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대대표가 22일 국회 연설을 통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영일대군’이라고 칭하며 정계은퇴를 촉구한 것에 한나라당이 23일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정치권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회의 자리에서는 박 원내대표를 겨냥한 지도부의 거친 공격이 서슴없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훌륭한 연설을 했다며 박수를 보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 박 원내대표의 연설을 ‘최악의 연설’이었다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또 “정치인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도, 금도도 저버린 한심한 내용”이라며 박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의 근본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스스로 부끄러운 유산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한 반성과 자기 쇄신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제도의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이에 가세해 “박 원내대표가 이명박 정부를 유신독재나 5공 독재와 비교한 것은 금도를 벗어난 주장이고, 또 과연 그 시절에 박 원내대표 자신이 어떤 정치행보를 보였는지 스스로 반성해주길 바란다”며 “과거 정권 실세들의 해외 재산 은닉설도 끊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뜬금없이 특정인의 은퇴라는 식의 견강부회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한 마디로 공작만 있었고 정치는 없었다”고 평가하며 “부처님께서 ‘어리석은 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독기를 자기를 찌른다’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상득 전 부의장은 현실정치에서 극도로 발언을 자제하고 있고, 남미 등으로 자원외교를 다니는데 동료의원에 대한 (박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개인적인 모함”이라며 “동료 의원을 은퇴하라 마라 하는 발언을 개인의 5분 발언시간도 아닌 대표연설 때 했다는 것은 자신의 인격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방해를 좀 받기는 했지만, 연설 내용도 좋고 명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중산층이 어깨를 펼 수 있는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