냈습니다. 이를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그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SK 일가엔 178억원 ‘배당부자’ 포함=재계 3위 SK의 총수 친인척 중 100대 부호에 속한 인물은 2명입니다. 개인 자산을 가장 많이 소유한 인물은 최기원(52)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입니다. 

최태원 SK 회장 동생인 최 이사장은 상장사 주식자산으로만 1조원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현금배당도 상당한데요. 그는 지난해 말 기준 소유한 SK㈜ 주식 525만주로 배당금 178억 5000만원을 챙겼습니다. 최 이사장의 현금배당 규모는 한국 부자 17인(포브스 기준)의 친인척 125명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 관련기사:한국대표부호 17명 친인척 125명 예상배당금 1300억원 , 1위는 최태원 회장 동생 (2016. 3. 4) (기사 링크)

최 이사장의 부동산 자산도 상당한데요. 대표적인 물건은 2014년 76억원에 사들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옛 JYP사옥입니다. 연면적 1085.3㎡(구 329평) 규모 빌딩입니다.

이 밖에 최 회장과 사촌관계인 최창원 SK가스ㆍSK케미칼 부회장도 3700억원에 달하는 자산가로 100대 부호 순위에 올랐습니다.


구본무 회장 친인척인 범 LG 집안 가족은 7명이 100대 부호 내에 포진했습니다. 이 가운데 구 회장 동생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자산이 1조원 대로 가장 많습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9048억원의 개인 자산으로 뒤를 잇고 있는데요. 그가 수장을 맡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국내 프로야구 ‘8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구 회장 부인인 김영식 여사 등 5명도 100대 부호 순위에 들어있습니다. 5명 자산 합계는 2조 5038억원 수준입니다.

▶ 롯데家, 신격호의 자산이 ‘최소기준’인 이유=자산 기준 5위인 대기업집단 ‘롯데’일가도 100대 부호 명단에 2명이 속했습니다. 현재 법정 구속 중인 1700억원 대 자산가 신영자(74ㆍ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누나)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제외했습니다.

먼저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입니다. 회사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여전히 ‘살리고’ 있는 신동주 회장은 롯데쇼핑 등 상장사 지분 자산으로 1조 642억원, 그리고 비상장사 자산 등으로 270억여원을 쥐고 있습니다.

신 회장 아버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자산규모는 아들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2705억원인데요.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한국 내 자산 기준입니다. 관련 그래픽에 ‘최소’란 글자를 적시한 이유입니다.

우선 신 총괄회장의 부동산 자산이 천문학적입니다. 28년 전인 1988년 포브스 등은 그를 ’세계 4위 부자‘로 올려놨는데요. 한국과 일본의 땅값 등이 폭등하던 이 때 그의 자산 규모는 18조 6800억원이었습니다.

신 총괄회장 소유 이력이 남아있는 토지는 국내에서 확인된 것만 전국 15개 필지 100만3702㎡(30만4000여평)입니다. 등기부 등본 및 토지대장 분석 결과 소유권 이전 당시 이들 땅의 가치 합계는 3050억여원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롯데 계열사에 팔아 넘기고 신격호 일가로 흘러간 돈입니다.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 및 롯데 보유 전국 토지 현황

▷ 관련기사:롯데 ‘오너 계열사’ 보유 부동산 최소 173만평, 시세차익만 최소 14조원 (2016. 7. 1) (클릭하시면 기사 전문 및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 및 롯데가 보유한 국내 토지의 상세정보(위 지도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신 총괄회장을 필두로 한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롯데 계열사들은 현재 국내에만 최소 570만㎡(172만평)의 토지를 갖고 있습니다. 여의도(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 갑절 가까운 면적이죠. 15조 원을 넘긴 이들 땅의 현재 가치는 롯데가 사들인 뒤 14조 원 가량 뛰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동산에 과한 관심을 보이는 일부 투자자들은 신 총괄회장을 존경하기도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 ‘신격호가 땅을 사면 무조건 따라가라, 황금이 된다’는 말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다”고 기자에게 말합니다.

결국 큰 소득 없이 끝난 재계 청문회. 총수들이 실토한 ‘한국적 현실’은 바뀔 수 있을까요. 현재 국내 최상위 10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린 125명 중 5대 재벌 친인척과 같은 가업승계 형은 총 89명. 자수성가 부자 수는 36명입니다.

30%도 안 되는 이 수치는 지난 1년 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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