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편된 여야의 수장들 모두가 공교롭게도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개신교의 장로ㆍ집사들로 구성됐지만,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등 향후 산적한 현안들이 많아 전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에 새롭게 여야의 원내지휘봉을 잡게 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각각 인천연수중앙교회와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장로 직분을 맡고 있다. 이같은 종교적 성향이 반영돼서인지 두 원내대표는 그동안 각 당에서 온건파로 분류돼왔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강경책보다는 협상과 타협을 주장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원내대표와) 인간적으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 당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황 원내대표에게 “전임 김무성 원내대표가 보여주신 선 굵고 큰 정치인의 모습, 지고도 이기는 여당 원내대표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당 실무를 책임지게 된 정의화 국회부의장도 부산 동광성결교회 집사이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제일교회 집사의 신분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권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각 수장들로서는 크고 작은 현안들에 대해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경 자세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가 향후 정국의 최대 뇌관이다. 한나라당은 미국 의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재재협상’을 벌여 충분한 대책 마련 선행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주도권 다툼의 최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5ㆍ6 개각에 따른 5명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여야의 치열한 정치 경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감세 문제, 부산 저축은행 부실사태 문제 등을 놓고 전면 대치가 예상된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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