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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AI 비서 동맹’ 맺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적과의 동침 이유는?
[SUPERICH=이세진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들이 ‘전략적 동거’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3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와 아마존의 ‘알렉사(Alexa)’를 상호 연동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알렉사에게 코타나 호출을 요청할 수 있고, 코타나에게 알렉사를 소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마존 홈 스피커 ‘에코(Echo)’를 가지고 있거나 윈도우10 운영체제를 쓰는 사람이 기존 알렉사와 코타나의 기능을 상호 교차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11년 테니스 대회에서 만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기술 개발 면에서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무한경쟁을 하는 테크업계에서 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합작이다. 더욱이 당사자도 ‘IT 공룡’ 중의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라 업계의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AI 비서 동맹’은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의 월간활성사용자(Montly Active UsersㆍMAU)가 1억450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홈 스피커 에코를 필두로 현재 인공지능비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위치다.

알렉사는 특히 사용자가 아마존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문할 때 능력을 발휘한다. 알렉사를 통해 음성주문을 하면 할인을 받을 수도 있고, “알렉사, 내 물건이 어디 있지?(Alexa, where’s my stuff?)”라고 질문하면 아마존 주문 상품의 배송 현황도 알 수 있다. 알렉사는 또 스마트 홈 기기들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현관문, 냉장고, 전등을 연동시켜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보다 업무적인 측면을 돕는 데 특화돼 있다. 오피스 프로그램들과 연동돼 언제 비즈니스 미팅이 잡혀 있는지 알려주고, 다음 미팅에서 만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아마존의 홈스피커 에코 [제공=아마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 기저에는 두 기업 모두 ‘스마트폰 붐’을 놓친 과거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애플, 삼성, 구글 등이 스마트폰 시장에 일찌감지 뛰어들어 현대인의 필수품을 만들어내고 일정 부분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지만, 이들은 그동안 스마트폰에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신세에 머물렀다.

AI 비서가 장착된 홈스피커는 스마트폰 이후의 필수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번 협력은 서로의 서비스를 이용해 점유율을 일단 넓히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이들의 힘이 합쳐지면 두 AI 비서 각각 새로운 시장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더군다나 전 세계 PC 운영체제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홈스피커 시장에서 독점적인 아마존의 ‘지위’는 서로 놓치기 아쉬운 이득

이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홈스피커 기기를 팔지 않고도 알렉사 이용자수를 높여 아마존 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알렉사를 통해 PC 소프트웨어의 독점적 지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지난 2014년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컨퍼런스에서 코타나 로고 앞에 선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더군다나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 삼성 빅스비, 페이스북의 M 등 경쟁사들이 일제히 인공지능 비서를 출시하고 홈 스피커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진 것도 이들 협력을 부추긴 한 원인이다. 구글은 이미 어시스턴트를 장착한 ‘구글홈’을 출시해 아마존의 에코를 바싹 뒤쫓고 있다. 애플도 시리 기반의 홈 스피커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며 삼성전자도 스마트 스피커 출시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알렉사와 코타나의 ‘동거’가 각사의 전략 차원에서 점수를 줄 만하지만 사용자 편의 측면에서는 완벽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즈(NYT)는 알렉사와 코타나 두 비서가 서로 분리돼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코타나를 이용하고 있을 때 알렉사의 기능을 사용하고 싶다면 코타나 이용을 접고 알렉사로 전환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한계로 꼽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에 대해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마존 고객들의 쇼핑패턴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알렉사가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일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전략적으로는 이해되지만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측면에서는 고약한(stink) 일”이라고 평가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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