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법(한국녹색과학기술원법,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은 ‘녹색카이스트’와 ‘해양카이스트’의 법적 설립기반을 마련, 녹색과학 및 해양과학의 연구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사전조사가 충분치 못해 한국해양대와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강력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결국 좌초될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던 의장실 관계자들은 난처하면서도 계면쩍은 기색이 역력하다. 의장실 측은 보도자료에서 “현직 의장이 직접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것은 1954년 12월 당시 이기붕 국회의장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이후 57년만”이라며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과학기술강국을 만들기 위한 구상의 일환”이라고 ‘박희태 띄우기’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정부 측과 사전 협의를 이미 마친 상태”라고도 했다.
박 의장이 왜 이같이 ‘설익은’ 법안을 치밀한 사전작업 없이 무리하게 발의했을까에 대한 답을 그의 내년 총선 출마 움직임과 결부시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양산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 지역은 해양카이스트의 유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부산과 바로 인접한 곳이다. 의장으로서 직접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충실하면서도 지역발전에도 발벗고 나서는 의정활동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소장파 의원들에게 모범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6차례의 국회의원을 지내고, 올해로 73세를 맞은 박 의장이 지역구의 한계를 뛰어남기를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박 의장이 지난 5월 개최한 G20(주요20개국) 국회의장 회의 역시 내년 총선을 위한 전시(展示)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역대 의장들이 임기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것과 비교해 박 의장 스스로 입법부 수장의 영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박 의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에 나오는 ‘노마지지(老馬之智ㆍ늙은 말의 지혜)’의 고사를 들어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지혜로운 말이라도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는 걸 항시 살펴야 할 것이다.
정치부=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