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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다시 슈트를 입는 남자들

옷 좋아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2000년대 초반은 클래식 슈트의 전성기로 불렸다. 이탈리안 클래식을 필두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됐고, 바이블 같던 몇 블로그엔 수천 명이 모였다. 수입 브랜드와 테일러숍,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강마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남성복 마에스트로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들까지 폭넓은 행보가 이어졌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0년 전후 기업들의 복장 자율화로 클래식 슈트의 인기는 급격히 줄었다. 슈트는 딱딱하고 소통이 잘되지 않는 차림으로 치부됐다. 전 세계 스트리트 캐주얼 열풍이 몫을 더했다. 통 넓은 바지와 큰 상의가 유행했다. 쇼미더머니 같은 TV 프로그램은 문화와 패션을 이으며 트렌드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스트리트부터 고프코어, Y2K룩까지, 빠른 트렌드 변화 속 클래식 복장은 경조사 룩으로 전락이 된 것 같았다.

변화가 생긴 건 최근 1~2년이다.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는 인플루언서들 중 클래식 복식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늘었다. 그저 취향과 기호로 20대 인플루언서들이 해박한 지식과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클래식 스타일을 소화한다. 또 이들은 서로 비슷한 스타일을 입고 올리며 영향력을 키웠다. 격식 있는 착장을 구성해 누군가 게시하면 또 다른 이가 흐름을 이어간다는 것. 그렇게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그 영향력은 상당히 커져 하나의 트렌드처럼 보이게 된다.

다른 흐름은 브랜드다. 최근 뉴발란스는 포터리와 협업한 팝업을 열고 다양한 스타일을 소개했다. 포터리는 최근 몇 년간 기성 브랜드들이 인기가 없어 시도하지 않았던 셋업 슈트를 메인으로 브랜드를 전개해 왔다. 오랜 기간 슈트를 중심으로 제품 구색을 맞춰온 브랜드들이 비중을 급격히 낮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 결과 슈트는 브랜드 매출 중 20% 이상을 차지한다.

포터리를 포함한 이런 브랜드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얼까. MZ세대의 영향이다. 2010년 이후 스트리트 패션에 열광하던 친구들이 그사이 10년이 지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며 사회적으로 갖춰 입을 옷이 필요하게 됐는데 브랜드에서 이를 활용한 것. 스트리트 패션에 익숙한 MZ세대를 위해 슈트 재킷의 어깨와 품을 넉넉히 하고, 구두가 아니라 뉴발란스의 스니커즈를 같이 신을 수 있도록 구성한 것 등이 대표적인 전략이자 이유다.

마지막으로 트렌드의 영향도 있다. 올드머니룩이다. 2023년 초 법원에 출두하며 그 내용보다 스타일로 주목을 받은 기네스 펠트로의 옷차림이 여기에 불을 지폈고 MZ세대들이 열광했다. 브랜드의 로고는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에 미니멀한 디테일을 가진 옷들로 스타일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론 트렌드와 무관하게 하나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지켜가며 이를 자신만의 장르로 만들어가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실제로 슈트를 베이스로 하는 클래식한 스타일만 놓고 봤을 때 분명 십 년 이상 이를 고수하고 즐겨온 이들이 있어 현시점에 몇몇 트렌드와 맞물려 장르로 동심원이 커졌다. 이를 인정하고 같이 하는 MZ세대 또한 우리 사회의 패션의 성숙도를 높이는 축이다. 다시 슈트와 타이를 즐기는 남자들이 보여 반갑다.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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