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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위스시계 살린 스와치家 3대째 혁신 중
2017.03.20 09:53
[SUPERICH=민상식ㆍ이세진 기자] 1970년대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던 스위스 시계 업계는 당시 값싼 일본산 쿼츠시계(배터리에서 동력을 얻는 전자식 시계)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작은 태엽과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기계식 손목시계를 만들던 스위스 업체들은 더 정확하고 가벼운데도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한 전자 시계의 공세에 줄줄이 도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스 시계의 구세주가 등장한다. 바로 ‘니컬러스 헤이엑’(Nicolas Hayek, 1928~2010)이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이주한 니컬러스는 1980년대 유명 경영컨설팅회사(하이에크 엔지니어링)을 운영하고 있었다. 1980년대 초 스위스 금융계로부터 스위스 시계산업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받았던 그는 면밀한 분석 후에 스위스 시계산업의 자생 가능성을 확인했고, 아예 시계산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의 전략은 오메가와 티쏘 등을 보유한 SSIH(시계산업스위스협회)와 론진과 라도 등을 거느린 ASUAG(스위스시계산업연합)를 합병해, 일본 쿼츠시계에 맞설 수 있는 중저가 시계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故 니컬러스 헤이엑 스와치 창업자 [사진제공=브레게]


니컬러스는 도산 직전의 ASUAG와 SSIH를 인수, 합병한 뒤 1983년 SMH를 창립했다. 이어 중저가 시계인 ‘스와치’(Swatch)를 선보였다.

그가 주목한 것은 스위스 시계의 장인정신인 다품종 소량생산이었다. 일본의 전자시계 회사가 똑같은 제품을 수십만개씩 쏟아낼 때, 스와치는 매년 수백종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또 100개가 넘는 부품 수를 50여개로 줄이는 등 생산공정과 부품을 공유하고 표준화해 생산비용을 대거 낮췄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스와치는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1998년에는 아예 회사 이름을 스와치그룹으로 변경했다.

현재 스와치그룹은 세계 최대 시계제조사 그룹으로 성장했다. 1992년 블랑팡, 1999년 브레게, 2000년 글라슈테 오리지널, 2013년 다이아몬드 브랜드인 해리윈스턴 등을 사들이며 보유 브랜드를 19개까지 늘렸다.

다양한 가격대의 시계 상품군을 갖춘 스와치그룹은 세계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스와치의 시계 브랜드군은 초고가(브레게, 블랑팡), 고가(오메가), 중고가(론진, 라도), 중저가(티쏘, 해밀턴), 저가(스와치) 등으로 구성된다. 


나일라 헤이엑(66) 스와치 회장 [출처=HH Journal]


스위스 시계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니컬러스는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첫째 딸인 나일라 헤이엑(Nayla Hayekㆍ66)이 그룹 회장을 이어받았다.

나일라 회장과 함께 현재 실질적으로 스와치그룹을 경영하는 인물은 니컬러스의 장남 닉 헤이엑(Nick Hayekㆍ63)이다. 그는 2003년부터 스와치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스와치그룹은 현재 닉 CEO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산 쿼츠 시계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던 때처럼 애플의 2015년 애플워치 출시로 기존 시계 산업이 위축하자,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에 맞서 자체 독자 스마트워치 운영체제(OS)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스와치그룹은 최근 시계에 결제 시스템을 넣는 등의 새로운 스마트 기능을 추가해 스마트워치 시장을 공략해왔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블루투스 통신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닉 헤이엑(63) 스와치 CEO [출처=20min]


닉 CEO는 지난 16일 스위스 비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배터리 소모량을 최소화한 OS를 개발하겠다”면서 “새로운 운영체제는 혁신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을 이용한 제품은 티쏘 브랜드를 통해 내년 말쯤 출시될 예정이다.

스와치의 독자 스마트워치 OS 개발은 닉 CEO의 경영철학과 연관지을 수 있다. 닉은 시계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자체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생산에 들어가는 공정이 따로 떨어져 있으면 의사소통이나 자원 활용에 비효율이 생긴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독자노선을 가는 스와치그룹과 달리 경쟁 시계업체들은 글로벌 IT 기업과 협력해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럭셔리기업인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는 구글, 인텔과 공동 개발한 태그호이어 스마트워치를 판매 중이고, 스위스 명품시계 그룹 리슈몽(Richemont)은 안드로이드 기술을 이용한 자사의 첫 스마트워치 ‘몽블랑 서밋’을 올 5월 출시한다.


마크 헤이엑(46) 블랑팡 CEO [출처=Elite Traveler]


닉 CEO가 자체 OS를 통해 차별화한 스마트워치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스와치의 초고가 브랜드 경영은 니컬러스의 손자이자 나일라 회장의 아들인 마크 헤이엑(Marc Hayekㆍ46)이 담당하고 있다.

1992년 스와치그룹에 입사한 마크는 현재 수천만원대의 시계 브랜드인 블랑팡, 자케드로, 브레게의 CEO를 맡아, 고가 브랜드의 명품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입사 이후 잠시 그룹을 떠나 개인사업을 하기도 했던 마크는 2001년 블랑팡에 마케팅매니저로 합류한 후 다음해인 2002년 블랑팡의 CEO 자리에 올랐다.

마크 CEO는 시계 탄생 이래, 가장 긴 282년의 역사를 가진 블랑팡의 기계식 시계만의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첨단 기술을 더하는 방식으로 초고가 브랜드경영 전략을 짜고 있다.

창업자 니컬러스의 딸 나일라와 아들 닉, 손자 마크 등을 포함한 헤이엑 가문의 자산은 90억달러로 평가된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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