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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양계장 출신 회장들…SM 우오현ㆍ하림 김홍국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양계장이 유망한 사업이었던 1970년대 중반 전라도 지역 양계업계에는 두각을 나타낸 고등학생 사업가가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전라북도 익산시 당시 이리농림고등학교 재학생이던 김홍국이었다. 1957년생인 김홍국은 11세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돈으로 다시 병아리를 구입하는 것을 반복, 고교 1학년이던 1975년 당시 1000마리 넘는 닭을 키우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당시 전라남도 광주시 광주상업고등학교 재학생이었던 우오현이었다.

1953년생인 우오현은 광주상업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1년 양계업을 시작했고, 이후 인연을 맺은 김홍국과 우오현은 의기투합, 공동으로 양계장을 운영해 매년 큰 수익을 남겼다. 1978년 우오현이 양계장을 처분하고 건설업에 뛰어들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끊겼다.

1970년대 후반 양계장을 같이 하던 두 사람은 40년이 지난 현재 재벌 그룹을 이끄는 회장이 됐다. 우오현(64)은 삼라마이다스(SM)그룹을 일궜고, 김홍국(60)은 하림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동안 적극적 인수합병(M&A)으로 기업의 몸집을 늘려온 두 사람은 최근 해운업계의 라이벌로 다시 만났다.

SM그룹은 2013년에는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해운업계 4위인 대한해운을 인수하며 벌크선 사업에 뛰어들었고, 하림그룹은 2015년 2월 STX그룹 핵심 계열사 팬오션을 인수하며 해운업에 진출했다.


▶‘양계업 넘어 신사업으로’ 김홍국 회장 = 양계장을 운영하던 김홍국은 1986년 식품회사 하림식품을 창업하며 가공식품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이 열리며 닭고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하림은 유계계열화 사업을 전개하며 꾸준히 덩치를 키워 나갔다.

2001년 천하제일사료를 인수하고 프리미엄 계육회사 올품, 홈쇼핑 계열사 NS쇼핑 등을 출범시키며 하림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2002년 주원산오리, 2007년 선진, 2008년 팜스코를 인수하는 등 최근까지 많은 계열사를 그룹 내로 편입시켰다.

2015년부터는 주력 사업인 양계업을 넘어 해운업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며, 축산업체에서 유통과 물류까지 거느린 자산규모 9조원대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4월에는 계열사인 NS쇼핑의 자회사 엔바이콘을 통해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옛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 9만1082.8㎡(약 2만7552평)의 땅을 4525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 부지에 최첨단 선진형 물류 유통 기지와 도심형 연구·개발(R&D)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58개 계열사를 거느린 하림그룹의 특징은 2개 지주회사 체제(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라는 점이다.

비상장사인 축산용 배합사료 제조 및 판매회사 제일홀딩스가 코스닥 상장사인 중간 지주사 하림홀딩스의 지분 68.09%를 보유하며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일홀딩스는 상장사인 선진ㆍ하림 등의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제일사료 등 비상장 법인들도 거느리고 있다. 또 하림홀딩스를 통해 NS쇼핑 등 다른 비상장법인들도 간접 지배하고 있다.

오너가의 지주사 지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김홍국 회장은 지주회사 제일홀딩스 지분 8.14%와 중간 지주사 하림홀딩스 0.68%, NS쇼핑 5.12%를 보유하고 있다.

김홍국의 상장사 주식 평가액은 300억원 정도이지만, 비상장사 자산을 포함하면 김 회장의 자산은 2000억원까지 뛴다. 비상장사 제일홀딩스 지분(8.14%)의 자본총계 기준 지분평가액은 약 1500억원에 이른다.

특히 김 회장의 장남 준영(25) 씨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오너가 개인회사 올품을 통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준영 씨는 비상장사인 닭고기 가공ㆍ저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김홍국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올품은 2012년 말 지분 전량이 준영 씨에게 넘어갔다. 올품은 특히 2015년 매출액 3591억원 중 745억원을 계열사에서 올려 내부거래 비중은 20.7%였다.

올품은 자회사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썸벧은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7.35% 보유해 김홍국(8.14%)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M&A의 귀재’ 우오현 회장 = 1970년대 양계장을 하던 우오현이 건설업에 뛰어든 계기는 사기를 당하면서 부터였다. 1978년 지역 건설업체에 단층집 공사를 맡겼다가 사기를 당했고, 할 수 없이 우오현이 직접 집을 완성했는데 나중에 집을 팔 때 이익이 상당하다는 것을 깨닫고 건설업체를 직접 세웠다.

이후 1988년 건설사 삼라건설을 설립해 광주 지역에서 임대아파트사업에 주력하다 2001년부터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삼라건설은 이후 35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규모 4조원대의 중견기업 SM그룹으로 성장했다. 우오현 회장은 공격적인 M&A 전략을 통해 회사를 급속히 키울 수 있었다.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그는 2004년 건설사 진덕산업(현 우방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중소 건설사들을 잇달아 사들이며 사세를 키워왔다.

이어 2005년 건전지 제조사 벡셀, 2006년 의류ㆍ원단업체 경남모직, 2007년 남선알미늄을 인수했고, 2008년엔 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2010년 우방을 품으며 덩치를 키웠다.

2011년에는 하이패스 1위기업인 하이플러스카드, 신창건설(현 우방건설산업)을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시장에 나온 건설사인 성우종합건설과 동아건설산업 인수에 성공했다.

이같은 M&A 전략을 통해 SM그룹의 매출은 2004년 754억원에서 2015년에 2조5000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SM그룹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은 우 회장의 경영철학과 연관 있다. 그는 평소 여러 인터뷰 등을 통해 “사업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지론을 밝혀왔다.

우오현 회장은 최대주주인 삼라를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SM그룹의 상장사는 남선알미늄과 대한해운, 티케이케미칼로 모두 3개이다. 나머지 32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법인이다.

우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은 남선알미늄 4.42%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비상장사 지분이다. 우 회장은 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지주사격인 삼라의 지분 60.96%, 삼라마이다스 100%, 에스엠홀딩스 45.46%, 경남모직 10.37%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남선알미늄 지분과 비상장법인 네 곳의 지분평가액을 합친 우오현 회장의 주식자산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우 회장의 남선알미늄 지분 평가액은 70억원 정도이지만, 삼라 등 비상장사 네 곳의 지분평가액은 최소 2700억원(자본총계 기준)이다.

오너일가는 외부 노출을 꺼린 탓에 베일에 싸여있다. 우 회장은 1남 4녀를 슬하에 두고 있는데 자녀들이 보유한 SM그룹 계열사 지분은 거의 없다.

mss@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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