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물갈이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내년 정치판의 징검다리는 총선 패배는 대선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여야 구분없이 “이대로면 전멸한다”는 생존 위기감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변신과 변화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이상득 의원이 내년에 공천을 받는다면 수도권은 전멸한다”는 주장은 세대교체ㆍ계파정치 타파의 공통분모를 대변한다.
정치권은 4ㆍ27재보선에서 나타난 표심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가르는 바로미터로 보고 있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가담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경험이 내재된 40대, 트위터ㆍ페이스북 등 소설미디어에 익숙한 20~30대에 감동을 주는 방안을 찾느라 백가쟁명의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물갈이 대상인 현역의원들과의 갈등 조정 등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된다.
▶파격 공천으로 젊은 층 확보=“언제까지 투표장에 가는 노년층만 세고 있을 것이냐”(한나라당)-“386세대가 486이 되는 10년 동안 인재수혈이 없었다”(민주당).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총선 승리의 필요조건이라는 데 양당 모두 이견이 없다. 파격에 가까운 공천시스템을 도입해야만 이들의 눈에 띌 수 있는다는 생존 차원의 공천개혁안들이 이미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민주당은 ‘청년비례대표’를 신설해 당선 안정권에 만 25~29세 남녀를 각 1명씩 주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남녀 후보자를 각각 3배수로 추천해 전국 단위의 국민경선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포퓰리즘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20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취약지역인 영남권에 비례대표 20%를 할당하는 방안도 민주당 공천개혁안에 포함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소장파를 중심으로 전략공천 비중을 10~20%까지 높이고, 전략공천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인물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제=계파정치의 폐해를 절감한 한나라당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당원이 아니라도 유권자면 누구나 특정 정당의 경선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후보자를 뽑을 수 있는 제도다. 밀실ㆍ쪽지공천을 없애고 공천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나경원 의원은 법안까지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정치 신인의 등장을 가로막고 현역의원들의 자리 굳히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완이 가능하고, 열린공천의 개혁성을 부각시켜야만 총선승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등 거의 모든 형태의 공천에 오디션 형태의 경선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블 TV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와 같이 ‘오디션’(토론회)을 통해 후보의 기본적 자질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오디션을 평가할 국민배심원단을 구성하고 이들의 평가를 당원투표와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와 합산한다.
▶최대 50% 물갈이=여야의 공천개혁 작업이 현실화될 경우 현역의원들의 탈락은 불가피하다. 이들의 반발에 따른 진통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쇄신파의 핵심인 정두언 최고위원은 “전략공천 비중을 최대 20%까지 높이는 한편 당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이 낮은 현역의원들을 물갈이하자”고 제안했다. 전략공천 비율을 높이면 텃밭인 영남권 현역의원들의 대거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공천개혁 역시 호남지역 현역의원들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선 호남지역 의원 30% 교체설 등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야권 연대 등을 추진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적정 공천비율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이 같은 당내 움직임에 대해 현역의원들의 반발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친이계 한 중진 의원은 “소장파들이 상당히 오버하고 있다”며 “당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호남권 한 중진의원은 “호남권은 물론 수도권의 현역의원 교체는 필수”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구체적인 교체 방법론에 대해 좀 더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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