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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네슬레가 인수한 실리콘밸리 ‘최애커피’ 블루보틀
2017.09.26 13:42
[SUPERICH=이세진 기자]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를 포괄하는 ‘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모든 ‘일’들이 카페에서 이루어진다. 현지에서 회사를 운영 중인 한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를 잇는) 기차역 앞에 가 보시면 바로 앞에 카페가 있어요. 아무 일도 안 하고 귀 기울여보면 누군가는 투자자에게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고, 누군가는 자기 아이디어 이야기하고 있고, 누군가는 회사 일을 하고 있죠.” 


샌프란시스코 사우스파크에 위치한 블루보틀 매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진=안경찬 PD / kcreator@heraldcorp.com]


블루보틀(Blue Bottle)은 이 지역 여러 카페 체인 중에서도 테크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고급 커피 브랜드다. 트위터 본사 건물 1층에, 밴처캐피탈이 많이 입주해 있는 사우스파크(South Park) 지역 등에 위치한 매장은 테크 업계 종사자들의 ‘만남의 장’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스타트업 문화를 느끼려는 관광객들도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

‘힙한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며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마이애미, 일본 도쿄 등에서 50여 개 매장을 운영하던 블루보틀이 네슬레(Nestle)에 인수됐다. 네슬레는 지난 14일 5억달러(5600억원) 인수금액으로 블루보틀 지분 68%를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블루보틀의 회사 가치는 7억달러(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블루보틀 커피 [출처=luxe.co]


블루보틀은 네슬레와 손을 잡으면서 세계 최대 식음료 회사의 유통망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네슬레는 인스턴트 커피 부문에서 세계 최대 브랜드인 네스카페(Nescafe)와 캡슐 커피 네스프레소(Nespresso)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블루보틀이 영혼을 팔았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슬레는 그동안 식수가 부족한 지역에서 물을 끌어와 자사 상품을 만드는 등 ‘비윤리적’ 행태로 비난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커피 맛에 타협하지 않고, 스타벅스처럼 빠른 추출보다는 느린 방식으로 커피를 파는 것을 내세웠던 블루보틀의 가치가 네슬레와 어긋난다고 지적하는 시각이 나온다. 블루보틀 불매운동을 시작하겠다는 테크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구 환경과 공동체를 위한다는 ‘가치 소비’에 열중하는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블루보틀 CEO 브라이언 미한(Bryan Meehan)은 “인수 후에도 커피의 질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고객이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제임스 프리먼 블루보틀 창업자 [출처=블루보틀]


블루보틀이 이처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테크 업계와의 오랜 관계 때문이다. “블루보틀은 테크 회사들 바로 옆에 들어서 있으면서 썩 괜찮은 커피를 팔기 때문에 투자를 받은 것(테크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 2014년 1월29일 트윗)”이라며 은근히 깎아내리는 시각도 있지만,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블루보틀은 그 자체가 스타트업과 같다”.

2002년 프로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은 오클랜드의 한 차고에서 블루보틀을 창업했다. 구글, HP, 아마존 등이 차고에서 창업한 그 방식과 똑같다. 네슬레 인수 전까지 투자받은 약 1억2000만달러(1300억원)도 테크 업계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2014년 1월에는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 워드프레스 공동창업자 맷 멀런웨그, 밴처캐피탈리스트 크리스 사카 등으로부터 2500만달러를, 이듬해에는 락밴드 U2 싱어 보노, 배우 자레드 레토와 토니 호크,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테트라곤 금융그룹, 모건 스탠리, 트루 벤처스 등으로부터 7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네슬레 [출처=readwrite.com]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으로 국제적 명성도 얻었지만 블루보틀이 설립 15년째 매장을 50여 개밖에 열지 않은 것은 고급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네슬레의 인수로 당장 아시아 매장 확대라는 단계가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네슬레의 지원으로 블루보틀이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과 한국에 매장을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네슬레는 지난해 1월 부임한 마크 슈나이더 CEO의 지휘로 사업 분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덜 가공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트렌드에 맞추어 네슬레를 “영양, 건강, 웰니스(nutrition, health, wellness)” 회사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만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실행하고 있다. 건강식 배달 업체 후레쉬리(Freshly), 채식주의 식품업체 스윗어스푸드(Sweet Earth Foods)에 이어 블루보틀이 올해 네슬레가 사들인 세 번째 회사가 됐다. 블루보틀은 인수 후에도 네슬레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CEO와 설립자 모두 회사에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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