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관문인 싱가포르에 새롭게 터를 잡은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그는 2년 전인 2015년 싱가포르에 위치한 우주 쓰레기 처리 벤처기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에 투자하는 등 동남아시아 벤처 시장에 호시탐탐 눈독을 들여왔다. 이런 이유로 이번 싱가포르 이주는 그가 본격적으로 이 곳을 기반으로 동남아의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태장(44) 미슬토우 대표 [사진제공=미슬토우] |
손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온라인 게임회사 겅호를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중이다. 2013년 유망 스타트업을 골라 지원하는 벤처 캐피털 업체 미슬토우(Mistletoe)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손 대표는 겅호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4년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의 억만장자 순위에서 자산 평가액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기록하며, 당시 일본 14위 부호에 오른 바 있다.
특히 그는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와도 연관이 깊다. 손 대표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 최고 갑부인 손정의(손 마사요시ㆍ59) 소프트뱅크 사장의 친동생이다. 이런 혈연관계 덕분에 미슬토우는 전 세계 유망한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소프트뱅크의 후방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손 대표가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는 국제 도시로서 잘 구축된 스타트업 인프라 때문이다. 세계적인 금융ㆍ무역ㆍ교육 허브인 싱가포르에서는 벤처 관련 모든 과정이 매우 신속히 처리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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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발전했고 정교한 사회지만 단기간에 멋진 혁신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반대로 싱가포르는 극복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나 전통이 없어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싱가포르 이주 배경을 밝혔다.
특히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IT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싱가포르 혁신과 기술 주간(SWITCH) 행사에 참석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간 동남아 스타트업에 총 1억달러(약 113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동남아시아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대신에 이들의 등을 짚고 뛰어넘을 수 있다”며 “내게는 매우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투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미슬토우는 최근에는 인도에서 농업ㆍ식품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새 창업지원 프로그램 ‘개스트로트프’(Gastrotope)를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구대국 인도의 식량난과 풍부한 기술 인력 풀을 기반으로 고안된 이 프로그램은 인도의 식품 공급망을 21세기형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손 대표는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 정부의 노력과 높은 기술 수준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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