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청와대ㆍ정부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똑같이 ‘친서민’ 애드벌룬을 띄웠지만 ‘중도개혁(당)’과 ‘중도실용(정ㆍ청)’간 온도 차가 적지 않아 물러서는 쪽은 천길 낭떠러지다.
당이 물러서면 ‘도로 부자정당’이라는 여론 비판과 야당의 정치 공세를 면키 어렵고, 청와대가 물러서면 ‘포퓰리즘 정부’라는 보수층의 비난과 함께 임기 후반 당 중심의 국정 주도를 감수해야 한다.
24일 정부와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쪽의 카드는 이미 공개되어 있다.
당은 감세 철회로 복지 재원을 확충하고 등록금 부담도 절반으로 경감하자는 입장인 반면, 청와대와 정부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등록금 부담은 점진적으로 경감하자는 뜻을 내비췄다.
노선 갈등의 최신 버전은 반값 등록금이지만 당이 ‘감세 철회를 통해’ 반값 등록금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어서 논쟁의 꼭지점은 결국 감세 문제로 귀결된다.
현재까지의 기류로는 당이 열세다. 당내 신주류와 구주류간 입장 차가 여전한 데다, 재원마련 방안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최근 ‘감세 유지 및 점진적 등록금 경감’ 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뜨거운 감자’ 반값 등록금 = 반값 등록금은 여당판 ‘무상복지’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주류의 정책 브레인인 김성식 정책위부의장은 “반값이라는 용어가 쓰였지만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절반까지 깎아주는 것은 아니다. 예산을 부실 대학에까지 퍼주겠다는 게 아니다” 며 선을 그었지만, 2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소득 하위 50%의 등록금 절반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당이 정부와 상의없이 진행한 내용으로 당장 반값은 쉽지 않다” 며 “당정 협의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정부에서도 등록금 경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이 주장하는 반값 등록금 정책은 국가 예산으로 장학금 지원을 대폭 확대해 실질적인 등록금 부담을 경감해준다는 것으로, 이미 장학금 제도 확충과 든든학자금 이자율 추가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는 지원 규모와 대상,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7년 12월 나온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집에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용어가 없다” 면서 “맞춤형장학제도를 구축해 등록금을 줄인다는 것이 92개 국정과제중 하나로 들어 있으며 정부 정책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로 예정된 당정협의를 거쳐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물러설 수 없는’ 감세 논쟁 = 당정청 노선 갈등이 첨예한 부분은 작년에 이어 공방이 재점화된 감세 논쟁이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감세 철회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그동안 침묵해 온 청와대와 정부도 “감세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공론화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정책대리인인 박재완 내정자가 의원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대외신뢰도 유지를 고려할 때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감세 논쟁은 당과 정ㆍ청간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가운데 오는 30일 열리는 감세 의총에서 당이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나마 소득세 감세 철회가 유일한 타협점이 될 수 있지만 감세 효과가 1조원 이하로 미미해 당초 감세 철회분을 복지 재정으로 활용하겠다는 당이나, 감세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청와대 모두 절반의 실패가 될 공산이 크다.
한편 감세 의총에서 뚜렷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당정청간 노선 갈등은 7.4 전당대회로까지 이어져 차기 당 대표를 가리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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