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를 가진 의원이면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 오후 지역에 내려가 월요일 아침에 돌아오기)’, ‘조출상퇴’(朝出喪退:조기축구회로 출근해 여의도 근무 뒤 상갓집 서너 곳을 돌아 보고 자정이 넘어 퇴근하기)는 기본이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민이 깊다. ‘한 해 농사’에 비유되는 총선 전 마지막 지역구 관리를 얼마나 잘 마무리 짓느냐에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역구 스타로 정평이 난 일부 의원들은 이 정도는 기본이고 남다른 노하우가 동료 의원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소통과 스킨십을 비법으로 꼽는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전남 신안무안)은 지역에선 ‘무서운 초선’, ‘작은 거인’이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을 꺾고 무소속으로 당선, 민주당에 복당했다. 1995년부터 3선 도의원으로 잔뼈가 굵은 경력도 한 몫을 했다. 그는 요즘도 주말이면 침낭 하나만 챙겨서 경로당과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함께 숙식을 하며 고충을 듣는다.
이용희 자유선진당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의원은 5선, 82세 고령으로 19대 총선은 불출마를 고려 중이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그의 인기는 아직도 뜨겁다. 6ㆍ2지방선거에선 갖은 악조건에도 하루 200㎞ 지역구를 훑었다. 그런 결과 보은ㆍ옥천ㆍ영동 3군에서 이용희 사단 군수를 배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손위처남 육인수씨에게 3번 패배 끝에 1973년 9대 국회로 입성, 정계입문만 따지면 6대 때 입문한 자민련 김종필 전 총재보다 3년 선배다. 총선 출마만 12회다. 그의 숟가락 정치는 정치권의 전설이다. 이 의원 측은 “초선시절부터 저녁마다 밥짓는 냄새가 나는 집에 숟가락 하나만 들고 무작정 들어가 민생고와 하소연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 입성 때 채용한 보좌관이 40년을 함께했고, 운전 담당 비서관도 35년이 됐다. 오랜 신뢰가 그의 노하우다.
이윤석 의원<왼쪽부터>, 이용희 의원, 조경태 의원, 양승조 의원 |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 유일의 민주당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도 3선 고지가 눈앞이다. 물론 황무지를 황금 밭으로 일궈낸 건 당이 아닌 주민과 신뢰가 바탕이었다. 조 의원은 “처음에는 호남당 소속이라는 불신감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두가 포기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당을 불문하고 옳지 않은 일에 쓴 소리를 하는 소신이 결국 통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양승조 (충남 천안갑)의원은 지난해 세종시 논란 당시 22일간의 단식투쟁 후유증에 아직도 근육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을 잃은 대신 지역민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논란에 “다시 죽음을 무릅쓴 투쟁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심형준 기자 @cerju2>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