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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
20세기 우주소년, 우주 청소부 되다
2017.05.16 09:35
[SUPERICH=민상식ㆍ이세진 기자] 1988년 미국 앨라배마 주 헌츠빌의 미항공우주국(NASA) 마셜우주비행센터에서 열린 우주캠프에 참가한 14세 일본인 소년은 이 곳에서 일본인 연구자 모리 마모루(毛利衛) 박사를 만났다. 모리 박사는 소년에게 “우주는 당신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는 직접 손글씨로 작성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주에 대한 꿈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년이 만난 모리 박사는 4년 후인 1992년 우주에서의 물질가공ㆍ생명과학 분야 실험을 위해 우주비행사로 지명돼, 일본인으로는 처음 우주선에 탑승했다.

이후 소년은 도쿄대에 입학해 유전학을 전공한 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의 행적을 따라 그의 모교 퍼듀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며 우주에 대한 꿈을 좇았다.


애스트로스케일 창업자 오카다 미쓰노부(43) [출처=tkplus]


소년의 이름은 오카다 미쓰노부(岡田光信ㆍ43). 성인이 된 오카다는 일본 재무성 직원과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컨설턴트,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 부사장을 거쳐 인터넷 분야 스타트업을 두 번이나 창업하며 사업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40대를 앞두고 ‘중년의 위기’에 빠졌다.

4년 전인 2013년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에 빠진 오카다는 30년 전 받은 모리 박사의 손글씨 메시지를 떠올리면서, 어린 시절 품었던 우주에 대한 꿈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지구 저궤도에는 작동을 멈춘 인공위성을 비롯해, 로켓, 각종 부유물 등 우주 쓰레기였다. 미국 공군에 따르면 지구에서 식별할 수 있는 우주 쓰레기는 2만3000개에 달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포착할 수 없는 입자까지 포함하면 우주 쓰레기는 수천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ASA, 유럽우주국(ESA) 등 각국 항공우주국은 우주 물체가 우주에 머무는 기간이 25년을 넘지 않도록 하는 ‘25년 규정’을 지키도록 노력 중이지만, 우주 쓰레기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카다는 이익을 추구하는 작은 사기업이 더 신속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비 20만달러를 들여 2013년 우주 쓰레기 처리 기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을 설립했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세계 최초로 우주 청소에 나선 기업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을 ‘우주 청소부들’(Space Sweepers)로 칭하며, 회사 슬로건은 “우주를 청소하러 가자. 잘가라, 우주 쓰레기”(Go, sweep the Galaxy. Bye Bye, space debris)로 정했다.

오카다는 “현실적으로, 항공우주국 입장에서 우주 쓰레기 관리는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돈을 써야 한다고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문제”라면서 “나는 그 누구도 해결 방법을 알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사업 기회를 봤다”고 설명했다.


애스트로스케일의 소형 인공위성 아이디어 OSG1 [출처=Astroscale]


우주 청소는 쓰레기를 모아 대기권에서 낙하 소각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초소형 인공위성의 평평한 표면에 접착제를 접시 크기로 부착해, 이곳에 쓰레기가 달라붙도록 하고, 쓰레기가 잔뜩 붙은 인공위성은 대기권에 다시 들어서면서 모두 불타 없어진다.

접착제는 불과 몇 온스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100파운드에 달하는 쓰레기 청소용 로봇팔을 싣는 것보다 우주선이 훨씬 가벼워진다. 접착제는 현재 일본 화학 기업과 손잡고 개발 중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러시아 로켓을 이용해 50파운드 무게의 ‘아이디어 OSG1’이라는 소형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인공위성엔 초소형 쓰레기와의 충돌을 기록하는 패널이 실려 있어, 우주 쓰레기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선다. 이어 2019년 초에는 쓰레기 수거를 실행할 ‘ADRAS1’이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애스트로스케일 사무실 [출처=Astroscale]


아스트로스케일의 본부는 스타트업에 호의적인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으며, 인공위성은 엔지니어가 많은 일본에서 제작하고 있다. 우주 청소부로 불리는 이 회사의 직원은 모두 25명이다.

회사는 아직 우주 청소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일본 최대 온라인게임 회사인 겅호(GungHo)를 세운 재일동포 3세 손태장(Taizo Sonㆍ45) 회장 등으로부터 4300만달러(약 5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오카다는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는 우주 엔지니어들이 쓰레기 처리보다는 화성에 가는 프로젝트에 더 관심이 많다”며 “일본에서는 이런 우주 미션에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나의 아이디어에 몹시 흥분해 있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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