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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재계 금수저 ‘만취난동’, 3인3색 사과법(?)
2017.01.07 09:24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보름 사이 세 번이나 판박이 같은 사건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재계 금수저라고 불리는 2ㆍ3세 기업인들의 ‘만취 난동’이 말입니다. 이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모 기업’ ‘누구 아들’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자긍심일 수도 있고, 부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평생 키워오던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만취 중에 해서는 안될 행동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것 일지도요.

당연하게도 이런 행동은 경영자인 아버지는 물론 기업에 큰 타격을 줍니다. 가족 경영권 승계가 ‘열외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 재벌가 자제들의 이런 안하무인격 행동은 가장 강력한‘오너리스크‘가 됩니다. 큰 조직을 이끌 리더십은 물론 사회 지도층으로써의 최소한의 자질도 갖추지 못한 젊은이에게 수조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의 운명을 맡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런 사람이 맡게 될 기업의 물건을 왜 사줘야 하나’는 소비자로써의 자연 스러운 분노는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물론 회사를 거쳐간 사람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와 명성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최악의 행동’이 재벌가 자제들의 ‘갑질’ 입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일이 터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에 일을 진화하려 최선을 다합니다. 최근 잇달아 일어난 세 번의 만취난동ㆍ갑질폭행 사건의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법은 회사마다 살짝 달랐습니다. 어땠을까요? 


유흥가 모습 [헤럴드DB]


▶‘대노(大怒)’했다는 아버지 회장의 한마디 = 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8) 씨가 술에 취해 종업원 2명의 머리를 때린 혐의(폭행)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또 경찰서로 연행되는 과정에서도 순찰차 내부 유리문과 카시트 등을 계속해서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그는 지난 2010년에도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집기를 부슨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서울 고양시 킨텍스 건설 현장에서의 김동선 씨(가운데) [출처=김동선 페이스북]


이 사건으로 한화 가(家)의 지난 행적까지 주목받았습니다. 마약, 뺑소니, 보복 폭행 등 어두운 사건들이었죠. 한화그룹 측은 “현재 피해 종업원과 합의를 마친 상태”라고 밝히면서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로, 회사로서는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한 마디’가 더해졌습니다. 그룹 수장인 김승연 회장이 ‘대노(大怒)’했다는 소식이었죠. 김 회장이 아들의 소식을 듣고 크게 화를 냈으며, 아들에게 “벌을 받고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지만 우회적으로 대외적 메시지를 전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동선 씨는 미국 명문대인 다트머스대를 졸업하고 2014년 한화에 입사했습니다. 현재는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신성장전략팀은 한화건설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신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곳으로 지난해 초 신설된 주요 조직입니다. 


김동선 씨(가운데)와 부친 김승연 회장(오른쪽), 모친 서영민 씨


알려졌다시피 김 씨는 국가대표 승마 선수기이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중에서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출전해 금메달을 딴 것으로 화제가 됐죠.

김 회장은 한화그룹이 정 씨에게 고가의 말을 사주었다는 의혹이 일자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불거져 한동안 자세를 낮추고 있었어야 할 이때, 아들의 폭행 시비가 불거지자 적잖은 화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김동선 씨는 대외적으로 ‘아버지에게도 엄격한 처분을 받은 아들’(?)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것은 아닐까요.

▶정치인 같은 사과문 뒤, 기업 차원의 ‘물타기’? =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진열장에 물컵을 던진 등의 혐의로 입건된 장선익(35) 씨는 27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장씨는 국내 3위 제철기업인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입니다. 장 회장은 현재 원정도박과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지내고 있습니다. 


장선익 씨


사과문에서 장 씨는 “우려와 걱정을 끼쳐 드려 백배사죄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어떠한 변명을 해도 제 잘못이 분명하기에 진심으로 깊게 후회한다”, “언제나 모범을 보이라고 지도해주신 집안 어른들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죄송스러움과 착잡함이 앞선다”는 등 흡사 ‘정치인’들의 사과문 같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 차원의 물타기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맨 처음 장씨가 술집난동을 일으킨 이유로 보도됐던 “와인바 직원에게 케이크를 사다 달라 부탁했다가 30만원을 요구받아서 화가 났다”는 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부터죠. 이 발언은 “와인바가 바가지를 씌웠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옹호론을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수 언론이 재차 기업에 확인하자 “케이크 값이 아닌 술값이 30만원이었다는 말”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6월 장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출처 장씨 페이스북]


결국 동국제강은 사과문을 통해 ‘정면돌파’하는 듯했지만, 물타기도 함께 벌어진 것이 드러나면서 ‘이중 대응’ 논란도 빚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선익 씨는 현재 아버지인 장세주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삼촌 장세욱 부회장과 경영권 승계 경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장세주 회장은 동국제강 지분 13.84%, 장세욱 부회장은 9.33%, 장선익 씨는 0.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장씨는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폭력 사건으로 당분간 자숙기를 보낼 전망입니다.

▶“혐의는 인정…기억은 안 나” = 재벌가 자제 뿐만 아닙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갑질 폭행’의 시발점은 화장품 제조기업인 두정물산 임병선 사장의 아들 임범준(35) 씨 사건이었죠. 두정물산은 화장 도구인 브러시를 제조ㆍ판매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에 납품하는 기업이죠. 


임범준 씨의 ‘기내난동’ 당시 사진


비행기에서 난동을 피우는 것은 일반적인 공간에서보다 훨씬 더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장ㆍ승무원에 대한 업무 방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죠. 기내 난동을 ‘테러’ 수준으로까지 보는 미국에 비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씨가 일하는 아버지의 회사 두정물산은 직원 140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입니다. 친숙하지 않은 일므인 두정물산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일부는 두정물산이 판매하는 브러쉬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하기도 했죠. 하지만 두정물산은 기업 차원에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대응하는 부서도 마련돼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씨는 결국 지난달 26일 오전 변호사와 함께 인천 국제공항경찰대 조사에 출석했습니다.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 앞에 선 임씨는 “혐의를 인정하지만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도 “아버지께 큰 실망을 안겼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임씨는 현재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된 상태입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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