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거물급 정치인들에게 4ㆍ27 재보선 투표일인 27일 하루는 1년처럼 길고도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집권 말기 여권의 입장에선 이번 선거가 레임덕 가속화의 단초가 되느냐 국정동력을 당분간 이어가면서 구심력을 회복하느냐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잡하게 얽힌 당내 역학관계에 거물들의 운명도 크게 뒤바뀌게 생겼다. 이번 재보선을 진두지휘한 안상수 대표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처지다. 성남 분당을 한 곳만 패배하더라도 당장 내각개편과 조기전대론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안 대표가 분당을 선거를 포함해 두 곳 이상 승리하면 내년 총선 사령탑으로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가 그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의미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선거 결과에 따라 그가 총대를 매고 추진해온 개헌론의 추동력은 물론, 이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 여부에 그의 입지도 크게 걸려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내각개편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그의 당 복귀 가능성도 있다.

또 그의 귀환은 친이ㆍ친박계간 갈등이나 친이계 분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분당을에 출마한 강재섭 후보 공천과정에 직간접 관련설이 나오고 있는 만큼 강 후보의 생환 여부에 그의 입지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지면서 청와대 내부의 입지강화도 예상된다. 반면에 패배하면 내각ㆍ청와대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선 한발 물러서 있었던 만큼 결과에 가장 자유로운 처지다.

하지만 선거가 패배하면 유력 대선주자가 집권말기 대형 재보궐 선거에서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김해을 생환 여부에 따라 몸값이 크게 좌우될 것 같다. 벌써부터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친이계 내부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