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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골든글로브’ 손에 쥔 왕젠린, 시상식 장소까지 옮길까?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 국내 개봉 한 달이 넘도록 ‘롱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라라랜드’. 이 영화는 국내외 영화인과 관객들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며 지난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ㆍ녀 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골든글로브 역사상 ‘최다 수상’ 기록이다.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부문 남녀주연상을 받은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 (게티이미지)
 
올해 시상식의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은 골든글로브의 새 장이 시작된 날로 기록됐다. 행사의 주인이 바뀌고 처음 치른 시상식이었기 때문이다. 1944년 시작돼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문화 시상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골든글로브는 이제 중국 자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중국 ‘최고부자’ 왕젠린(王健林ㆍ63) 회장이 이끄는 다롄완다그룹(이하 완다그룹)은 지난해 11월 골든글로브 제작사 딕 클라크(Dick Clark)를 인수했다. 왕 회장의 현재 자산은 313억달러(37조4500억원ㆍ포브스)로 추산된다.

완다그룹의 ‘첫 골든글로브’는 당장 변화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대신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화들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는 왕젠린 회장의 ‘시상식 장소 변경설(說)’이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개최하는 비버리힐즈의 비버리 힐튼 호텔 레드카펫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초기 LA 폭스 스튜디오(현재의 센츄리 시티)에서 개최됐지만 1961년부터 현재까지는 매년 비버리힐즈의 ‘비버리 힐튼(Beverly Hilton)’ 호텔 대연회장에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비버리 힐튼 호텔은 골든글로브 ‘단골’ 영화인들에겐 집 같은 곳이다. 그러나 최근 힐튼 호텔이 인근에 부동산을 사들인 다롄완다그룹과 마찰을 겪으면서 행사 장소 이전설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배경은 이러하다. 비버리 힐튼 호텔 개발사 오아시스 웨스트(Oasis West)는 현재의 각 8층ㆍ18층짜리 콘도 건물을 26층(105m) 높이로 증축하고 공원을 확장하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는 당연히 진행했어야 할 절차인 사전점검ㆍ승인 절차를 생략했고, 이에 완다그룹이 거센 반대에 나서면서 시 의회는 호텔 증축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쳤다. 지난 11월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투표자의 57%가 반대 뜻을 표명하자 계획은 무산됐다.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 (게티이미지)

완다그룹이 반발한 이유는 힐튼 호텔 바로 건너편에 새 호텔을 지으려는 계획 때문이다. 완다그룹은 최근 13층ㆍ15층짜리 콘도 타워와 럭셔리 호텔 건설에 대한 승인을 시 의회로부터 획득했다. 새 호텔의 건설비는 12억달러(1조43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완다그룹 입장에서는 힐튼이 비버리힐즈의 최고층 건물을 짓는 계획에 대해 제동을 걸고 싶은 유인이 분명했다. 럭셔리 호텔의 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물론 완다가 짓는 럭셔리 호텔에도 대연회장이 들어선다. 딕 클라크를 손에 쥔 왕젠린 회장이 당연한 수순으로 새 호텔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끌고 오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피어났다. 하룻밤에 6000여명이나 되는 영화인ㆍ관계자들이 찾는 이 거대한 행사를 가져온다면 수입도 상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 할리우드 전문 매체 더랩(TheWrap)은 “285석짜리 대연회장이라 골든 글로브를 열기에 매우 좁은 공간이지만, 완다그룹 내에서는 왕젠린 회장이 할리우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꺼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조심스레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로 최근 왕 회장이 딕 클라크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왕젠린 회장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공격적인 바이어(buyerㆍ구매자)로 떠올랐다. 중국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타고 억만장자가 된 그가 문화산업으로 눈을 돌려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미국 극장체인 AMC, 유럽의 오데온, 호주의 호이츠 등을 사들여 완다를 세계최대 극장체인으로 만들고, 잇달아 미국 영화제작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 TV 프로덕션 딕 클라크까지 차례로 인수했다.

이제는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상식’의 권위까지 획득한 그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전 세계 문화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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