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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Decode]‘동분서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깊어진 고민
[SUPERICH=민상식 기자]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지난 7일 개막한 ‘2017 제네바 모터쇼’에 참석한 정의선(47)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전시관 등을 둘러보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동향을 살핀 뒤 다음날인 8일 곧바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했다. 정 부회장은 이곳에서 현대차 공장을 찾아 신형 쏠라리스 생산라인 등을 점검하고 현지 관계자들과 판매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79)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연초부터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앞서 1월 초순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17’에 참석해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달 하순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교류했다. 2월 초순에는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해 현지 딜러망과 시장 점검을 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제네시스 오픈’ 준비 상황 등을 직접 챙겼다. 제네시스 오픈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올해부터 타이틀 스폰서로 후원을 시작한 PGA 투어 토너먼트 대회이다. 

지난 1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현대차 미래비전을 밝히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정 부회장이 이처럼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 없이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파업 등의 영향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6년만에 5조원대로 추락했다. 영업이익률도 5년 연속 감소하며 지난해 5.5%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점도 현대기아차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고, 향후 고객 수요가 있다면 미국 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수 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미래 먹거리 발굴이다. 정 부회장은 올 1월 초순 CES 2017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우리는 지금 기술 융합과 초연결성으로 구현될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다”며 “현대차는 친환경적이고 주변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초연결성을 지닌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7에서 드론 시연을 관람하는 정의선 부회장(가운데) [사진제공=연합뉴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의 친환경차, 스마트카 개발 등 신사업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직접 정성을 쏟고 있는 신사업으로는 미래 모빌리티 전략인 ‘프로젝트 아이오닉’이 꼽힌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3월 ‘2016 제네바모터쇼’에 참석해 프로젝트 아이오닉을 소개한 이후 여러 행사에 직접 참여해, 국산 최초의 친환경 전용모델인 아이오닉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제주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전기차)’을 직접 소개했고, 올 1월 CES 2017에서는 이례적으로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에 시승했다.

이후 아이오닉은 지난 1년간 글로벌 판매 대수 3만대를 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 글로벌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등 과제가 산적하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Tesla)가 이달 15일 한국 첫 매장을 열고 본격 판매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주도권을 뺏길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연간 70만대에서 올해 100만대로 43% 증가, 2022년에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14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기업에 뒤처졌다는 위기감을 느낀 탓인지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말께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해 현대차그룹 전략기술연구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 공유경제 등 미래 혁신 분야를 집중 연구할 목적으로, 기존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안에 있던 신사업 관련 부문 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떼어내 만들었다. 연구소는 앞으로도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최악의 실적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정 부회장은 국내 1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슈퍼리치가 집계한 ‘한국 100대 부호’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상장ㆍ비상장 주식자산은 2조3581억원(이달 8일 기준)으로, 국내 9위 부호에 해당한다.

정 부회장은 1994년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 과장으로 입사해 그룹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러나 입사 1년 만에 미국 유학길에 떠났고 학위 취득 후 일본의 이토추상사의 뉴욕지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한 뒤 다시 귀국했다.

1999년 현대자동차 구매실장 및 영업지원사업부장으로 복귀하면서 그룹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국내영업본부 영업담당 겸 기획총괄본부 상무,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전무,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 부사장 등을 거쳤고,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는 현대자동차 기획과 영업담당 부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44) 씨와 혼인해,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도원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의선 부회장은 아내 정지선의 사촌오빠인 정대우 삼안운수 사장과 구정중ㆍ휘문고 동창이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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