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는 당내에서 진행 중인 쇄신 논의의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는 아니다. 자칫 새로운 권력질서 재편에 편승해 서둘러 당내 권력을 손아귀에 쥐려 한다는인상을 줄 수 있고, 동시에 친이(친이명박)-친박간 권력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친이계, 그중에서도 이재오 특임장관을 구심점으로 한 친이재오계가 비대위 구성 등을 필두로 한 쇄신 작업에 대해 당내 소장파에 칼을 겨눌 경우, 소장파와 개혁 행보에 동참했던 친박계가 적지 않게 반발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친박 초선 의원은 “비상 상황에서 자기 것을 챙기겠다는 행태를 보인다면 이는 몰염치를 넘어 정치할 자격이 없는 무뢰한들”이라면서 “개혁 거부세력이자 구당(救黨) 방해세력으로 규정하고, 친박뿐만 아니라 소장파 전체가 다 연합해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남의 한 친박 의원도 “친이재오계가 세를 이용해 또 한 번 일을 도모하려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이 계속될수록, 친이재오계가 약해질 것이란 관측도 친박 측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 당시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예상을 깨고 친이재오계인 안경률 의원을 누른 데에는 선거 나흘전 열린 연찬회에서 당의 쇄신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인 만큼, 당내 논쟁이 계속될수록 쇄신 여론 확산에 따른 이재오계의 구심점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친박 초선 의원은 “논쟁 과정에서 이 장관 곁에 있는 게 나은지, 당 개혁세력에 참여하는 게 나은지 판단하게 되면 친이재오계의 결속력은 급격히 약화하고 이탈 세력이 급격히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성헌 의원은 10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해 “주류의 좌장으로 역할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을 살리기 위한 상징적인 모습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서는 “당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단 당의 모습을 보완할 시스템의 변화나 권력핵심부 인사들의 발상의 전환이 있은 이후에야 역할을 논의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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